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처리 등 사후방제로는 확산방지 한계

화상병 생리생태연구 시설․인력 확보 시급

“수십 년 간 애지중지 키운 사과나무가 땅에 묻히는 걸 보니 너무 가슴이 아파요. 이르면 보름 후 출하될 조생종사과도 있었는데. 국가에서 보상을 해준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무가 멀쩡히 있는 게 더 낫죠. 하루빨리 치료제 개발해 농가들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어요.”

충북 제천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한 여성농업인의 말이다. 이 농가는 얼마 전 과수화상병으로 인해 13,200㎡(4000평) 1500여 주의 사과나무를 땅에 묻었다.

내륙지역의 사과, 배 등 과수농가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과수화상병이 인해 농가는 물론 농정당국을 긴장케 하고 있다.

치료제가 없어 ‘과수 구제역’으로 불리는 화상병은 사과·배에 주로 피해를 주는 세균성 식물병으로 식물방역법에 따라 국가에서 관리하는 금지 병해충으로 지정돼 있다.

지난 2015년 경기 안성, 충남 천안, 충북 제천지역 42개 농가에서 국내 처음으로 발생한 과수화상병은 2016년과 2017년 잠시 주춤하다가 올해 다시 급증해 7월12일 현재 45개 농가(안성 4, 천안 8, 제천 26, 평창 3, 원주 2, 충주 2)에서 발생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과수화상병 발생지 반경 100m 이내의 모든 나무를 매몰조치 하고 합동 정밀예찰을 실시하는 등 확산 방지에 주력하고 있다. 올해 과수화상병이 발생면적은 총 36.7㏊이며, 이중 29.7ha를 매몰처리(7.13 기준 81%) 했다.

올해 과수화상병이 다시 급증한 이유는 봄철 냉해 등 이상기후로 과수나무의 면역력이 떨어졌고, 또 최근 2년간 화상병 발생이 적자 농가들이 사전방제에 소홀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올해 안성․천안․제천․평창․원주․충주에서 발생된 화상병균의 유전자형은 2015~2017년 안성․천안, 2015년 제천에서 발생된 병원균과 동일한 유전자형이며, 북미 동부지역에 분포하는 그룹으로 분석됐다고 방역당국은 밝혔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올해 제천․평창․원주․충주 등 발생지역은 수년 전부터 작업자나 묘목 등에 의해 유입․잠복된 후 발현된 것으로 추정했다.

농식품부는 현재의 발생․조치가 마무리되는 대로 올해 발생․방제상황을 점검하고, 전문가 의견수렴과 해외사례 분석 등을 통해 방제대책을 보완하고 매몰기준을 설정하는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과수화상병에 대해 호주,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공적방제를 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화상병 발생 즉시 국가가 나서 매몰처리 등 공적방제를 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화상병 발생 시 국가가 관리하지 않고 재배농가가 직접 제거하는 등 일반방제를 실시하고 있다.

과수화상병 발생 반경 100m 이내 농가에 대한 매몰조치에 따른 손실보상금은 농촌진흥청 고시에 따라 과종, 재배유형, 수령에 따라 나무보상과 농작물 보상, 영농손실보상을 합산한 3년간 소득수준으로 보상하고 있다. 매몰된 과수원에는 과수화상병 기주식물은 3년간 재배가 제한되며, 기주식물을 제외한 농작물은 별도 제한 없이 재배가 가능하다.

화상병 지속 시 과일수입 증가 우려
농가들, 정부에 근본 방제대책 요구

과수화상병으로 인한 농가피해와 손실보상금 규모가 계속 불어나자 관계당국도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과수화상병 발생지역의 과수는 호주나 대만 등 화상병 청정국으로의 수출이 전면 금지되고, 더 이상 화상병 치료를 방치할 경우, 생산기반이 무너져 우리 과수농가에게 큰 타격은 물론 해외로부터 과일수입이 늘어나 국내 과수산업이 위협받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전염경로와 발생 양상 등 생리생태실험을 통해 궁극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할 목적으로 외부와 완벽히 차단된 차폐시설을 만들어 화상병 연구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차폐시설 신축에 3년간 6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며, 더 신속한 연구를 위해 내년 안에 차폐시설 완공을 목표로 예산을 조기집행 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농진청 농산물안전성부 이상계 작물보호과장은 “현재 과수화상병은 국가가 관리하는 병해충이기 때문에 발생즉시 현장에서 매몰처리해 발생 양상이나 전염경로, 생리생태 등을 연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농진청 내에 차폐시설을 만들어 본격적인 연구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과장은 이어 “농가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차폐시설을 조속히 신축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연구 전문인력 확보도 필요하다”면서 “호주 등의 선진국의 연구시설 벤치마킹을 통해 내년에는 차폐시설을 완공하고 2020년부터는 연구를 본격화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겠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