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탐방 - 바이오농원 이천기 대표

▲ 바이오농원 이천기 대표의 체리꽃 수정 작업을 통해 ‘러시아8호’ 체리묘목에 가득 열린 체리들.

kg당 8만원 호가…없어 못 팔아
배워 익힌 국산 체리, 첫 수확 앞둬

체리의 국내 소비량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과일 연간 매출에서 체리는 2015년~2016년 8위, 2017년 7위로 국내 소비량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내 체리 생산량은 극히 적어 2016년 1만3818톤의 체리를 미국 등에서 수입하면서 95%이상 수입체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7년 간 체리연구, 결실 맺다

충북 옥천 바이오농원 이천기 대표는 체리나무 신품종 ‘러시아8호’의 국내재배를 성공시키며 올 5월 첫 국산체리 수확을 앞두고 있다.

“체리재배 연구에만 7년을 쏟았습니다.”

이천기 대표가 옥천에서 하우스 한 동에 재배하고 있는 체리나무를 견학하기 위해 올 봄에만 700~800명의 농업인과 관공서 관계자들이 다녀갔다.

이 대표의 체리는 마트에서 파는 수입체리보다 과실이 크다. 신품종 ‘러시아8호’를 재배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체리 품종은 1980년대부터 ‘홍등’, ‘미조’ 등의 품종이 연구 개발 됐는데, 가장 최근 신품종으로는 ‘러시아8호’가 있다. 체리재배 선진국인 중국과 미국 등에서도 최신 품종인 ‘러시아8호’로 앞다퉈 작목을 바꾸고 있는 상황. 러시아8호는 11~12g인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입체리 크기에 비해 12~20g으로 월등한 과실 크기를 자랑한다.

이천기 대표는 농업에 뜻을 두면서 신품종 재배에 주안점을 뒀다.

“기존의 농사짓던 분들을 따라잡으려면 도무지 평생을 다해도 어려울 것 같았어요. 노련한 그들을 뒤따르기보다 황무지인 새로운 품종에 도전하고 재배해 보자는 목표를 정했죠. 11년 전 많이 알려지기 않았던 아로니아, 호두 신품종, 헤이즐넛 등 새로운 작목을 재배해봤습니다. 이 중에서도 확실한 소비층이 있고 재배에도 흥미가 높은 체리를 7년 동안 연구했습니다.”

▲ 바이오농원 이천기 대표가 재배하고 있는 '러시아8호'의 과실 크기.

국가가 나서 체리재배 육성해야…

우리나라에서 ‘체리’하면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로 널리 알려진 과일이다. 하지만 유명세에 비해 국내 재배는 어렵다.

“많은 농업인들이 체리재배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기후를 제대로 모르고 시작해서입니다. 체리를 열대지방 과일로 착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체리 수확시기에 우리나라는 너무 더울 때입니다. 체리에 적합한 온도는 최대 22도지만 체리 수확시기인 5~6월에 우리나라는 25도를 훌쩍 넘기죠.”

이천기 대표는 체리에 최적의 온도를 맞추기 위해 러시아8호를 시설하우스에서 재배한다. 이와 더불어 7년 동안 중국을 왕래하며 공들여 배운 자신만의 체리꽃 수정 기술로 꽃에서 열매로의 수정을 성공시켰다.

“많은 농가에서 체리를 시범 재배할 때 체리꽃에서 체리열매로의 수정단계에서 애를 먹습니다. 특히 신품종인 ‘러시아8호’ 체리 열매수정은 저희 농원이 최초입니다. 일부 체리재배 농가에서 앵두 크기의 작은 체리가 열리지만 품종이 다르고 상품성의 차이로 수입체리와 경쟁이 되지 않죠.”

많은 농업인들이 이천기 대표를 찾아와 재배기술을 공개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하지만 7년 간 중국을 오가며 배운 시간과 노력, 금전적 투자 등으로 이 대표는 섣불리 재배정보를 알려주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수입체리 이상의 고품질 체리 수확을 기대한다면 개인 농부가 나서는 것이 아닌 국가가 대대적으로 체리산업을 육성해야 합니다. 체리의 주 고객은 아이들과 여성으로 소비층이 두터워 고소득 작물로 농업인들에게 꼭 필요한 효자 작목이 될 것입니다.”

이 대표는 올해 수확예정인 러시아8호 체리를 kg당 8만원에 판매한다. 이미 수확량의 70% 이상 예약이 꽉 찼다.

이천기 대표는 농업인들이 체리재배에 뛰어들기 이전에 충분한 사전지식과 체리 품종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번역된 체리재배법이 정설인 것처럼 아직도 인터넷에 떠돌고 있습니다. 체리가 수입을 높이는 품종이라 해서 농업인들이 섣불리 묘목을 찾아 재배할 것이 아니라 체리에 대한 자료를 찾아 충분히 공부하고 이를 연구하는 모임을 형성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국내에서 선행돼야 할 것입니다.”

(문의 010-6651-6778)

▲ 지난 2일 바이오농원에서 재배되고 있는 체리 신품종 '러시아8호' 체리가 빨갛게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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