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지역 열악한 의료인프라 - ‘농업인재활센터’가 해결

사후관리와 예방, 두 가지 효과로 주민들 건강 지켜
중증질병 치료는 대도시로…해결해야 할 과제

농촌은 점점 고령화되고 대다수의 농민들이 ‘농부증’을 앓고 있지만 이들의 건강을 돌볼 농촌의 의료인프라는 갈수록 열악한 실정이다. 농부증이란 오랜 기간 농사에 종사한 사람들이 갖는 직업병적 증상이다. 의료용어로 정확히 정립된 의미는 없지만 허리나 무릎과 관련된 근골격계 질환, 농약 중독, 어지럼증 같은 것 등이 있다.

농민 대다수가 앓는 근골격계 질환의 경우, 심하면 어깨 회전능력이 파열되거나 척추디스크,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이후 재활 치료가 함께 이뤄져야 하지만 재활센터를 갖춘 대형병원의 경우, 농촌에서 거리가 멀어 제대로 된 사후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

이에 인구의 80%가 농업에 종사하는 전남 곡성군에서는 근골격계 환자의 체계적인 재활서비스를 위해 국내 최초로 농업인재활센터를 열어 운영 중이다.

▲ 재활치료중인 곡성주민들

국내최초 농민 위한 의료시설

곡성군 농업인재활센터는 보건의료원 내에 위치한다. 환자들의 관리와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재활의학과 전문의와 간호사 각 1명, 물리치료사 2명을 두고 있다.

1층은 재활운동실, 2층은 재활교육실로 재활운동실에서는 재활의학과 전문의 진료와 처방에 따라 물리치료, 재활운동실 장비를 활용한 운동 치료를 한다. 처방 후엔 물리치료사가 순환식으로 맞춤형 운동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전·사후 비교평가와 관리가 이뤄진다.

진료 장비를 사용하거나 약 처방, 주사가 처방될 경우엔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지만 월 1회 재처방과 재활운동실 이용은 무료다.

곡성군 보건의료원 농업인재활센터 담당자 이양훈씨는 “농민들의 질병 치료에 크게 영향을 주진 않겠지만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다.”면서 “물리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는 분들은 부담을 덜었을 것”이라며 의료비 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그는 또 “재활의 목적도 있지만 센터에서 꾸준히 운동을 하시는 분도 있다”며 센터의 질병 예방효과를 언급했다.

2층은 재활교육실이다. 주로 요가, 필라테스나 세라밴드와 짐볼을 이용한 근력 유연성 운동 중심의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농부들의 취약한 어깨, 무릎관절 근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전남과학대학교 산학협력단, 조선대학교병원 농업안전보건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연계 중이며, 요가 지도자 양성과정을 통해 요가강사를 배출하고 이를 강사로 고용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상 중이지만 외부 강사의 영입이 쉽지 않다고 이양훈씨는 말한다. 또한 이전에는 면 단위 주민들을 위해 의료원 셔틀버스와 방문 보건 차량을 운행하기도 했는데 치매센터에서 발생한 차량 사고 후 관련된 차량운행을 모두 중단했다고 한다.

 

의료 사랑방 역할 ‘톡톡’

1층에서 슬링운동치료(흔들리는 줄을 이용한 도수치료의 한 방법) 중이던 한 노인은 “3년 전 뇌출혈로 몸의 균형이 틀어졌는데 광주에서 보훈병원을 다니다 이제 매일 여기서 운동을 한다.”면서 “월요일에서 금요일, 문 여는 시간에 맞춰온다”고 말했다.

발 찜질을 받고 있던 아주머니는 “얼음판에 미끄러져 발등에 금이 간 뒤로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찜질을 받는다.”며 “병원으로 물리치료를 가지 않아도 돼 좋지만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때에는 광주로 나간다”고 말했다.

농민들의 인식개선도 필요한 부분도 있다. 의료원 청소 아주머니는 “예전에 담배 농사, 벼농사를 지으면서 농약통을 이고 다녔다. 젊을 때라 병원 안 가도 괜찮아서 안 갔는데 목디스크가 생겼다. 이젠 못 고칠 거 같아 안 간다”고 말했다. 근거리에 치료시설이 있어도 통증을 쉽게 생각하고 방치하는 경우다.

 

여전히 역부족인 의료인프라

당뇨나 고혈압 심혈관질환과 같은 중증질병 관련해서는 의료장비와 전문의가 여전히 부족하다. 관련 질병 환자들은 대부분이 남원이나 광주로 나가 진료를 받는다.

재활센터 물리치료사 왕신우씨는 “어머님들이 병원을 다녀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 센터에도 오늘은 병원 가는 날이라 못 나온다고 하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곡성군 보건의료원 방문보건팀 김귀숙팀장은 “중증질병 관련해서는 예방교육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 심폐소생술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어르신들이 걸리기 쉬운 고혈압, 당뇨, 심혈관질환은 전남과학대와 연계해 예방 교육을 강화 중”이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휴대전화 1번에 자식들 전화번호가 아니라 119를 저장해두는 등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병원 이동수단에 대해서는 “군에서 지원하는 천원택시가 있다”며 “곡성 인구의 대다수가 농민들인 만큼 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연계해 의료인프라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인력문제 또한 해결과제다. 물리치료사 왕신우씨는 “일손이 부족해 혼자서 해결해야 하는 일이 많다. 도시의 병원은 수익을 내려다보니 환자와 의사 모두 예민해서 스트레스 받았는데 센터는 그런 문제는 없다. 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병원에서보다 혼자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농업인 재활센터 담당자 이양훈 씨는 “현재 의료원과 재활센터 전문의는 모두 공중보건의다. 공보의가 아니면 전문의를 구할 수 없다”며 “군에서 예산을 지원해 봉직 의사를 두지 않으면 의료인력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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