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기획 - 도시민 농촌을 품다(3) - 카페‘수카라’

▲ 서울시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지역농산물을 이용한 건강한 음식으로 도시민들을 만나고 있는 카페 ‘수카라’ 김수향 대표.

숟가락을 일본어로 발음한 카페 ‘수카라’는 식사를 겸할 수 있는 카페다. 재일교포 3세인 김수향 대표는 과거 일본 잡지를 만드는 출판사 대표로 마감 업무에 인스턴트 음식으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았다고 한다. 우연한 계기로 같은 건물 1층의 카페 운영을 맡게 되면서 김 대표는 신선한 재료로 믿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하는 카페를 운영하기로 다짐했다. 그는 12년 동안 농촌을 돌며 농업인들과 인연을 쌓고 지역 농산물을 이용한 맛있는 음료와 담백한 음식을 도시민에게 전하고 있다. 김수향 대표를 만나 카페 ‘수카라’의 부엌이야기를 들어봤다.

▲ 카페 ‘수카라’에서는 발효시킨 천연조미료로 음식을 만들고 있다.

메뉴판에 농장이름 나란히
“다양한 지역의 협업농장에서 좋은 품질의 식재료를 직거래해 카페 ‘수카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음료와 음식을 만들면서 화학조미료가 아닌 손으로 만들고 발효시킨 천연재료와 친환경 농산물을 쓰고 있죠. 좋은 식재료를 온전히 살리는 채식메뉴를 만드는 게 특히 재미있습니다. 고기 식단도 함께 준비해 다양한 농촌의 맛을 도시민들에게 전하고 있습니다.”

카페 ‘수카라’와 협업 중인 농업인들은 전국 각지에 분포돼 있다. 커피는 공정무역 원두를 사용하고 음료에는 제주의 유기재배 유자와 레몬, 무농약 레몬즙, 광명의 야생꽃, 서울에서 허브, 광양에서 매실, 봉화에서 오미자, 서울과 김포에서 꿀, 강원도 범산우유 등이 있다.
손님이 보는 메뉴판에는 농장과 농업인의 이름이 나란히 메뉴와 함께 소개돼 소비자가 정확한 원산지를 알고 음료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아는 소비’의 중요성
김수향 대표는 2011년 출판사 대표 시절, 일본으로 강의를 다녀오다가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겪었다고 한다.
“원전사고로 오염된 물과 땅, 공기를 맞닥뜨리면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어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따져보니 사람들이 전기를 어디에서 가져와 쓰는지 정확한 정보를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전기도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수단인데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고 쓰고 있죠. 공기와 물이 피폭되고 땅이 오염되면서 식재료를 의심하게 되고 음식도 마음 놓고 먹을 수 없었어요. 당장의 공기가 오염되니까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김 대표는 서울로 돌아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물었다고 한다.
“사람들이 소비에 앞서 어디에서 어떻게 왔는지 알고 소비해야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무것도 모르고 당연하다는 듯이 소비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절망에 빠지고 말아요.”
그는 카페 ‘수카라’의 식구들에게 식재료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모두 알게 한 뒤에 요리한다고 말했다.
“생강이 들어있는 음료를 먹었을 때 몸 안에서 3개월 정도는 세포가 될 겁니다. 그때 생강이 몸에게 알려주는 것이 있을 거예요. 저는 중간에서 요리를 통해 건강의 의미를 전달하고 싶습니다.”

▲ 김수향 대표는 매달 1회 20여 명의 참여자들과 지역농산물로 저장이 우수한 소스와 효소 등을 만드는 워크숍을 카페 ‘수카라’에서 진행하고 있다.

워크숍 통해 도시민 만나
김수향 대표는 매달 1회 SNS에 신청을 받아 20여 명이 참여하는 워크숍을 열고 있다. 그의 워크숍에는 지역 농부들은 물론 요리사들도 오는데 대다수는 서울 도시민들이라고 전했다.
“발효·저장을 주제로 많이 합니다. 발효해서 소스를 만들기도 하고 레몬소금을 만들기도 해요. 좋은 국산 레몬은 겨울 밖에 못 구하는데 레몬으로 소금을 만들면 레몬을 1년 내내 저장해서 즐길 수 있어요. 시기를 놓치면 약 처리된 수입레몬을 먹어야 해요. 워크숍에서 좋은 레몬을 가공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유자와 고추를 삭힌 일본의 유명한 천연조미료 만드는 법도 알려드려요. 채소를 맛있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요리법 등도 알려드리고 있어요.”

김 대표는 워크숍이 농업인과 소비자의 관계를 단단하게 해주는 소통의 장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숍을 통해 농업인에게 다양한 레시피를 알려주고 소비자에게 제철의 식재료를 생활화하는 법을 알려주면서 농업인과 소비자를 이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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