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안옥선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연구관

▲ 안옥선 농촌진흥청 농촌환경자원과 연구관

공익형직불제 연착륙에
농업인의 자발적 노력과
국민 모두의 성원 필요

가을걷이가 끝나고 수확의 즐거움을 누려야 할 시기이지만 농업계를 둘러싼 최근 상황은 여느 때보다 격앙돼 있다.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게 되면 수입산 쌀이나 마늘에 대한 관세율 하락, 그간 허용됐던 농업보조금 총액의 축소는 물론, 농산물 가격 지지를 위한 ‘변동형직불제’ 축소도 불가피해 농업인들의 강한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대안으로 ‘공익형직불금 제도’의 조속한 도입을 내세웠다.

농업직불금 제도는 1997년 이후 도입돼 현재 9개가 운영되고 있다. 정부는 이 중 6개를 공익형직불제로 통합, 개편할 계획이다. 기존 직불제는 직불금의 80% 이상이 쌀에 쏠려 있고, 대형 농가일수록 혜택이 크다는 비판이 있어 왔는데, 이를 개편해 중소 농가도 소득 지원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고, 쌀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에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 생각이다.
그런데 왜 ‘공익형’ 직불금이라고 부를까? 농업·농촌은 국민 모두에게 편익을 주는 공익기능을 갖고 있어서다.

다행히도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에 대한 도시민의 이해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도시민 1500명과 농업인 3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8년 국민인식 조사에서도 농업인 88.2%, 도시민 72.2%가 농업·농촌이 갖는 공익기능이 많다고 답했다.
최근 농업·농촌의 공익기능과 관련해 농업인단체와 소비자단체 임원을 대상으로 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다. 그 결과, 농업인은 ‘농업’의 본원적 생산기능 유지가 무엇보다 우선이며 이를 위해 소득 보전, 직불금 지원 등을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자는 안전한 농산물 공급과 체험, 교육 등과 연계된 ‘농촌’의 기능을 중요시했다. 이렇게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바라보는 농업인과 소비자의 시각은 같은 듯 다르다. 농업의 유지와 보전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와 함께 농촌이 국민에게 열린 공간, 지역문화와 전통사회를 유지하는 공간으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농가소득 안정을 위해 큰 역할을 하게 될 ‘공익형직불제’가 도입되고 정착하려면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며, 농업·농촌이 국민 모두에게 편익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도입될 공익형직불제는 기존과 달리 생태·환경과 관련해 농업인이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 이행이 강화된다. 안전한 농산물 생산과 아름다운 농업·농촌 경관 조성,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통한 문화의 전수, 휴양과 힐링이 가능한 농촌을 만들어가기 위한 농업인의 자발적인 노력과 국민 모두의 성원이 필요한 때다. 
이제는 지역의 특화작목연구소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나 지자체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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