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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진국’이란 독배

기사승인 2019.08.23  11: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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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105)

   

# 예수·석가모니·공자와 더불어 세계 4대 성인의 한 사람으로 일컫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Socrates, 기원전 470년~기원전 399년)는 신을 모독하고 청년을 타락시켰다는 죄로 70세에 독배(毒杯, 독이 든 잔)를 받아 마시고 죽었다. 이때 그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지금 우리나라는 동맹국인 강대국의 위협과, 경제보복 속에 ‘선진국’이라는 독배를 받아 들고 기댈 곳 하나 없이 국제사회의 ‘무역전쟁’이라는 거센 풍랑에 맞서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무역기구(WTO)가 90일 이내(10월까지)에 개발도상국 특혜 철폐 문제를 진전시키지 못하면, 개별 국가에 대한 개발도상국 대우를 일방적으로 중단 하겠다”고 밝혔다.
WTO에서 한국 등의 개발도상국 혜택을 박탈하겠다는 협박성 주장이다. 그런가 하면, 이웃 일본의 아베 정부는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화이트 리스트)에서 제외시키는 경제보복을 단행, 사실상의 적대국이 됐다. 트럼프의 주장대로 우리나라의 개발도상국 지위가 박탈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산업은 농업분야다.

#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가 박탈되고 소위 선진국 지위를 갖게 되면, 자국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그동안 수입농산물에 300~600%의 높은 관세를 매기던 것이 더이상 어려워진다. 특히 쌀의 경우, ‘민감품목’으로 보호 하더라도 지금의 관세율(513%)을 더 낮춰야(393%) 한다. 만약에 ‘민감품목’이 아닌 ‘일반품목’으로 했을 경우 관세를 70% 낮춰야 하기 때문에 154%까지 떨어지게 된다.
농업보조금 지급 기준도 지금보다 훨씬 더 까다로워진다. 현재 농업인들에게 지급되고 있는 정부의 각종 농업보조금은 연간 11조원이다.

선진국 지위를 얻게 되는 순간 이 중 상당 부분을 삭감해야 하고, 그만큼 농업인들에게 돌아가던 혜택이 줄어들게 된다.
결국, 어찌할 수 없이 그동안 암묵적으로 누려온 개발도상국 지위를 졸업할 수밖에는 없을 것이며, 그럴 경우에 대비한 철저한 대책이 속히 마련돼야 한다. 직불제 등 보조금 제도도 실효성 있게 개선 돼야 한다.

우리는 선진국 진입의 기본 지표라 할 수 있는 1인당 국민소득을 12년 만에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로 끌어올렸다. 지표상으로만 보면, 지금은 3만1349달러(2018년 기준)로 세계 38위다. 인구로는 5181만 명으로 세계 27위, 국제통화기금(IMF)이 꼽은 39개 선진 경제국에도 아시아의 다른 5개국-일본·대만·싱가포르·홍콩·마카오와 함께 올라 있다.

그런 우리가 지금 세계의 ‘글로벌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선진국’이라는 독배를 받아들었다. 경제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는데도 미래 담론이 실종되고, 세계 외교무대에서 외톨이가 된 대한민국에게 ‘선진국 지위’는 독배다. 지금 필요한 건, 무지와 오만, 자아도취에 빠진 감성적인 ‘말의 성찬’이 아니라, 국가위기 관리능력에 바탕한 전략적 리더십이다. 그래야만이 ‘독배’가 아닌 ‘성배(聖杯)’를 받아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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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희 기자 history814@hanmail.net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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