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대책, 여성의 행복한 삶 중심으로

여가부 성별영향평가 결과, 저출산 대책 관련 정부기관에 개선 권고

역대 정부가 저출산 해소를 위해 쏟은 돈이 200조에 달하지만 우리나라 저출산 기조는 잡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역시 출범 이후 저출산 극복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아왔다. 문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첫 간담회 자리에서 “심각한 인구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은 지금”이라며 “출산장려 정책이 기존의 정책을 넘어서서 여성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렇듯 현 정부가 저출산 문제 대책 마련에 힘을 쏟는 가운데 지난 12일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는 저출산고령화기본계획을 (이하 기본계획) 여성의 건강과 행복한 삶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고 검찰청, 경찰청, 보건복지부 등 관련 부처에 권고했다.

이는 성별영향분석 평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그간 여성계를 중심으로 정부의 저출산 대책에 대해 “여성을 애 낳는 기계로 보냐?”는 비난에 순응한 셈이다.

여가부는 기본계획의 목표가 출산 자체에 집중돼 있어 아동을 출산하는 데 필요한 모성 건강만을 강조하고 있을 뿐, 여성의 생애 주기에 따른 건강권에 대한 고려는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는 정부가 이 기본계획의 핵심 목표인 합계출산율을 올리기 위해 여성을 ‘당연히 출산해야 하는 존재’라고 전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개선을 권고했다.

그간 정부가 내놓은 저출산 대책 중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예로 행정안전부는 재작년 전국 가임기 여성 수를 지도에 표시한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내놓아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출산지도에는 지역별 평균 출산연령과 가임기 여성 수를 공개하고 가임기 여성 수가 많이 분포한 지역별로 순위까지 매겨 논란이 됐다.

이에 “지역별 평균 출산연령 공개와 저출산 대책이 무슨 상관이냐”는 비난이 쏟아졌고, 결국, 대한민국 출산지도는 철회된 적이 있다.

‘13차 인구포럼’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도 논란이 됐다. ‘결혼 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요인 분석’이란 보고서다. 보고서에서는 저출산의 원인을 혼인율 하락으로 발표했다. 비혼과 만혼, 저출산이 심화되는 이유를 여성이 결혼을 늦게하기 때문으로 분석하며 저출산 원인을 고스펙 여성 탓으로 돌려 여성들의 공분을 일으킨 경우가 있다.

여가부는 이번 각 부처에 대한 개선권고에서 기본계획의 핵심목표인 2020년 출산율 합계출산율 1.5명은 여성을 ‘당연히 출산해야 하는 존재’라는 전제가 반영된 것이라 평가했다. 성과지표를 제시하는 것은 국가주의적 시각에 기반을 둔 것이란 분석이다.

여가부의 이번 개선권고는 특정성별영향분석평가에 따른 것으로 여가부가 매년 각 부처의 주요 정책과 법령을 성 평등 관점에서 자세히 분석, 검토해 특정 성에 불리한 사항에 대한 개선을 권고하는 제도다.

저출산·고령화 해결 위해 발상의 전환 필요
여가부, 비혼 출산에 대한 포용적 분위기 형성 권고

현재의 저출산·고령화 추세가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드는 인구 위기로 치닫는 것은 차단해야 하지만 이제는 여성들이 일하며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여성의 삶에 집중하는 정책적 패러다임 전환이 절박하다는 공감대 형성도 중요하다.

더구나 현재의 기본계획에서는 ‘포기되는 출생‧양육’ 문제의 심각성도 언급됐다. 하지만 세부 정책에서는 여전히 법률혼을 전제한 제도들이 유지되고 있는 점도 여가부의 지적 사항이었다.

법률혼 중심의 예로는 ▲행복주택 신청 시 혼인관계를 증명하거나, 혼인계획을 청첩장 등으로 증명하는 것 ▲육아휴직의 경우 동거부부일 경우 아빠는 육아휴직이 불가능한 것 등이다.

여가부는 비혼 임신‧출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 위의 예처럼 개별 정책에서의 차별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평가했다. 비혼 출산에 대한 포용적 분위기 형성과 정책적 지원을 기본계획의 핵심과제로 추진할 것도 권고했다. 인공임신중절 실태조사 등을 계기로 중장기적으로는 인공임신중절에 따른 여성 건강권 확보 방안 등 실질적 정책수요도 파악 할 것을 권고했다.

문재인 정부는 “여성들이 일을 계속하면서 자신의 삶, 가치를 지켜가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그런 사회를 만드는 게 저출산 근본대책”이라고 거듭 강조하고 있다. 기존 출산장려도 국가주도 정책에서 개인, 특히 여성의 삶과 선택을 존중하는 사람중심 정책으로 바꾸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게 부담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산 위기 극복의 지름길이다.

한편 이번에 개선권고를 받은 부처는 오는 4월11일까지 개선계획을 수립하여야 하고, 2019년 4월까지 법률개정, 예산반영 등 개선 결과를 제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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