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차 헌법 개정에 진정한 성평등 담자는 목소리 대두

세계 性격차조사지수에서 한국 115위
성평등 개헌 이뤄낸 프랑스·멕시코·대만…여성의원 비율↑
남녀 동등한 사회 위해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대돼야

▲ 지난 6일 국회에서는 개헌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할 것을 주문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5일 많은 국민들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사건으로 큰 충격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사건이 단순히 한 정치인의 일탈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된 권력구조의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특히 지난 30년 동안 많은 분야에서 민주화와 평등의 진전이 있어왔지만 성평등은 아직 미진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지난 6일 국회에서는 제10차 헌법 개정에서 여성의 대표성을 강화하고 성평등에 있어 국가의 책무를 명시하자는 국제토론회가 열려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헌법에 남녀동수제를 명시해 여성의원 비율이 40% 내외를 기록하고 있는 프랑스, 대만, 멕시코 등의 사례를 통해 앞으로의 개헌에 여성의 정치·사회·경제적 대표성 확대를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바른미래당 박주현 의원(비례)은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5년 성(性)격차조사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45개 국가 중에서 115위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라면서 “헌법에 남녀동등권 조항이 삽입돼 있는 프랑스와 독일처럼 우리나라도 개헌안에 남녀차별에 대한 적극적인 개선의지가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1986년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을 폭로하며 지금의 미투 운동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 권인숙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은 “이번에도 여성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면 피해 여성들이 양산되는 일이 또다시 재연될 것”이라며 “헌법에 공직여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 규정 신설, 임신·출산·양육 지원 등 양성평등을 명문화하자는 의견 등이 활발하게 개진돼 실질적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법무부의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한 권 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통해 여성대표성이 향상되고 성평등한 헌법 개정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선거에서 여성이 더 경쟁력 있어
이어진 발표에서 서강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 이진옥 책임연구원은 남성의 과잉대표성이 한국 정치제도의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 연구원은 “16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30%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이후, 17대에서 번갈아 순번을 부여하는 교호순번제로 여성비율이 50%까지 확장됐지만 위반 시 처벌조항이 없다는 한계를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 결과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과 더불어민주당은 비례대표 60% 여성공천을 약속했지만 여성을 후순위에 배치하거나 교호순번제를 위반해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식의 여성할당제를 실시했다”고 비판했다.

흔히 지역구 선거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고정관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20대 선거에서 수도권의 경우, 여성후보의 당선확률이 남성보다 2.4배 높은 통계자료를 통해 정당의 선거승리를 위해서라도 여성공천을 주요전략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 내 여성공천에 대해 직·간접적인 저항이 심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헌법에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대표성을 보장하는 내용을 삽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프랑스도 개헌 통해 성평등 실현
과거 유럽의회가 40%를 넘는 여성의원 비율을 기록한 반면, 프랑스 하원은 10.9%, 상원은 5.9%에 기록하는데 그쳤다. 프랑스도 여성의 가사책임과 가족부양을 강조하는 문화와 남성중심적인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경제 악화, 기성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여성이 그 대안으로 등장했고, 그 결과 2001년 지방선거에서 남녀동수제가 최초로 적용됐다.

서울시립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김민정 교수는 “프랑스는 남녀동수제 도입 이후 몇 차례 개정으로 하원의원 선거의 경우 교호순번을 적용하지 않으면 국고지원 삭감을 75%까지 확대했고, 도의회에 남녀동반선출제를 도입했다”고 사례를 설명했다. 그는 “여성의 정치참여를 개선하려면 여성들의 적극적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우리 정당도 프랑스의 사회당처럼 여성이 당선에 유리한 지역에 공천해 진정한 성평등을 이뤄내는 교두보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대만대학 정치학과 황창링 교수는 대만의 젠더할당제를 설명하면서 “2015년 기준으로 지역구 여성의원 비율이 한국이 10.3%, 일본이 6.1%인데 반해 대만이 31.5%인 것은 2005년 헌법 개정이 결정적이었다”면서 “젠더할당제는 정치적 재능을 지닌 여성의 풀을 확장시켰고, 가부장적인 정치문화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최근의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은 관습의 이름으로 자행되던 성폭력 체제를 무너뜨리는 시발점이라는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박선영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의 여성이 처한 불평등한 현실은 크게 낮은 고용률과 큰 임금격차의 불평등한 노동시장, 정치·경제적 의사결정에서의 낮은 대표성, 여성에게 편중된 가족돌봄, 젠더폭력의 일상화 등으로 나눌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실질적 평등의 한계를 보이는 헌법, 여성을 수동적 약자이자 특별한 보호의 대상으로 보는 헌법, 혼인 이외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지 않는 헌법은 문제가 있다”며 “따라서 개헌으로 성별을 포함해 모든 차별을 반대하는 내용과 함께 일과 생활의 균형, 돌봄의 가치를 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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