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 GMO 완전표시제 가능할까?

완전표시제 시행요구 국민청원 20만 돌파
청와대 “물가상승․통상마찰 우려”…유보 입장

# GMO가 인체에 유해한지 무해한지 모르겠지만, GMO를 원료로 한 식품의 포장지에는 GMO 사용 여부를 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뱃갑에도 니코틴 함량을 표시하는 것처럼 말이죠. 결국 선택권은 소비자에게 있으니까요. 저도 청와대 청원에 ‘동의합니다’라고 댓글을 올렸어요.(수원에 사는 20대 직장인)

# GMO가 몸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솔직히 가려서 먹지는 않아요. 식용유나 두부, 전분 등도 거의 GMO로 만든다고 하는 데 그냥 먹고 있잖아요. 수입 옥수수로 만든 사료를 소나 돼지, 닭도 먹고, 그렇게 생산된 육류를 또 사람이 먹으니 굳이 신경 쓰지 않아요.(경기도 용인의 50대 주부)

“알권리 선택권 보장해야”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 등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제기돼오고 있는 GMO(유전자변형 농산물) 완전표시제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와 GMO에 대한 유해성과 식품에의 표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재점화 됐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GMO 완전 표시제를 시행해 주세요’라는 청원이 올라와 21만6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 청원에 동의했다.

GMO완전표시제 시민청원단 이름으로 올라온 이 청원은 “안전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식용 GMO를 연간 200만 톤 이상 수입되고 있고 국민 1인당 매년 40㎏ 이상의 GMO를 먹고 있다”며 “하지만 실제는 해당 상품의 99.99%에는 아무런 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청원단은 이어 “소비자 알권리, 선택할 권리 보장과 생산자 보호를 위해 현행 GMO 표시 개정을 청원한다”고 청원 사유를 밝혔다.

청원단은 ▲GMO 사용 식품에 예외 없이 GMO 표시 ▲공공급식, 학교급식에 GMO 식품 사용 금지 ▲Non-GMO 표시가 불가능한 현행 식약처 관련 고시 개정 등을 요구했다. 청원단은 GMO 표시 강화와 학급급식에서의 퇴출은 대통령 공약사항이었던 만큼 공약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청와대 “정확한 조사 필요”
청원에 20만 명 이상의 동의가 모일 경우에는 정부 관계자가 30일 이내에 공식 답변을 내놔야 한다. 이에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 주례회동에서 GMO 표시문제를 논의하고, 이어 관계부처 담당자 논의, 청원단 대표 초청 간담회, 국정현안점검회의 등에서 GMO 표시제를 잇달아 논의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청와대는 “이미 2000년 식품위생법 개정으로 GMO 표시제가 도입됐고, 현재 기술로 GMO 단백질 유전자가 검출되는 제품은 모두 표시한다”며 “시판되는 기름, 전분, 당은 정제과정을 거친 이후 GMO 유전자가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답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또 “기름이나 전분을 만드는 대두, 옥수수는 대부분 수입하는데, Non-GMO 원료를 사용하면 물가상승 가능성이 있어 정부 입장에서는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완전표시제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어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된다면 물가인상, 경제적 능력에 따른 계층 간 위화감 조성의 우려도 있다”고 말하면서 “또 GMO 제품에 대한 실질적 차별로 통상마찰의 가능성 등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사안이어서 정부 부처 간에도 입장 차이가 있다”고 명쾌한 답변을 피했다.

결국 GMO 완전표시제는 사회적 협의가 우선이고 정부가 선제적으로 나서서 완전표시제를 도입하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 공약, 사기 아니면 무능과 무책임”
Non-GMO 사용하면 물가 20% 상승?
정확한 근거와 통계로 국민 설득해야

“대통령 공약 이행하라”
이 같은 청와대의 유보적 답변에 GMO 완전표시제를 주장한 시민청원단은 최근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GMO 완전표시제 거부 청와대 답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 목소리를 외면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하라”며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는 한편, 지난 대선 때 공약으로 내걸었던 GMO 표시제 강화에 대한 조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청원단은 “GMO 표시제는 생산 국가를 명시하는 원산지 표시제도와 같다”며 “청와대가 GMO 완전표시제로 인해 물가인상과 통상마찰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우리나라보다 강화된 GMO 표시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호주, 일본 등은 물가 인상과 통상 마찰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청와대 답변은 식약처와 식품관련 협회의 낡은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처사”라며 “GMO 표시에 대한 국민들의 기본적 요구를 물가인상이나 통상마찰이라는 오래된 거짓 근거로 외면한다면 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식품표시정책을 계승하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고 질타했다.

“역대정권이 되풀이한 답변”
GMO 완전표시제 국민청원의 청와대 답변에 이재욱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장도 논평을 내고 GMO 표시제를 대하는 정부의 구태를 꼬집었다.

이 소장은 “청와대가 답변 전에 먼저 내놔야 할 태도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는 것이어야 했다”며 “청와대 답변은 이미 역대 정관에서 어김없이 되풀이됐던 정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이어 “문 대통령이 공약을 할 때 이런 걸 알고 했다면 사기이고 모르고 했다면 무능이고 무책임한 답변”이라고 힐난했다.

식약처가 시민단체와 학자, 기업 측의 참여로 구성한 ‘유전자변형식품 표시제도 검토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재구성하겠다고 한 답변도 문제를 삼았다.

이재욱 소장은 “협의체는 GMO 식품 표시제 강화에 찬성하는 사람은 셋이고 나머지는 대부분 반대이고 일부가 유보적”이라면서 “협의체는 말 그대로 협의만 할 뿐이고 표시제를 강화할지 말지를 정하는 결정권은 국회와 정부에 있는 것인데 협의체를 재구성한다는 건 구색을 새로 갖추겠다는 말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GMO가 들어간 모든 식품에 ‘GMO표시’를 하면 물가상승의 우려가 있다는 청와대의 답변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일침을 가했다. 그는 “업계에서 Non-GMO 원료를 사용하면 20% 정도 가격이 비싸진다고 추산하는데, 청와대가 업계의 막연한 주장을 전달하지 말고 정확한 계산이나 통계로 국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청원에 대한 청와대의 답변은 결국 국민들의 요구와 권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업계의 목소리만을 대변한 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 같은 GMO 표시제에 대한 정부의 모호하고 미온적인 태도가 계속되는 한 국민들의 GMO에 대한 반발과 우려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