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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일로 골병드니 인생까지 서글퍼…

기사승인 2019.09.06  12: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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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특집-여성농업인 건강 빨간불

여성농업인의 일생, 젊을 땐 농사 걱정…나이 들면 병원비 걱정

   
▲ 밭농사의 대부분은 여성농업인이 감당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전남 신안 임자면의 넓은 대파밭에서 김을 매는 여성농업인.

여성농업인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는…
농사일로 인한 만성질환․농기계사고․농약사용․폭염․진드기매개감염병

전남 신안군 임자도에서 8만2500㎡(2만5000평) 대파농사를 짓고 있는 고인숙씨(전 생활개선신안군연합회장)는 평생 해온 농사를 그만둬야 할지 남편과 함께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몇해 전부터 부부의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오랜 그리고 고된 농사일로 인한 만성질병에 몸이 고장 났고, 이명 현상까지 생겼다. 몸이 아프니 마음까지 우울감이 심해졌다.
“37년간 농사지으며 이제 먹고 살만하니까 몸 구석구석이 성한 데가 없고, 병원을 내 집처럼 드나들어야 하니 인생이 서글프기만 하다”며 고 씨는 한숨 쉬었다. 고 씨에 따르면 이곳 농업인의 경우 건강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거나 규모를 줄이는 경우가 흔한 일이란다.

“흔히들 골병 들었다고 얘기하죠? 여성농업인들이 모인 자리는 한번 앉았다가 일어날 때마다 ‘아이고, 아이고’ 곡 소리가 끊이질 않아요.”
대부분의 여성농업인들이 각종 근골격계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 신안 임자면은 밭이 많은 지역이다. 여성농업인들이 김매기 등 앉거나 엎드려서 하는 농사일이 많다보니 오랜 농사일로 인한 고질병(직업병)이 한두 개씩 있다. 70세가 가까워지면 허리가 꼬부라지고 끊어지고 관절에 문제가 생기기 쉽다. 교통 수단이 불편해 제법 먼 거리도 차 없이 오래 걸어 다니는 게 습관이 되다보니 나이 들어서는 발목이 아파 고생하는 경우도 많다.

“이곳 농업인들은 병원비로 일 년에 적게는 300만 원에서 500만 원 정도는 기본으로 지출하는 것 같아요. 허리나 어깨, 무릎 통증을 줄여주는 물리치료비도 적지 않게 들지만 무릎 관절주사와 시술과 수술비로도 목돈이 나가죠.”
그간 농사 지며 땀 흘려가며 고생해서 한두 푼 모은 돈을 병원비로 다 까먹을까 걱정도 된다.
여성농업인이 여성이기에 겪는 고충을 조사한 조사에 의하면 가장 큰 고충으로 농사일에서의 체력 부족(32.8%)과 농사와 가사 병행의 어려움(24.5%)을 꼽고 있다. 건강한 여성농업인도 체력부족을 농업의 어려움으로 꼽고 있는데 아프기까지 한다면 농업의 의지가 꺾이는 것은 당연하다.

 

편리하고 안전한 농사 교육
여성부터 먼저 받아야 농촌이 행복해집니다~

농번기에 밭에서 안전사고 다발

   
▲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여성농업인의 안전한 영농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여성농업인 맞춤형 편이장비를 개발 지원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것 중에는 지속적이고 오랜 농사일로 인한 질병만이 아니다. 잘 정비되지 않고 자연에 그대로 노출된 곳에서 일해야 하는 농촌의 작업 환경으로 인한 위험 요소도 많다.
경북 경주에서 농사짓는 정영순씨는 경운기 운전 중에 손이 끼어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다. 정 씨는 “다행히 치료가 잘돼 지금은 흉터만 조금 남았지만 당시를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다”고 얘기한다.

전북 김제에서 고추농사를 하는 여성농업인 김현례씨는 고춧대를 예초기로 밀다가 사고를 당해 무릎 뒤쪽 살이 찢어져 병원에 15일 넘게 입원한 적이 있다. 김 씨는 “지금도 그 자리가 비가 오면 아프다”고 들려준다.
농기계 사고와 도로 정비 불량이나 미숙으로 인한 운전사고, 농작업 중 발생하는 농약 사고, 여름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진드기 매개감염병 등은 자연 환경에 고스란히 노출돼 일하는 여성농업인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들이다.

“임자면의 우리 동네에 50곳의 농가가 있는데 경운기벨트나 양수기벨트에 손가락을 다친 사람들이 비일비재해서 6~7명은 돼요. 우리 남편도 2003년에 경운기벨트에 손가락이 잘렸는데 그때 생각하면 지금도 아슬아슬 하죠”
고인숙씨는 여성농업인의 경우 운전부주의로 인한 소위 꼬마차나 4륜오토바이 전복사고도  동네에서 자주 발생하는 편이라고 여성농업인 사고의 위험성을 알렸다.

쯔쯔가무시병도 야외활동을 하는 여성농업인에게 큰 위험 요소다.
전남 함평에서 고추·콩 등 복합농사를 하고 있는 김남순씨는 두해 전에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적이 있다. 모자를 밭두렁에 놓아두었는데 그 사이 진드기가 옮아 고생을 했다. 얼굴이 빨개지고 머리카락이 빠진 후에야 병원에 갔다가 병에 걸린 사실을 알았다. 치료를 받았지만 지금도 머리가 가끔 아프고 눈이 침침해져 그 후유증을 앓고 있다.

여성농업인 편이장비 보급
안전하고 편리한 농사에 도움

농촌진흥청이 전국 1만 농가 대상으로 2016년 한 해 동안 휴업 1일 이상의 농업인의 농작업 관련 손상에 대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5월’이 17.4%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다음으로 ‘7월’ 14.2%, ‘4월’ 12.7%, ‘10월’ 11.2%, ‘6월’ 10.2%, ‘3월’ 8.6%로 나타나 아무래도 농번기 사고가 많았다.
장소별로는 ‘밭’에서 발생한 경우가 전체 손상의 33.5%로 가장 높았으며, ‘논’ 21.2%, ‘시설’ 15.7%, ‘농로’ 11.2%, ‘과수원’ 7.7%, ‘집’ 4.0% 등의 순으로 나타나 밭에서 일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밭농사의 대부분을 여성농업인들이 담당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손상에 대한 형태는 ‘전도’(미끄러짐)가 전체 농작업 관련 손상의 22.6%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농작업 관련 농기계 운전사고’ 21.5%, ‘신체반응’ 14.5%, ‘추락’ 12.5%, ‘충돌·접촉’ 11.5%, ‘협착·감김’ 5.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손상을 부위별로 살펴보면, ‘다리’가 16.9%로 가장 많았으며, ‘손가락’ 15.6%, ‘흉부’ 8.1%, ‘팔’ 7.9%, ‘척추’ 7.4%, ‘기타’ 6.5%, ‘발가락’ 4.7%, ‘어깨’ 4.6% 등의 순이었다.

또한  농업인의 농작업 관련 손상에 대한 종류는 ‘골절’이 35.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근육·인대 파열’ 13.4%, ‘허리·목 디스크 파열’ 9.8%, ‘타박상·멍’ 9.3%, ‘베임(열상·개방상)’ 8.3%, ‘삠·접질림(염좌)’ 5.5%, ‘찔림’ 3.3% 등 다양한 다침의 종류를 보였다.
농작업 시 사고가 일어난 농기구 종류별 현황은 ‘낫’에 의한 것이 51.7%로 가장 많았다. ‘기타’ 23.3%, ‘사다리’ 7.4%, ‘운반상자’ 4.0%, ‘운반수레’ 3.9%, ‘작두’ 3.8%, ‘호미·모종삽’ 2.2%, ‘일반톱’이 1.8% 등 다양한 농기구 사고가 있었지만 낫에 의한 것이 과반을 넘어 특히 조심해야 할 농기구로 나타났다.

보통 사고가 발생하면 농업인의 휴업 기간은 ‘30일 이상’인 경우가 64.2%로 가장 많았으며, ‘14∼30일 미만’ 15.5%, ‘7∼14일 미만’ 7.5%, ‘영구장애 발생’ 6.9%, ‘1∼4일 미만’ 3.8%, ‘4∼7일 미만’이 2.1%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또 농업인의 농작업 관련 손상에 대한 치료 종류를 살펴보면,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한 경우가 63.9%로 가장 많았으며, 병원을 방문해 통원치료만 한 경우는 35.3%, 약국만을 방문해 약물 복용을 한 경우는 0.8%로 나타났다.

농업인이 아프고 다치게 되면 농업경영활동에도 피해를 입게 된다. 농업인의 농작업 관련 손상으로 인한 농업경영활동 피해는 ‘피해가 심함’ 이상을 기준으로 했을 경우 ‘휴업으로 인한 농업 차질’이 56.1%로 가장 많았다. ‘가족에 농업활동 부담’ 40.0%, ‘생산 품질 저하’ 32.2%, ‘치료비로 인한 가계 압박’ 29.3%, ‘농업 규모 축소’ 20.2%, ‘고용인건비 증가’ 18.8% 순으로 나타나 큰 부담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인숙씨의 경우도 건강이 좋지 않아 외국인 인력을 쓰면서부터 농업경영비 부담이 많이 늘었다. 상주 외국인력 고용이 부담이 돼 지금은 인력사무소를 통한 임시 인력 사용으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요즘의 여자일당 8만 원, 남자 10만 원씩의 인건비는 부담이 많이 간다.
한편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와 농촌진흥청은 농업인에게 발생하는 안전사고 중 발생 위험 주요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공동으로 연차별 실천과제를 설정해 추진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는 농촌진흥청과 함께 여성농업인 농작업 안전사고예방 실천운동을 펼쳐오고 있다. 농약 등에 의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여성농업인 스스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안전한 농작업 환경 조성에 역할을 하는 현장 요원으로서의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또한 ‘농작업재해 교육과 농기계 사고 예방 캠페인’을 시·군농업기술센터와 함께 실시하며 여성농업인 사고 예방을 위한 의식을 높이고 있다.

더불어 각 시·군 생활개선회는 최근 발생하는 진드기 매개 감염병과 농업인의 심뇌혈관질환, 폭염 등의 예방을 위한 교육 등 안전을 위한 예방 교육을 실시해 여성농업인 스스로가 건강하고 안전한 농촌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또 서천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올해 작업대, 농작업의자 등 다양한 맞춤형 편이장비를 개발, 지원해 여성농업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이처럼 각 시·군농업기술센터에서도 여성농업인을 위한 편이장비 지원과 근골격계 질환 예방을 위한 교육을 추진으로 여성농업인의 안전한 영농을 지원하고 있다.

서천군농업기술센터 생활자원팀의 김재경 지도사는 “여성농업인 맞춤형 농작업 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며, 특히 작업시간을 단축시키고 피로도를 감소시키는 편이장비 도입과 건강과 안전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으로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이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여성농업인이 남성보다 지속적 농작업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농촌의 경우 남성은 농작업 기계를 운전하고 나머지 밭일을 여성이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농기계운전 교육 등을 할 때 남성과 같이, 아니 남성보다 먼저 여성교육을 진행해 여성농업인이 좀 더 편리하고 안전한 농사를 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도 여성농업인의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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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애 기자 love8798a@naver.com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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