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30)

# 팬데믹(Pendemic)은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 하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해 내놓은 6단계의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 위험등급에 속한다. 팬데믹은 급속한 사람 간 감염(4단계), 한 대륙 내에서 2개국 이상의 국가간 전염(5단계)을 넘어서서 2개 이상의 대륙에서 전염병이 확산돼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단계를 일컫는다.

세계의 과학자들은,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 등의 매체를 통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가 위험단계로 진입, 팬데믹 징후를 이미 보이기 시작했다”, “피-워드(P-word=팬데믹)를 쓸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전 세계 인구 77억6400만 명의 40~70%가 감염될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쏟아내놓고 있다.

과거 역사적으로 가장 악명이 높았던 팬데믹은 중세 유럽인구 전체의 3분의 1의 생명을 앗아간 페스트(흑사병)였다.
팬데믹의 기본요건은, 1.사망 가능성 2.사람간의 감염 3.바이러스여야 하는데, 코로나19가 위의 세 가지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데다가, 전 세계 각 대륙으로 확산 일로에 있어 팬데믹의 위험한 징후를 충분히 보이고 있다고 세계 과학자들은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 이와같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에서 대구교구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천주교 16개 교구 전체가 지난 2월27일부터 미사를 중단했다. 이와같은 일은 한국 천주교회 236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서울의 명동성당도 3월10일까지 미사를 중단하기로 했는데, 이는 1898년 성당 건립 후 처음 있는 일이다.

성당 측은 성도들에게 성당 밖에서의 신실한 기도와 봉사를 당부했는데, 문득 저 옛날의 ‘산상수훈(山上垂訓)’을 떠올리게 한다. ‘산 위에서 내린 교훈’이란 뜻의 산상수훈은, 예수가 선교활동 초기에 갈릴리의 작은 산 위에서 제자들과 군중들에게 행한 설교로, 《신약성서》 <마태복음> 제5~7장에 기록돼 전해진다. 특히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로 시작되는 ‘8복(八福)을 비롯해 사회적 의무, 자선행위, 기도와 금식, 이웃 사랑에 관한 예수의 가르침이 짤막짤막한 비유로 제시돼 있다.

마음이 가난한 자, 애통해 하는 자, 온유한 자, 의에 주리고 목마른 자, 긍휼히 여기는 자, 마음이 청결한 자, 화평하게 하는 자, 의를 위해 박해를 받은 자… 예수는 이들을 축복하면서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 했지만, 그런 예수를 찾을 길이 없다.

지금 인간세계에는 팬데믹의 검은 먹구름만이 가득 드리우고 있다. 과학ᆞ의술의 눈부신 발달로 질병으로부터 인간승리가 단숨에 손에 잡힐 듯 보이지만, 세균과 바이러스 또한 끝없이 진화해 가면서 세기를 넘나들며 팬데믹 세상 속에 인간을 굴복시킨다. 이 끝없는 팬데믹의 환란 -그 불안과 공포 속에서 진정 ‘마음이 가난한’ 인간의 구원은 가능한 것일까?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