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꿀벌 살리는 사람들 - 그린캠페인네트워크 이순주 단장

농업에서 꿀벌은 가축으로, 양봉산업은 축산업에 포함되나 소나 돼지에 비해 비중이 작아 제도적으로 양봉인들의 어려움이 많다. 그린캠페인네트워크를 총괄하는 이순주 단장은 청소년기부터 사회운동을 시작해왔다. 생계와 운동을 겸하며 활동을 하다가 20대에 몸이 안 좋아지면서 경남 하동으로 귀촌을 모색하던 것이 농업과의 첫 인연이었다. 그후 소농과 함께하며 멸종위기에 처한 토종벌을 배우게 되면서 꿀벌의 위기를 정책에 녹여낼 수 있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며 양봉인들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 그린캠페인네트워크 이순주 단장은 멸종위기 토종벌을 살리기 위해 양봉인들의 의견을 듣고 양봉산업 정책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재능기부로 토종벌 자료 체계화
토종벌과의 인연은 10여 년 전 지인의 초청으로 농업 관련 꿀벌강의를 듣게되면서부터다. 강의는 꿀벌과 6차산업에 대한 희망찬 주제였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의에서 알게 된 사람들에게서 도와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전국적으로 토종벌 멸종위기가 심각한데 양봉인들이 행정 쪽으로 의견 전달이 어렵고 객관화된 자료도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국회에서 좌담회를 여는 방법을 조언해줬는데, 시간이 지나도 실행을 못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토종벌이 죽어가고 있는 사안을 알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는 다년 간 축적된 사회운동 경험을 토대로 멸종위기 꿀벌 문제에 앞장섰다.

“당시 야당대표 강기갑 의원실을 찾아가 토종꿀벌의 멸종위기를 설명드리고 이에 따른 객관적인 자료가 없어 행정이 움직일 수 없으니, 최초로 토종벌멸종위기 관련 자료를 모을 수 있는 국회좌담회를 주최해달라고 요청드려 많은 관심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금 국회도서관에 토종벌 자료를 검색하면 3개의 문서를 찾을 수 있다. 이순주 단장은 이 중에 양봉인들과 만든 자료가 2개라고 밝혔다. 2006년부터 토종벌의 멸종위기를 알리며 12년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수치화된 자료는 여전히 부족한 현실이다. 이순주 단장은 양봉산업의 열악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행정도 큰 힘이지만 시민들도 함께 관심을 기울여 과학적인 근거에 대책을 세우고 어려운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꿀벌 살아야 양봉인도 산다
이순주 단장은 꿀벌이 2006년부터 멸종조짐을 보였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활동을 장기간 이어나갈 수 있는 지속가능한 캠페인이 필요해졌다.

“캠페인을 기획하면서 ‘농사짓는 꿀벌을 보호하자’를 목표로 했습니다. 그러면 꿀벌을 살리는 양봉인도 같이 살아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시민단체나 환경재단 같은 경우는 이슈를 띄우고 사람을 모으지만 그린캠페인네트워크는 거꾸로 현장에서 양봉인과 함께 현실을 파악하고 이슈를 알려낸다. 그래서 이순주 단장의 주요활동은 양봉인들의 애로사항을 행정이 수용할 수 있게 정리하고, 행정의 현실을 양봉인에게 알리는 소통과 촉진의 역할을 하고 있다.

“10여 년 동안 토종벌을 살리기 위한 활동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토종벌을 지키기 위한 문제해결이 안 되고 있어요. 낭충봉아병과 같은 병해충으로 토종벌 개체수가 줄어들고 있는데, 양봉인들이 대안을 찾아도 과학적인 연구로 검증되지 않아서 행정의 관심을 못 받고 있습니다. 게다가 토종벌 위기의 악순환이 10년 넘게 거듭되면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관심도 저조해져 문제에 대해 같이 활동할 사람을 찾기도 버거워지고 있어요.”

▲ 그린캠페인네트워크는 ‘코오롱스포츠’와 한정판 꿀벌의류를 런칭하며 도시민들에 꿀벌캠페인 참여를 독려했다. (사진=코오롱스포츠 제공)

감성소비 이끌어 캠페인 활성화
이순주 단장은 어려운 현실에서도 ‘사회공헌마케팅’이라는 대안을 내놓고 양봉인들과 똘똘 뭉쳤다.“도시민들이 꿀벌에 대한 이미지를 소비하면서 환경문화로 즐기고 싶어한다는 점에 착안해 기업들과 공익마케팅을 펼쳐 캠페인의 동력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2016년부터 기획하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집중해 수익금에 대한 펀딩도 이끌어내고 있습니다.”

그린캠페인네트워크가 주도한 사회공헌마케팅의 사례로는 교통카드 ‘캐시비’와 꿀벌 살리기 행사를 진행했고, 의류업체 ‘코오롱스포츠’와 꿀벌을 이미지화한 한정판 꿀벌의류 캠페인을 런칭했다.

“소비자의 관심이 곧 캠페인이라는 생각으로 꿀벌과 연결되는 기업을 찾아 협업을 제안했습니다. 특히 코오롱스포츠의 의류제품은 배우 송중기씨가 모델로 활동하면서 젊은 층에 많이 알려졌어요. 꿀벌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위기에 대해 소비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업들의 제품을 통해 알리고 싶어요.”

이 단장은 위기에 처한 토종꿀벌을 살리는 착한소비 열풍을 일으키고 싶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환경을 지키는 제품’을 마케팅해 감성소비를 이끄는 것처럼 ‘꿀벌을 살리는 제품’ 콘셉트를 널리 알려서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토록 하고 싶다는 계획을 전했다.

“올해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수십 년 만에 기회가 찾아오고 있습니다. 희망의 단서는 먼저 국회가 열려있는 분위기입니다. 양봉인들이 구체적인 대안과 논리적으로 타당한 자료를 제시하면 의원님들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고 있습니다. 올해는 활동에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양봉인과 시민이 만나서 미래세대를 위해 토종벌을 살리는 일을 더욱 많이 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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