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기자 통신-이정인 명예기자(강원 평창)

한국에서 가장 눈이 먼저 오고 많이 내리는 평창군 눈꽃마을은 농촌 진흥청이 추천하는 농촌체험마을이다.

논·밭 한뙈기도 찾아볼 수 없었던 산간 주민들은 겨울이 되면 먹거리를 마련하려고 눈 덮인 황병산으로 사냥을 갔다. 폭설 속에 굶주린 산짐승들은 어찌나 매서운지 목숨을 잃은 사람도 많았지만 사냥을 못하면 온 마을 사람들이 굶을 처지였다. 마을사람들은 사냥에 앞서 성황당에 물 한 잔 떠서 제를 올리고 설피, 발썰매와 창을 들고 마을 뒷산인 황병산으로 멧돼지 사냥에 나섰다.

나뭇가지를 둥그렇게 말아 가운데를 짚으로 엮은 설피는 눈에서도 끄떡없는 신발로 고로쇠나무로 만든 발썰매는 길고 가는 나무판을 양발 밑에 묶고 평지나 내리막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 멧돼지의 목을 찌르고 빨리 도망갈 수 있는 기동력이 있었다. 나무껍질로 꼰 새끼로 만든 주루막은 망태기와 쓰임새가 비슷해 산골에서 약초 캐러 갈 때나 사냥갈 때 등에 메고 다녔다. 

사냥몰이꾼들이 멧돼지가 눈길에 남긴 흔적을 살금살금 뒤쫓으면 아래로 도망가다가 눈구덩이에 푹 푹 빠져서 꼼짝 못하는 짐승들의 습성을 이용해 발썰매를 타고 따라 잡을 수 있었고 폴대역할을 하는 50cm의 창은 멧돼지를 공격하는 무기역할도 했다.

그 사이 코너에 몰린 멧돼지 옆으로 창수들이 접근해 앞다리와 심장을 찔렀고 멧돼지를 잡아 의기양양하게 돌아온 사냥꾼들이, 서낭신에게 제를 올리고 나면 마을 전체가 축제 분위기로 빠져들고 수확한 고기로 쌀 농사를 짓는 인근마을과 물물교환도 했다.

눈이 많은 산간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겨울철 공동사냥을 주제로 하는 황병산 사냥놀이는 눈꽃마을의 독특한 풍속을 이어 왔다. 이제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사냥의 명맥은 끊겼지만 ‘사전준비·몰이·사냥·잔치’ 과정을 재현하는 민속놀이로 전통을 잇는다.

평창의 의식주와 공동체 신앙, 사냥 관행 등 겨울을 든든히 버티게 해줬던 조상들의 지혜는 민속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해 보존가치가 높다고 인정돼 지난 2007년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9호로 지정됐고 사냥민속놀이 시연회가 일반에 공개됐다. 지금은 놀이가 됐지만 당시에는 생존의 문제였던 한국 스키의 원조인 사냥놀이의 전 과정을 예전 방식으로 재현한다.  

황병산 민속놀이 시연회는 사냥 방법이나 사냥 도구 제작, 사냥제 등 평창의 전통적인 산간 수렵문화를 재현해 참석자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고 전통문화의 체계적인 보존과 전승의 필요성을 피력할 예정으로 산간지역의 전통 수렵문화가 전 세계인 앞에 내놓을 평창의 대표 콘텐츠로 떠오르고 사라져 가는 지역의 전통문화를 후손들에게 알리며 정체성을 찾는 기회를 가져본다. 

황병산 사냥놀이 재현
40세가 넘는 베테랑이 가장 앞에서 창을 잡는 선창한 다음 능숙한 2명이 재창, 삼창을 맡고 나머지 몰이꾼이 길을 나선다.

원형으로 모여 특이한 여흥구, 경쾌한 꽹과리 소리와 날카로운 칼을 들고 호피무늬 옷을 입은 모습은 신석기, 구석기 시대 같다.

원을 돌던 창수들이 각자의 자리에다 창을 내려놓고 창수들과 손을잡고 멧돼지 몰이를 시작하고 창수대장의 구령에 맞처 힘차게 오른발을 구르며 원을 그리며 돌아가고 농악의 북잡이는 오른발에 맞춰 5~7명의 북소리와 사냥꾼들의 워워~ 소리와 함께 멧돼지를 끝까지 추격해 지친 멧돼지가 몸을 돌려 돌아설 때 창을 던져 잡는다. 용맹한 사낭꾼들은 날카로운 창과 협동 작전으로 손쉽게 사냥에 성공하고, 죽은 멧돼지를 두고 원형으로 돌고 난 후 기합소리와 함께 끝나는 장면이 인상적인 어른들의 지혜와 삶이 묻어있는 놀이라 할 수 있다.

마을 입구에 있는 ‘황병산사냥놀이보존회’에서 매년 10~12월 재현행사가 열리고, 전시관에서 전시물을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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