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개도국 지위포기 대책이라면서 2조2000억 고수

▲ 농업인들이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 예산 3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농식품부는 2020년도 예산안에서 공익형직불제 예산 2조2000억 원을 편성해 국회에 보고했다.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로 개편돼도 단기 3조 원, 장기 5조 원을 요구하는 농업인들의 요구에 빨간 불이 켜졌다.

지난 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위원장 황주홍)의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농촌진흥청, 산림청, 해양경찰청 2020년도 예산안과 기금운용계획안 심의 과정에서 올해 1조4000억 원 규모인 농업직불금이 공익형직불제로 개편할 경우, 8000억 원이 늘어난 2조2000억 원 수준을 책정하기로 했다. 정부 입장은 공익형직불제가 늘어날수록 밭작물로의 전환이 줄고, 대농까지 혜택을 봐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키며, 재정위험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이유다. 국회는 정부안보다는 증액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일부 여당의원은 2조4000억 원, 자유한국당은 3조 원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안, 전년대비 4.4% 증가한 15조2990억 편성
513조 매머드급 전체 예산 비중 2.98% 불과…3%대 붕괴
개도국 지위 포기 관련 대책 재탕삼탕 정책으로 돌려막기
국회 논의과정서 여야 이견 없어 3조 원까지 증액될 수도

황주홍 위원장은 “2020년도 정부예산안 513조5000억 원 중 농식품부 예산은 15조2990억 원으로 비중이 2.98%에 불과해 지난해 4%가 붕괴된 데 이어 3%대 마저도 무너졌다”면서 “이는 농업인 입장에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만큼, 국회 심의과정에서 농업예산을 최대한 지키고, 특히 개도국 지위 포기, 자연재해 증가, ASF 발병 등 급박한 분야의 예산 확대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농식품부 내년도 예산안은 15조2990억 원으로 전년 14조6596억 원 대비 4.4% 증가했으며, 산림청은 2조2113억 원, 농촌진흥청은 1조194억 원 등을 편성했다. 농식품부의 직불제 예산을 제외한 다른 예산안을 보면 농업 SOC에 1010억 원 늘어난 1조9186억 원, 맞춤형 농지지원 6460억 원, 건강·연금보험료 지원에 205억 원 줄어든 3330억 원, 농업재해보험 4974억 원 등이다.

농식품부 김현수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은 개도국 지위 포기 등 대내외 여건변화에 선제적인 대응, 지속가능한 농업, 농업인 삶의 질 향상, 농업의 공익적 역할 확장, 농업 혁신성장 등에 주안점을 뒀다”며 “공익형직불제 개편으로 인한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 농업관측 고도화와 채소가격안정제 등 수급조절 강화, 자연재해와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노후화 시설 개보수와 보험 지원 확대, 지역푸드플랜과 공공급식을 통한 지역먹거리 소비체계 구축, 청년창업농 안정적 정착을 위해 지원금과 임대농지, 보금자리 확대, 국민의 안전먹거리 공급을 위한 PLS 강화와 가축질병 상시점검체계 구축과 축산업의 근본적 체질 개선 등에 예산을 편성했다”고 설명했다.

10월25일 정부의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농식품부의 무대책에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5일 2020년도 예산안 심의에 나섰다. 이날 의원들은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한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공익형직불제 2조2000억 원 예산 편성과 관련해 재탕삼탕 정책에 불과하고,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질타가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경대수 의원은 “개도국 지위 포기 대책이라며 공익형직불제 2조2000억 원 편성을 내놨는데 2017년 직불금으로 2조6369억 원을 지출한 적이 있었던 만큼, 대책으로 볼 수 없다”면서 “이는 직불제 개편 의지가 없는 건 물론이고, 이전부터 논의되던 것을 재탕삼탕한 것에 불과하고 최소한 3조 원까지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이만희 의원도 “1995년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때 저조한 농가소득, 불안정한 농산물 가격, 낮은 국제경쟁력을 이유로 들었는데 지금 그 중 하나라도 개선된 게 있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오히려 도시와의 소득격차는 더 늘어났고, 공익형직불제는 법률제정이 이전에도 추진하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원래 타깃인 중국도 개도국 지위 포기를 하지 않는 마당에 우리가 서둘러 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지위 포기를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시 이양수 의원도 “개도국 지위 포기 시 513% 관세장벽 붕괴, 1조5000억 농업보조금 감축 등이 현실화 되는데도 지난 1일 국회 운영위에서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은 향후 다자간협상이 없을 것이라 농업분야의 큰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발언을 했다”면서 “김 실장이 그런 인식을 가지도록 농식품부 장관은 무슨 역할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은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농업인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는데도 청와대와 타부처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특히 정부가 지위 포기 대신 특혜라는 표현으로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는데, 이 조치가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 막아야 하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같은 당 김현권 의원도 “공익형직불제 예산을 줄기차게 3조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는데 정부의 2조2000억 원 편성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정운천 의원은 “농해수위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3조 원을 요구했는데 지금 편성안은 턱없이 부족하다”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증액의사를 내비쳤다.

김현수 장관은 “개도국 지위 포기와 관련해 충분한 예산배정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 “다만 WTO의 농업분야 협상이 2001년 이후 진전이 없고, 회원국간 이견이 워낙 커서 당분간 새로운 협상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 확실하므로 그동안 농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예산을 중점적으로 편성했다”고 설명하며 지위 포기를 철회할 의사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쌀 목표가격으로 변동직불금은 목적예비비 지출항목에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농업직불금 예산은 변동직불제 2533억 원, 고정직불금 8028억 원, 밭농업직불금 2078억 원, 조건불리직불금 546억 원, 경영이양직불금 472억 원, 친환경직불금 381억 원, 경관보전직불금 84억 원 등을 포함해 1조4122억 원이었다. 공익형직불제 2조2000억 원 예산은 사실상 1조605억 원 예산만 순증된 것이다. 거기에 직불금 규모가 늘어날수록 농업인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데 1인당 지원액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과 타 복지사업과 비교해 인상폭이 과도하다는 이유로 농축산연합회가 주장하고 있는 공익형직불제 예산 3조 원과는 격차가 워낙 커 합의가 될지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국회 농해수위 대부분 의원들이 여야를 떠나 3조 원 확대에 공감하고 있어 논의과정에서 증액이 될 가능성은 일단 긍정적 분위기가 감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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