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직업으로서 지속성 가지려면 예측성 보장돼야

▲ 종잡을 수 없는 농산물 가격은 농민들의 시름을 가장 깊게 하는 일인 만큼, 정부의 수급조절 시스템과 가격안정제 확대가 시급하다. 사진은 지난 5월 양파와 마늘 가격 폭락에 대한 정부대책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모습.

“커피 한 잔 5000원인데 공깃밥은…”
가격등락 때마다 따라 손해 보는 농민…가격안정제 절실
농가소득과 물가안정 접점 찾아 농산물 가격 관리 필요

올해 농업계는 봄에는 한파, 여름은 폭염과 태풍으로 큰 시련을 맞았다. 그 영향으로 양파와 대파는 가격 폭락을 맞은 반면, 최근에는 배추와 무가 가격이 폭등하는 등 어느 때보다 가격 널뛰기가 심한 한 해였다. 가격이 오르면 농민에게 이득이 돌아갈 것 같지만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수입의 빌미를 제공하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가격이 폭락하면 농업소득 감소로 직결돼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한다. 직업으로 그리고 산업으로 농업이 지속가능성을 가지려면 농산물 가격 안정이 보장돼야 한다는 요구는 농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온 부분이다.

정부도 이런 요구를 받아들여 2015년부터 채소가격안정제를 실시해 참여 농가는 도매시장 평년가격의 80%를 보장하고 있다. 올해는 생산액이 많고 가격 등락폭이 큰 노지 채소 중에서 배추, 무, 마늘, 양파, 대파, 고추 등에 물량도 10%로 늘렸다.

▲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농민들의 입장에서 농산물의 제값을 받을 수 있는 방안마련을 촉구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농산물 제값받기와 가격안정,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도 비슷한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민주평화당 윤영일 의원은 축사에서 “농민들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농산물 제값받기를 위한 가격안정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쌀 목표가격을 올해 정해야 하는데, 국회 농해수위에서 25만 원 선으로 받는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오영훈 의원은 “하반기 농식품부 이개호 장관을 필두로 농산물 가격안정제, 농민수당 등과 같은 개혁적 조치가 검토되고 있다”고 발언했다.

본격적인 토론 전 영상에서 한 농민은 “커피 한 잔에 4000~5000원 하는데, 공깃밥 하나에 300원도 안 돼 올리자고 하면 물가가 너무 오른다며 언론, 정부가 호들갑을 떠는 걸 보면 농민만 억울하다”며 한탄했다. 다른 참석자들도 공통적으로 농산물 가격안정에 대한 정부의 미진한 노력, 복잡한 유통구조, 소비자 중심의 언론보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어진 토론에서 강원도 춘천에서 토마토농사를 짓고 있는 이재환씨는 “정부와 언론은 소비자를 위해서 농산물을 물가안정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다”면서 “가격이 조금 올라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면 밥상물가가 너무 올랐다며 손을 대는 반면, 가격이 떨어지면 대책을 강구하지 않는 양면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토마토 가격은 그대로인데 비료며 비닐이며 죄다 가격이 올라 농민들의 실제 소득은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충북 진천에서 수박농사를 짓는 이해자씨는 “수박은 20년째 한 통에 만 원에 거래되는데, 시설하우스 한 동에서 400개를 수확하면 400만 원의 매출이 나온다”면서 “모든 경비를 제하면 손에 쥐는 건 100만 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가격 등락이 심해 산지 거래도 끊기고, 농협을 통한 출하로 매출이 동 당 200만∼250만 원에 불과해 빚 갚는 것도 포기해야 할 처지”고 실상을 밝혔다.

전남 해남에서 채소재배를 하고 있는 이무진씨는 “정부는 생산안정제를 30%까지 늘리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예산 편성안을 보면 너무도 미흡하다”며 “예를 들어 마늘 생산량 감축을 위해 생산면적을 줄인 농가에게 보상이 없는데 어찌 자발적인 참여가 가능하겠냐”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전남은 농협, 유통법인, 학교급식센터 등으로 전남 주요 채소생샨량의 50%를 출하하는 ‘전남형 생산안정제’를 실시하고 있고, 전남도·유통조직·생산자가 품목별 가격안정자금을 적립해 전남농업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농식품부 유통정책과 이정삼 과장은 “농산물 가격안정을 통해 농업인과 소비자 혜택이 균형적으로 이뤄져야 하나, 농업인 소득보장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다”면서 “생산자 참여와 함께 주산지, 지자체가 협조해야만 안정적인 가격보장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앞으로 가격안정제를 채소·과수로 확대하는 수급조절 시스템 마련, 파종·정식·생육·개화·착과 등의 단계부터 재배면적 조절과 생샨량을 조절하겠다”면서 “주산지협의회를 무, 배추, 마늘, 양파 등 4개 품목에서 고추, 대파, 생강, 당근, 토마토, 딸기, 참외 등 7개 품목을 추가한데 이어, 의무자조금에 생산·유통의 자율조절 기능을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수급 관리시스템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생산단계별로 수급조절 매뉴얼을 마련해 농업인의 최저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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