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愛살다 - 전북 고창 고수면 예지리‘고수농장’염상훈 대표

▲ 염 대표가 가장 오랜 시간을 머무는 농장 안의 모습

고3 실습을 아버지 농장에서 벌써 20여년 ‘원로(?) 청년농부’
계사 3동에 닭 4만여 마리…부모와 함께 가족농 자부심

 청년벤처스와 4-H회장 등
 다양한 활동으로 귀농 선도
‘청년벤처스’ 회장도 맡아

고창군 고수면은 노령산맥의 서쪽 끝에 자리한다. 해발고도 200∼400m의 산지가 많고, 서부는 구릉과 평야로 이루어져 있다. 벼와 보리류의 주곡농업 외에 잎담배재배와 낙농업이 발달했다.
고수면 예지리 상곡2길 고지대에는 원로(?) 청년농부 염상훈 대표(40·고수농장)가 20년째 산란계 농장(3개 축사에 4만여 마리)을 운영하고 있다. 나이는 이제 갓 40이지만 농사 경력만 20년이 넘는다. 그러다보니 주변 동료들은 그를 ‘원로 청년농부’라 부른다.

“고창이 고향이고 또 이곳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나왔어요. 어렸을 때는 공부보다 노는 것에 정신이 팔려 부모님 속을 많이도 썩였습니다. 원 없이 놀아보았다고 해야 할까요. 고등학교 3학년 때는 부모님 걱정도 덜고 도움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남들은 취업 실습을 나가는데, 저는 부모님 농장으로 실습을 나왔지요. 그리고 지금까지 눌러앉았으니까, 열아홉 살 때부터 농사를 지었다고 보면 될 것 같네요. 벌써 농사만 20여 년이 됐습니다. 경력으로만 보면 주변 친구들보다 한참 선배인 샘이죠.”

염 대표는 농사에 뛰어든 것 못지않게 결혼도 빨랐다. 아버지와 함께 농장 일을 하면서 1년 후배(당시 고3)인 박정화 씨(40)를 만났고 졸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아내로 맞았다.
20대 초반 청년의 그런 사랑과 용기는 그러나 곧 시련으로 찾아왔다. 아들이 어릴 때부터 병치레가 잦았다. 중환자실에 오래있다 보니 어린 아내는 아이 병수발에 다른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들은 장애를 안고 20살이 됐다.

“처음에는 사실 많이 힘들었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하늘이 준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도, 부모님과 스스로를 위해서도 더 건강하고 즐겁게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들 때문에 더 일찍 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느낌도 받습니다.”
염 대표는 농업에 뛰어든 순간부터 고창군농업기술센터 등 주변의 각종 교육을 빠짐없이 참여했다. 고창군4-H 회장과 전북연합회 부회장 등 여러 모임도 최선을 다했다. 배드민턴 등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마니아이기도 하다.

“즐겁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농사일이라는 것이 눈코 뜰 새가 없어요. 부모님과 저 셋이서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일이 많아요. 하지만 틈틈이 많은 사회적 활동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디제이’ 연습도 합니다. 집에 관련 장비를 갖췄어요. 그리고 즐겁게 사회도 보고 음악도 틀어보고 하지요”
염 대표는 농사는 즐겁지 않으면 고통이라고 말한다. 스스로 즐기고 많은 사람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해결책도 나오고 삶도 행복해진다는 믿음이다.

▲ 고창 청년벤쳐스 회원들은 염상훈 대표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많은 모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지난 2017년쯤에 ‘청년벤처스’라는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20~30대 청년들로 구성을 했는데, 제가 본의 아니게 원로(?)이다보니까 회장을 맡아서 일해오고 있어요. 서로 힘을 모아 많을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든든하지요.”
염 대표의 농장 경영 노하우는 최적화 시스템으로 노력하는 것이다. 우선 인건비 절약을 위해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고 부모님과 함께 3명이 파트너십으로 운영하는 체계를 갖췄다. 현재 4만수에 머무는 것은 가족농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소화해낼 수 있는 범위로 보기 때문이다.

“소규모 가족농을 고집하는 이유는 주변을 보면서 얻은 경험이 큽니다. 보통 전국 평균 농가당 10만수의 산란계를 키우는데, 규모를 키우다보면 투자비가 크게 증가하고 직원들 인건비도 만만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면 작은 외부 요인에도 압박을 받습니다.”
“앞으로는 계란 생산 이외에도 ‘구운 계란’ 같은 또 다른 소비재를 만들어서 온라인상에 유통하는 등 6차 산업인으로 변화하고자 하는 목표도 있습니다.”

염 대표는 귀농인이 경계해야 할 것으로 작업복만 입고 항상 자기 일에만 빠져서 주변과 소통하지 않고 사는 것을 들었다.
“시골은 한적한 만큼 주변과 소통해야 오해 없이 농작업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만큼 각종 협의단체도 많습니다. 또 너무 과한 빚을 내서 귀농에 투자하는 것도 걱정스러워 보여요. 천천히 알아가면서 투자하는 것이 건강한 농촌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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