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에게 듣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정은미 연구위원

일본은 농업인 인정, 연금·자금지원 우대하면서 참여 늘어

후계농업인력 안정적 확보 위해 일본은 민간서 시작
우리나라, 여성농업인 지위와 권리향상 위해 도입
가족경영협약, 여성농업인 정책 체감도 높이는 제도

일본서 시작된 가족경영협약
가족경영협약은 용어부터 시작해 많은 것이 일본에서 시작됐다. 우리가 부부 중심으로 운영되던 것이 승계농으로 옮겨가는 것과 반대로 후계농업인력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농가 근대화 과정에서 시작된 민간운동이었다. 여성농업인에게 포커스가 맞춰져 추진된 정책이 아니었던 것이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 농업형태가 다르다보니 월급은 얼마를 줄지, 휴일은 며칠을 보장할지, 사는 곳과 일하는 곳은 어떻게 구분할지,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이후 국가적인 정책이 되면서 이 협약을 체결한 여성농업인에게는 ‘인정농업인’이라는 실질적 공동경영자로 인정해 연금 가입, 농업자금 우선 지원 등 추가적 혜택을 지원했다.

최근에는 새로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에게 연간 1500만 원의 자금을 지원하는데, 이때 협약 체결농가는 50%를 더 지원함으로써 성장세가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농업비중이 일본에서 가장 큰 훗카이도가 가장 많은 비중을 나타내고 있다.
우리도 인센티브를 연계함으로써 가족경영협약의 체결농가가 계속 늘어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승계농이 계속 늘어나는 추세에서 부모와의 갈등을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지 않고, 가족경영협약이 그들을 위한 전문적 프로그램이 되려면 어떤 부분이 필요한지 활발한 논의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이 제도를 받아들일 당시 여성농업인의 권리와 지위안정으로 농가 경영개선이라는 목적으로 도입됐다. 2004년 대전의 22농가가 최초 가족경영협약을 받았고,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가 주도하면서 전국적 단위로 확대됐다.
일본이 민간에서 시작해 국가 차원으로 확대됐다면, 우리나라는 농촌진흥청이 도입해 농림축산식품부의 여성농업인정책 기본계획에 포함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점이 차이다.

가족경영협약, 보완할 점도 분명 있어
농업·농촌에서 여성의 비중과 역할이 크게 늘어난 지 오래됐지만 그에 걸맞는 지위는 따라주지 못하고 있다.
농지나 가옥 등의 자산은 남편에게 편중돼 있고, 의사결정 시 여성을 제쳐두고 하는 경우도 여전하다. 농업경영주등록이 남편 동의 없이 가능해진 시기도 최근이다.
상황이 이러니 여성농업인육성법이 2001년 만들어지고, 5개년 계획이 실시되고 있으나 여성농업인이 느끼는 체감도는 여전히 낮다. 이는 부족한 성평등 인식으로 개선의 파급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체감도를 높이는 정책은 무엇이 있을까? 가족경영협약이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족경영협약이 곧 여성농업인 지원정책으로 한정시킨다면 이는 잘못된 방향의 선택이다. 여성농업인 정책이 여성농업인만을 대상으로만 한다면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리고 일본과 달리 국가가 주도하는 하향식 방식이다 보니 가족경영협약 모델이 어느 지역에서나 똑같을 수밖에 없다. 각각의 지역에 맞는 다양한 협약의 모델이 필요하고, 생활개선회와 같은 민간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 생활개선회가 협약의 대상에만 머무르게 하지 말고, 우수한 실천농가가 강사로 나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여성농업인 스스로가 현재의 가족경영협약을 받으며 부족한 점이 있다거나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 의견을 개진하는 상향식의 방향이라면 스스로가 권익을 향상시킨다는 측면에서 옳은 길이라 할 수 있다.
정책도 생물과 같아서 끊임없이 변해야만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취지가 좋아서, 다른 나라에서 효과가 있어서라는 이유들로 개선 없이 이어간다면 어떤 정책도 긴 생명력을 장담할 수 없다.

가족경영협약도 마찬가지다. 좋은 선례들이 많았겠지만 분명 보완할 점도 있다. 그래서 전국의 현장에서 많은 여성농업인을 만나는 농촌여성신문과 같은 언론이 소통의 창구가 돼 그들의 목소리를 정부당국에 전하는 역할을 맡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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