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29)

#어렸을 적, 당시 우리나라 최고 부자라고 생각한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1910~1987) 회장과, 현대그룹 창업주 정주영(1915~2001) 회장은, 100살 이상은 너끈히 살 거라고 생각했다.
고향동네의 ‘면장 영감’처럼 아주 부자니까, 몸에 좋다는 온갖 것 다 구해 먹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두 회장 모두 90살도 못 살았다.

그런 논리로 장수조건의 하나로 머릿속에 꼽은 것이 돈 외에 타고난 건강이었다. 당시 코흘리개들을 흑백텔레비전 앞에 코박게 하며 60년대를 풍미했던 함경도 출신의 미남 프로레슬링 세계챔피언 역도산(力道山, 본명-김신락, 1924~1963)도, 그 우람한 근육질 몸매를 보며 100살은 살 것이라고 확신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39살에 일본인 청년에게 불의의 피습을 당해 칼에 찔려 복막염으로 세상을 떴다.

그런걸 보면, 장수비결이란 것이 꼭 돈이 다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타고난 건강이 꼭 장수를 담보해 주는 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 목숨이 하늘에 달렸다’는 뜻의 ‘인명재천(人命在天)’이란 말이나, “다~타고나능겨~!” 하던 마을 촌로들의 얘기가 그래서 헛되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축구황제’로 불리는 브라질의 펠레(Pele)가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두 발로 걷지도 못하고, 휠체어에 의지해 집에서만 칩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올해 79세다.
펠레의 아들인 에디뉴가 한 브라질 TV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상상해 보라. (축구의) 황제라 불리던 이가, 지금은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을…”하며 왕년의 전설적인 스포츠 스타의 최근 모습을 전했다. 에디뉴는, “아버지가 고관절 수술을 받고 나서 재활치료를 제대로 하지 않아 잘 걷지 못한다”며 2012년과 2015년 고관절 수술 외에도 신장 결석 제거, 척추수술을 받으며 건강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말했다.

펠레는, 1977년 37세로 은퇴할 때까지 21년의 현역 생활 동안 1363경기에 출전해 총 1281골 을 넣은 ‘최고의 스트라이커’이자 브라질 정부가 공식 지정한 ‘브라질 국보’였다. 100m를 10초대에 내달리던 최전성기 때의 그의 모습대로라면, 그는 건강하게 100살을 살아야 옳다. 아들 에디뉴는, “아버지는 ‘왕’이었고, 항상 최고였으며 당당했다. 그러한 화려했던 과거 때문에 오히려 우울감이 한층 더 심해졌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기는데 어려움이 따를수록 이겼을 때의 기쁨도 큰 법이다”, “상대보다 0.5초 빨라야 된다”는 말을 남기기도 한 왕년의 세계적인 대 스포츠 스타가, 이젠 단 한 발짝도 혼자 힘으론 걷지도 못한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 하며, 소심한 은둔자라는 ‘굴욕’의 삶을 쓸쓸하게 살아가고 있다. ‘삼바’-브라질의 빛나던 ‘페롤라네그라-검은 진주’는 지금 그렇게 그 빛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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