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아원에서 생활하는 소녀 애벗(Abbott)은 매달 후원자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는 조건으로 익명의 후원자로부터 대학진학 후원을 받게 된다. 후원자의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애벗은 익명의 후원자의 애칭을 ‘키다리 아저씨’라는 이름을 붙여 편지를 쓰게 된다. 이 소설의 제목처럼 얼굴 없는 후원자를 우리는 ‘키다리 아저씨’라 부른다.

매년 추석 때만 되면 불우이웃을 위해 써 달라며 대구 수성구청에 쌀을 보내온 ‘키다리 아저씨’가 올해도 어김없이 16년째 선물을 들고 찾아 왔다. 구청에 따르면, 그는 10kg짜리 쌀 2000포대와 라면 1200박스를 싣고 왔다. 언제나 ‘누가 보냈는지 절대 밝히지 말라’고 신신 당부를 하고 간다고 한다. 박 씨 성을 가진 한 노인의 선행은 2003년 추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익명으로 쌀 500포대를 구청에 전달하면서 시작된 기부는 2014년 노인이 숙환으로 별세해 중단되는가 싶었는데 그 아들이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5년째 선행을 계속하고 있다. 6.25때 북한에서 월남한 노인은 대구에서 장사를 하면서 어렵게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나보다 어렵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베풀며 살겠다’고 결심한 그는 이후 매년 쌀을 기부하고 있다고 한다. 얼굴 없는 기부천사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은 한가위를 맞아 많은 사람들에게 훈훈한 인심과 감동을 주고 있다.

가난하지만 정성을 다해 바친 등불 하나가 부귀한 사람이 바친 등불 1만개보다 더 밝게 비친다는 ‘빈자일등’(貧者一燈)의 속담이 생각난다. 세계 최고의 기부자 빌게이츠 재단의 자선사업보다 대구의 키다리 아저씨의 선행이 더욱 아름답고 빛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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