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22)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는 간지(干支)로 치면, 쥐의 해다. 오행으로 풀면, 경(庚)은 금(金, 쇠)이고, 색으로는 흰색이며, 자(子)는 물(水)이고, 12지(支) 중 제일 첫 번째인 쥐를 상징한다. 따라서 올 경자년은 ‘힘센 흰쥐의 해’다. 한자로는 ‘백서(白鼠)’로 표기하는 흰쥐는, 조선조 때에는 상서로운 동물로 언급되기도 했고, 힘센 지도자가 나타난다고도 믿었다. 전체적으로는 양(陽)의 기운이 번성하고, 물도 풍족해 밥상이 풍요로워진다고 풍수가들은 진단한다.

우리의 옛 선조들은 새해가 되면 집 대문에 ‘입춘첩(立春帖)’을 먹글씨로 크게 써붙였다. ‘춘첩(春帖)’이라고도 하는 이 입춘첩은, 궁궐에서 설날에 문신들이 지어 올린 새해 축시 가운데서 잘된 것을 골라 대궐 기둥이나 난간에 큼지막하게 써붙이고, 새로운 한 해 나라와 백성들의 복과 건강을 기원한 데서 유래됐다. 민간으로 내려와서는 대문 좌우 양켠에 각각 써붙인다. 흔히 잘 알려져 있는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국태민안(國泰民安)’ 등의 문구가 대표적이다.

‘입춘대길’은 한 해 (음력)절기 중 맨 처음으로 맞이하는 절기인 입춘을 맞이해 크게 길하게 한다는 소망을 담았다. ‘건양다경’은, 밝은 기운을 받아들이고, 경사스러운 일들이 많기를 기원한다는 뜻이다. ‘국태민안’은 나라가 태평하고 백성들이 편안하기를 빈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좌-청룡, 우-백호’라는 풍수개념을 앞세워 왼쪽 대문짝에는 ‘용 용(龍)’자, 오른쪽 대문짝에는 ‘호랑이 호(虎)’자를 큼지막하게 한자 초서체로 써붙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 대다수의 주거환경이 아파트로 바뀌어 그적의 풍정을 찾아볼 수가 없는 아쉬움이 있다.

지나간 우리 역사상의 경자년들을 돌이켜 살펴보면, 60년 전인 1960년에는 4.19혁명이 일어나 부패한 자유당정권이 무너지고, 이승만 대통령은 권좌에서 물러나 그해 5월29일 하와이 망명길에 올랐다. 그리고 윤보선 정권이 들어섰다. 또 그 60년 전인 1900년(조선조 고종 37년)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종로에 전등이 설치되고, 한강철교 완공으로 서울~인천간 경인선 철도 전구간이 개통되기도 했다.

그리고 꼭 300년 전인 1720년(조선조 숙종 46년)에는 전국 인구가 680만808명 인 것으로 집계돼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갖가지 비열한 인간행태를 하필이면 쥐에 비유한 속담도 왜이리도 많은지… 고양이 앞에 쥐, 고양이 쥐 생각한다, 독 안에 든 쥐, 쥐구멍에도 볕들 날 있다, 소 뒷걸음 치다 쥐 잡기, 쥐×만한 게 까분다, 풀방구리에 쥐 드나들 듯,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쥐뿔도 없다, 쥐 코 조림 같다, 약은 쥐가 밤눈 어둡다, 구멍을 파는데는 칼이 끌만 못하고 쥐 잡는데는 천리마(용마)가 고양이만 못하다…
어쨌거나 새해, <농촌여성신문> 애독자 모든 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깃드시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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