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희 칼럼 - 누리백경(百景)(89)

<침묵의 봄(Silent Spring)>은 세계적인 ‘환경운동의 어머니’로 불리는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작가인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1907~1964)이 1962년 펴낸 책이다. 카슨은 1958년 미국 연방정부가 매미나방, 모기떼 퇴치를 위해 땔감으로 쓰는 기름에 살충제인 디디티(DDT)를 섞어 살포하면서 야생동식물 피해가 속출하는 것을 보고 살충제 오염 피해사례를 4년간 추적해 이 책을 통해 폭로했다.

그녀는, “만약 우리가 현재의 문제를 정확하게 알고 느끼지 못한다면, 미래의 지구에 어떤 불행한 사태가 닥쳐올지 모른다”고 경고하며 다음과 같이 책의 첫머리를 열었다.
‘옛날 한때, 미국의 어느 산간지방에 생명력을 지닌 모든 사물들이 주변환경과 잘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었다.… 그런데 웬일인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길한 그림자가 이 마을을 덮으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병아리떼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렸고, 소와 양들이 죽어갔다. 사방이 죽음의 장막으로 덮였다.… 그렇게 즐겁게 재잘거리던 새들은 다 어디로 갔는가?… 봄은 왔는데 침묵만이 감돌았다. 이 넓은 미국 땅에서 살아 움직이는 봄의 소리를 침묵시킨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세상에 나오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면서 무려 200만부가 단숨에 팔려나갔다. 이 책으로 인해 그녀는 56세의 나이에 유방암으로 죽을 때까지 끊임없는 논쟁에 휘말렸다. 미국 농무부와 농약제조업체, 화학공업기업, 대농장주들의 갖가지 비난과 협박도 아랑곳 없이 전 세계 독자들의 찬사 속에 환경윤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미국 국가환경정책법’(1969년) ‘지구의 날(Earth Day)’ 제정(1970년4월22일), ‘지속가능한 개발’ 슬로건을 내건 ‘리우선언’(1992년)을 이끌어 내는 동력이 됐다.

그녀가 60년 전, 온 몸으로 <침묵의 봄>에서 세상을 향해 던진 문제의식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그녀가 경고한 ‘어떤 불행한 사태’가 빠른 속도로 지구에 닥쳐오고 있다.… 남·북극의 빙하, 에베레스트산·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 지구온난화로 빠르게 녹아내리고 있다. 우리가 빠르고 편리하고 아름다운 현대문명에 푹 빠져 있는 사이 지난 40년 동안 척추동물의 절반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져 갔다. 태평양에는 우리 한반도 땅의 39배에 달하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섬이 생겼다.

폐비닐·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알고 먹고 죽은 돌고래의 사체가 허연 배를 드러낸 채 사나흘이 멀다 하고 해안가로 떠밀려 온다.
한 해 일회용컵 사용량 257억개, 1인당 비닐봉지 연간 420개, 1인당 연간 플라스틱 소비량 98.2 kg으로 ‘플라스틱 코리아’란 오명을 가진 우리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행동 ㅡ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아름다운 푸른 별’ 지구는 끝내 죽는다. 4월22일은 ‘지구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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