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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부증’, 운명 아니다…이젠 스스로 건강 챙기자

기사승인 2019.09.06  14:3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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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간 13주년 특집-의료인프라 열악한 농촌, 여성이 위험하다

농사를 짓다 보면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위험한 환경에 노출된다. 신체에 부담을 주는 농사일로 농업인이라면 근골격계 질환이나 여타 질병을 1~2가지는 으레 안고 살아간다. 강원 평창군의 이정인씨는 “감자 수확을 할 때면 하루 종일 계속 구부리는 자세로 일해야 해서 허리는 굽고 다리는 8자로 흰 농촌여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야외작업이 대부분인 탓에 열사병, 화상, 탈진, 백내장, 동상 등의 질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소음과 진동이 심한 농기계를 많이 사용한다면 난청, 손·팔 진동 증후군, 요통 등을 겪기도 한다. 요즘처럼 미세먼지가 심할 때면 비염, 천식, 기관지염 등을, 농약으로 인해 신경계·피부·호흡기 질환, 악성 종양 등을 겪는 사례가 생기기도 한다. 농업인들이 농작업 중 흔히 노출되는 ▲근골격계 질환 ▲농약 중독 ▲농작업 손상 등은 끙끙 앓다 농업인들을 골병들게 하는 대표적 질환들이다.

   
▲ 치료보다 예방이 우선이라는 말은 농촌에서 특히 유효하다. 농업안전보건센터는 지자체 의료기관, 농촌진흥기관과 함께 큰 병이 되기 전 운동프로그램을 처방함으로써 농업인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사진은 곡성군보건의료원 운동 프로그램 현장)

근골격계·농약 중독·각종 손상 등 만연…당연한 듯 방치하다 큰 병 불러
농업안전보건센터, 여성농업인 특화검진 예비사업 추진
“왜 여자만?” 반론부터 농번기 참여율 떨어지는 문제도
의료시설 부족한 농촌에 원격의료 서비스 대안될 수도

여성농업인 특화검진, 2021년 도입 예정
여성농업인들이 겪는 근골격계 질환은 구부리고 숙이는 동작이 많은 작업 자세 때문에 유발된다. 주로 허리, 무릎, 팔·다리, 목 등의 부위 통증과 신체적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재 여성농업인 특화검진 예비사업을 맡고 있는 경상대학교병원(경남 농업안전보건센터), 강원대학교병원(강원 농업안전보건센터), 조선대학교병원(전남 농업안전보건센터) 등은 근골격계 검진과 사후관리, 안전보건서비스 등의 표준안 만드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대학교병원 김재윤 연구팀장은 “전남 여성농업인 200명을 대상으로 특화검진 예비사업을 추진 중”이라면서 “2021년 도입 예정인 여성농업인 특화검진 준비사업의 일환으로 어떤 걸 하지 말아야 하고, 또 어떤 걸 해야 할지 매뉴얼을 만드는 데이터를 축적하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여성농업인 특화 건강검진은 골절예방(골다공증·근감소증), 근골격계(무릎관절염·허리·손가락), 농약 중독, 호흡기, 난청, 눈 질환 등의 항목으로 나뉘게 된다.

농업안전보건센터가 마련한 농업인 건강검진 코드북을 살펴보면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묻는다. 기본적 신체사항과 농업형태를 시작으로 농약·분진가스·소음진동·자외선·신체 부담·65세 이상 등의 6개 유해인자, 농작업 시간, 사고경험 등을 체크한다. 또한 각 질환별 증상 부위와 정도, 어떤 자세를 취했을 때 통증이 생기는지 등을 살핀다. 눈에 띄는 건 이들 센터가 예방보건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찾아가는 재활운동, 마을 운동 프로그램 등은 비용 대비 효과가 좋아 농업인들의 호응이 높고, 농업인들을 지도할 인력을 그 지역에서 뽑아 일자리도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

농약 노출, 각종 손상도 문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농업인의 55.6%가 농약 중독을 경험했고, 이 중 26.8%가 중증 이상이라고 한다. 문제는 농약 중독이 눈에 보이는 질병을 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지기능 저하, 당뇨병과 우울의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원주의료원 고상백 교수팀은 2005년부터 강원도 농업인 3162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농약에 노출되면 치매 고위험군인 경우 인지기능이 최대 2.78배 떨어진다고 밝혔다. 이는 농약이 신경계와 효소에 악영향을 끼쳐 주의력과 기억력을 감소시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오랫동안 고강도로 농약을 쓰면 당뇨병과 우울에도 유해인자가 될 수 있단 결과도 도출했다.

단국대학교병원(충남 농업안전보건센터) 문선인 팀장은 “2016년 청양군 농업인 64명과 올해 천안·태안·홍성 등 농업인 67명을 대상으로 농약 노출 코호트(특정요인에 노출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을 추적해 질병 발생률을 비교하는 연구법)를 마쳤다”면서 “농약을 쓴 당일 몸에 패치를 부착해 작업 시 노출되는 농약량을 파악했고, 살포 전, 직후, 24시간 후, 48시간 후 등 총 4회에 걸쳐 소변을 수거해 검사했다”고 설명했다. 44건의 농약 중독 환자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마치는 12월에 상세한 내용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농업안전보건센터 홈페이지에는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는 ‘농약안전보건정보’가 업데이트돼 있다.

제주대학교병원(제주 농업안전보건센터) 오지영 연구원은 “구급·응급실 기반으로 농작업 시 낙상, 절단 등의 위험에 대해 감시체계를 마련했다”며 “특히 10년 주기로 맞아야 하는 파상풍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했는데 경제적으로 또는 시간적으로 접종을 못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65세 이상에게도 접종 가능한 백신으로 2017년부터 요청이 있거나 예방사업이 이뤄지지 않은 마을별로 정기적으로 파상풍 예방접종 사업을 수행한 결과 343명의 농업인이 혜택을 봤고, 큰 병을 막을 수 있는 조치에 만족했다고 오 연구원은 밝혔다.

농작업 손상을 연구하는 제주대학교병원은 농기계나 농기구로 인한 손상 시 기본적 치료가 가능한 응급키트와 실습교육을 2015년부터 올해까지 1240명 농업인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고령농업인 낙상 예방 클리닉도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클리닉은 낙상의 근본적 원인이 되는 근력 부족과 영양소 결핍,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코어 운동프로그램 연계, 비타민D·칼슘 처방, 환경개선 물품 등을 제공했다.

   
▲ 농기계가 필수인 농촌에서 사고 위험은 언제나 뒤따르게 마련이지만 이에 대한 치료체계는 열악하다.(사진은 트랙터 안전사고 장면)

한계와 개선책은…
현실적으로 특화검진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려면 다양한 영역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경찰과 소방관 등 특수직업군의 경우 산업안전보건공단과 산업안전보건연구원 등이 표준화와 과정을 맡고, 고용노동부가 수가와 법령을 뒷받침하는 구조다. 근로자건강센터가 사후관리와 보건서비스를 책임지는데 현재 전국 5곳에 불과한 농업안전보건센터가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3년 단위로 재지정을 받다보니 소규모의 인력과 예산도 활동에 제약을 주는 요소다.

농업안전보건센터 관계자는 총괄할 중앙 농업안전보건센터 설치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요업무를 표준화해 각 지역센터가 각각의 사업을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같은 농업인인데 왜 여성농업인만 혜택을 받느냐는 반론과 가장 증상이 심한 농번기 때 오히려 참여율이 급격히 떨어져 사업의 효과를 제대로 못 본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병원에 가기 힘든 농촌의 현실을 감안해 정부는 지난 7월 강원도 오지의 만성질환자 중 재진(再診)환자를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의원·보건소 등)이 혈압 등 측정정보를 모니터링하거나 내원 안내, 상담·교육 등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간호사와 환자가 함께 있다면 진단과 처방도 가능하다. 하지만 의사협회는 즉각 의료 근간을 흔드는 정책이자 의료 소외지역이란 이유로 대면진료를 외면한 원격의료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농촌의 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의견도 많다. 2016년 농어업인 복지실태 조사결과에 의하면 ‘적절한 의료기관을 찾기 어렵다’는 응답비율이 2013년보다 8.1%p 늘어난 16.5%나 됐다. 의료인력과 의료시설 접근성과 만족도는 각각 28.9%, 22.9%에 불과했다. 대중교통 여건도 도시에 비해 턱없이 부족해 개인차량으로 먼 거리의 큰 병원을 가기 어렵다보니 가까운 보건소나 지소에서 간단한 진료를 받는 것에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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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동 기자 lhdss@naver.com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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