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특허를 말하다- ⑬경남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윤혜숙 연구관

▲ 윤혜숙 연구관이 고설식으로 수경재배되는 딸기를 둘러보고 있다.

‘금실’ 품종 개발로 한국형 수경재배 적응성 높여
“딸기농사는 악성노동 해결이 무엇보다 절실했다”
수경재배면적 30%까지, 당분간 계속 늘어날 듯

“딸기는 우리농가에서 중요한 수입원이 되고 있습니다. 외국의 경우도 딸기의 농가수입 비중은 결코 낮다고 볼 수 없지요. 그렇기 때문에 재배과정에서의 효율성과 가격경쟁력이 절대적인 부분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전제로 개발된 한국형 수경재배 방식은 이제 딸기 재배면적의 30%까지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형 수경재배 방식이 농가에 안정적으로 정착해 농업인의 건강증진과 딸기산업 발전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뿐입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원예연구과 윤혜숙 연구관(53)은 한국형 수경재배를 정착시키는데 많은 노력을 해왔다. 윤 연구관은 그동안 딸기 점적관수형 육묘트레이와 물사용 절감형 관수기 제어반, 딸기 수경재배용 멀티컵베드를 각각 특허 등록했고, 지난 2018년에는 딸기 ‘금실’을 품종 등록했다.
또한 딸기 기술서로 ‘딸기야 놀자’ ‘딸기 하이베드 수경재배 양액관리기술’ ‘까칠한 딸기 금실 재배 가이드’ 등도 발간해 보급했다.

“우리나라 딸기 생산액은 2017년 경상가격 기준 1조3964억 원으로 전체 농업 생산액의 2.8%를 차지합니다. 이 같은 딸기의 생산액은 지난 2000년에 4443억 원과 비교하면 약 3.1배까지 증가했지만, 재배면적을 보면 1980년 10,195ha를 정점으로 매년 1%씩 꾸준히 감소해 현재 약 6000ha 수준으로 절반이 줄었습니다. 이유는 악성노동과 농촌 인구의 감소 때문이라 볼 수 있지요.”
딸기는 육묘부터 수확종료까지 14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또 작물의 키가 작아 허리와 무릎을 굽혀서 수확을 해야 하는 등 작업자의 근골격계에 부담을 많이 주는 단점이 크다.

“딸기의 수확은 무엇보다 악성노동을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 판단했습니다. 허리를 굽히지 않고도 딸기 농사가 가능할까? 그래서 우리나라 재배환경에 맞는 딸기 수경재배기술과 품종을 개발하는데 중점을 뒀지요.”
“고설식 수경재배는 지면에서 1m 높이에 설치한 철재 구조물 위에 일명 침대(bed)를 만들어 딸기를 심고 양액을 공급하면서 재배하는 방식이예요. 딸기가 공중에서 주렁주렁 열리게 되니 허리를 굽히지 않고 서서 수확을 할 수 있어 노동 강도를 줄일 수 있고, 토양 연작장해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윤 연구관은 앞서 딸기 농사의 악성노동이 고령화된 농촌에 심각한 인력 문제를 초래할 것을 인지해 지난 2001년부터 수경재배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일본과 네덜란드의 선진 기술을 응용했지만, 소규모 농장에 초고비용의 일본식 재배시스템도, 재배 환경과 품종이 다른 네덜란드식 기술도 우리나라에선 만족스런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그런 몇 번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의 환경과 작형, 품종에 맞는 수경재배기술 개발에 전념한 결과, 딸기 수경재배의 노력절감 효과 등 다수의 연구논문을 국제 및 국내학회에 발표할 수 있었다. 윤 연구관은 여기에 또 팽연왕겨 등 저비용 배지의 활용 기술과 경제적 재사용 기간 등도 구명했다.
“연구가 연구로 이어지게 돼있지요. 이런 것들을 연구하고 개발하다보니까, 좀 더 효율적인 작업기술은 물론 품종 개발까지 하게 됐습니다.”

▲ 원예연구과 동료들. 왼쪽부터 장영호 연구관, 안철근 박사, 안재욱 연구사, 윤혜숙, 황연현 연구관.

그렇게 해서 개발 특허 등록한 것이 탄저병을 해결할 수 있는 ‘점적관수형 육묘트레이’와 배지 사용량을 1/3수준으로 절감한 ‘수경재배용 멀티컵 베드’, 그리고 농업용수 사용량을 현저히 줄일 수 있는 ‘관수제어방법’, 폐양액 배출 부담을 없애는 ‘배액 제로형 기술’ 등이다.
또한 영농활용기술로 수경재배의 핵심기술인 우리나라 작형과 품종에 맞는 배양액 처방을 개발 등록했다. 또한 이 같은 기술들은 산업체에 기술 이전해 농가에 보급함으로써 육묘기 치명적인 현장애로를 해결했다. 또한, 이런 처방들은 연간 500건 이상의 양액 처방서 발급 의뢰와 현장 컨설팅에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들은 불과 20년도 안된 짧은 기간에 딸기 재배면적 6000ha 중 30%가 수경재배로 발전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딸기 수경재배가 크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나라 환경조건이나 품종, 작형에 맞는 한국형 기술로 개발됐다는 것이고, 이 기술들을 농업현장에 적극적으로 도입해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로 정착시켰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특히, 점적관수형 육묘트레이와 멀티컵베드는 현장애로를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서, 산업체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통해 농업현장에서의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최고의 제품 개발로 연계했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점적관수형 육묘트레이는 뿌리에만 직접 관수를 하는 것인데, 지상부에 물방울이 날리지 않아 탄저병의 발생을 5% 이하로 감소시킬 뿐 아니라 용수 사용량이 획기적으로 절감되는 기술이다. 현재 딸기 농가에 30% 이상이 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윤 연구관이 더 주목한 것은 많은 딸기들이 수경재배 시에 품종의 특성을 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수경재배에 잘 적응하는 품종을 개발한  것이 ‘금실’이다.

“금실은 2016년에 품종보호출원 하고 2018년에 특허등록해 현재 진주, 산청, 광주, 논산 등에 약 50ha가 보급됐습니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고품질 딸기로 거래되고 있으며 베트남 등에도 2019년 60톤 정도가 수출 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증명되고 있지요. 이 품종의 개발로 딸기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에게는 다양한 맛을 제공하고, ‘매향’ 단일 품종 수출의 한계성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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