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구실 노크 - 특허를 말하다- ③ 배연구소 육종연구실 김윤경 연구관

▲ 맛 좋은 우리배 삼총사 개발 주역 김윤경 연구관.

차세대 유망품종 개발·보급…배 산업 활로 개척

이른 추석용 배 ‘신화’, 껍질째 먹는 배 ‘조이스킨’
병저항성 배 ‘그린시스’ 품종 특허

톡톡 튀는 개성과 맛으로 우리배 삼총사 시대 열어
배 품종 다양화 위한 육종 원천기술 확보 성과

“결과에 대한 조바심이 있지만, 즐겁고 보람된 일이 더 많습니다. 물론 연구는 혼자 하지만 결국은 팀으로 같이 하는 것이거든요. 팀과 어울리며 서로를 보완하고 배우기도 하면서 결과물이 나올 때쯤이면 이미 가족 이상의 친한 사이가 되지요.”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배연구소 김윤경 연구관(45·박사)은 대한민국 배 산업의 활로를 열어나가는 개척자다.

“연구를 한 번 시작하면, 결과물(특허 등)을 얻을 때까지 보통 3~4년은 걸리거든요. 물론 단기적인 경우도 있지만, 인내와 기다림을 수반하지 않는 연구는 없을 것 같아요. 배를 보면 인생과 많이 닮았어요. 관심과 사랑, 적절한 지원 등이 뒷받침되면 좋은 결과로 나타나거든요.”
김 박사가 배연구소 육종팀과 함께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개발해 특허 등록한 배 품종은 국내 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일명 ‘맛좋은 우리배 삼총사’다. 추석이전에 생산해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개발한 이른 추석용 배 ‘신화’, 병 저항성 배 ‘그린시스’, 껍질째 먹는 배 ‘조이스킨’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 농수산대학생들에게 우리배 삼총사 등 배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김 연구관.

김 박사는 또한 생산된 배의 유통을 원활히 하기 위해 ‘신화품종 포장용 상자’도 개발해 특허 등록해 화제를 모았다.
“육종은 좀 더 나은 것을 찾는 선택이자 도전의 연속이지요. 소비자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소질을 보유한 품종을 만들려면 먼저 소비자를 알아야 합니다. 결국은 품종의 개발도 소비자와의 끊임없는 소통에 달렸습니다”
“최근 몇 년간 배 소비와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습니다. 배가 추석과 같은 명절 중심으로 소비되고 있고,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찾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소비철인 추석이 이른 경우 생장조절제(GA, 지베렐린)를 처리해야만 일찍 수확할 수 있지요. 이런 경우 조기 수확은 가능하지만, 맛이 떨어지고 저장력이 감소하다보니까 소비자들이 배를 외면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생장조절제 처리 없이 이른 추석에도 맛있는 배를 맛볼 수는 없을까. 소비자의 소비 편리성이 강화된 먹기 쉬운 중소과를 개발할 수는 없을까. 이런 필요성을 시작으로 개발된 것이 바로 ‘맛좋은 우리배 삼총사’다.

이른 추석용 배 ‘신화’는 수확시기가 신고보다 15일 이상 빨라 생장조절제 처리 없이도 이른 추석에 최고의 맛을 선보이는 추석명절용 배다. 황갈색 과피를 가진 중대과로서 당도는 13브릭스 내외로 높고 상온에서 30∼40일 정도 보관이 가능하다. 맛이 좋고 외관이 우수해 최근 보급되고 있는 신품종 중 식재 선호도와 보급 속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안성과 나주지역 등 9개 시군에 88.2ha가 보급돼 201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될 전망이다.
병 저항성 배 ‘그린시스’는 동양배인 황금배와 서양배인 바틀렛을 교배해 개발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종간잡종 동양배다. 우리나라 배 재배에 가장 문제가 되는 검은별무늬병에 감염되는 비율이 낮아(신고 69.4%에 비해 그린시스는 3.3%) 방제 노력을 절감할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한 과실을 원하는 소비자의 수요에 적합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과피에 큐티클 층이 잘 발달하기 때문에 동녹 발생이 현저히 적어 상품성 있는 과실을 많이 생산할 수 있다.
껍질째 먹는 배 ‘조이스킨’은 과피두께(55~65㎛, 일반 배 과피의 1/3수준)가 얇고 석세포가 적어 껍질째 먹기에 적합한 품종이다. 배의 껍질에는 과육의 8배에 달하는 영양성분이 들어있어 껍질의 영양소까지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는 장점이 크다. 또한 1~2인 가구 소비에 적합한 소과(320g)로 단체급식용 과실로 적합해 차세대 유망 품종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린시스와 조이스킨은 먹기 쉬운 중소과로 기능성, 편리성, 안전성이 강화됐다. 이에 따라 배 소비시장을 확대시키고 활로를 개척하는 내수(일상소비용) 또는 수출용 과실로 유망해 국내 과일 담당 경매사나 해외수출 바이어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김 박사는 특히 “맛 좋은 우리배 삼총사는 품종선발을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SSR(Simple Sequence Repeat) 마커를 이용해 우리가 원하는 형질을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을 개발했는데, 이는 배 품종육성 연구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는 측면에서 가치가 매우 높다”고 강조했다.
우리 배 삼총사는 민간 종자생산업체에 기술 이전돼 산업화됐다. 또한 육질이 아삭하고 과즙이 풍부해 국제시장에서도 호평 받고 있는 수출 작목이다. 지난해 2월에 중동소비자를 대상으로 그린시스와 조이스킨의 맛과 외관의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85%가 5점 만점에 4점 이상으로 평가해 할랄 시장 개척 가능성도 높음을 나타냈다.

더욱이 서양에서는 건강을 위해 과일을 껍질째 먹는 식습관이 보편화 돼 있다는 점에서 껍질째 먹는 조이스킨 품종은 국제시장 진출 가능성이 높은 품종이다. 앞으로도 수출 배의 끊임없는 품목 다변화를 통한 신상품 개발은 배 산업의 활로 개척의 필수요소이며, 우리가 개발한 맛좋은 우리배 삼총사는 머지않아 배의 국제 교역량 확대와 국제시장 선점을 위한 핵심 품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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