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교수의 재미있고 유익한 옷 이야기(39)

체열발산의 과학 생활화했던
조상의 지혜 활용하는 것이
무더위 이겨내는 최선의 방안

장마가 끝나고 푹푹 찌는 무더위가 위협적이다. 열대야까지 괴롭히니 이 더위를 비낄 일이 겁난다. 부채도, 선풍기도, 에어컨도 완전한 답은 아닌 것 같다. 언제 어디에서나 내 몸에 걸쳐있는 옷을 시원하게 입는 것이 최고인 듯하다.
덥다는 것은 인간이 약 37℃의 열체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생리적 현상이다. 겨울이나 여름이나 인간은 이 온도를 유지해야만 하는, 항온 동물이다. 다행히 조물주는 인체가 끊임없이 에너지를 만들어 이 온도를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언제나 체온이 약 37℃를 넘기지 않도록 하는 기능까지를 우리에게 주셨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환경온도보다 높기 때문에 전도, 대류, 복사 그리고 증발의 네 가지 물리적 작용으로 몸을 식히며 37℃를 유지한다. 때문에 기온이 높고 습도가 높아지면 체열의 발산이 어려워진다. 여름이 힘든 이유다.
땀은 더울 때만 흘리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덥지 않아도 자기도 모르게 체내의 수분이 증발되며 몸을 식혀준다. 인체가 느끼지 못하는 수분증발이다. 전문용어로 ‘불감증설’(不感蒸泄:느끼지 못하는 땀)이라 한다. 물론 더울 때는 땀까지 흘러 더 많은 수분 증발이 일어난다. 이 같은 수분 증발은 인체를 식혀주는 가장 중요한 방어 메커니즘이다.

그러나 정작 뚝뚝, 또는 주루룩 흘리는 땀은 인체의 열을 식히는 데는 기여하지 못한다. 피부에서 증발하며 체온을 뺏는 땀만이 열을 식히는 온열성 발한이다. 통풍이 잘되면 땀은 더 많은 열을 밖으로 내보낼 것이다.
이 외에도 사람은 여러 종류의 땀을 흘린다. 오묘한 창조주의 솜씨다. 극도의 긴장과 놀라움이 있을 때에도 사람은 손바닥,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을 분비한다. 이런 땀은 정신성 발한(發汗)이라 하고, 음식물의 신맛, 매운맛 등의 자극에 의해 나는 땀을 미각성 발한이라 한다. 이런 땀들은 체열발산과는 무관하다. 결국 어떤 땀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나게 하느냐에 따라 ‘시원함’에 다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선조들은 여름이면 삼베나 모시옷으로 더위를 이겼다. 이것들은 통기성이 좋고 분비된 땀을 잘 흡수해 효과적으로 체열을 밖으로 배출시키기 때문에 시원한 여름을 나게 했다. 뿐만 아니라 그물 조직처럼 성글게 짜고, 바람이 잘 통하도록 옷도 낙낙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 시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값이 비싸고, 구김이 잘 가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현대 생활에서 멀어져가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는 다양한 기능을 가진 합성섬유들이 수없이 개발되고 있다. 이른바 냉감 소재들이다. 쿨맥스, 쿨매트, 쿨토시, 에어리즘, 아이스큐브, 아스킨 등등 그야말로 냉감소재 전성시대다. 심지어 마음대로 온도가 조절되는 의류까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대학원생인 크란티 키란 비스타쿨라가 개발한 옷이 0℃에서 100℃까지 4단계로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쾌적성에 있어서 삼베나 모시를 능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아마도 체열 발산의 과학을 생활화했던 조상들의 지혜를 활용하는 것이, 유달리 심한 올여름의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일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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