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기획-과수산업 발전 지름길‘의무자조금’③자조금 우수사례와 자조금 발전 방향

농산물 의무자조금 시행이 본격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임의자조금에서 의무자조금으로 전환하지 못한 품목의 정부 지원이 중단된다. 과수 품목 중에는 사과와 배, 감귤, 참다래가 12월 초 현재 의무자조금으로 전환됐고 포도, 복숭아, 단감 등도 올해 안에 의무자조금 전환을 목표로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조금 제도의 실태와 성과를 조명해 자조금 제도의 취지를 살펴보고 농가의 자조금에 대한 이해를 높여 과수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특집을 마련했다.

▲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와 전국한우협회가 지난 ‘11월1일 대한민국이 한우먹는 날’을 맞이해 한우 홍보대사 백종원 씨와 시식 행사를 마련해 한우 홍보에 나섰다.

■ 수입 쇠고기 개방의 위기를 기회로~ 

굳건한 한우 소비기반의 원동력 한우자조금

수입 쇠고기 개방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한우에 대한 신뢰는 높다. 한우산업이 위기를 극복하고, 발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는 한우자조금이 있었다. 
우리나라 자조금은 축산 분야에서 처음 도입됐고 의무자조금에선 한우자조금이 양돈에 이어 두 번째로 2005년에 출범해 현재는 최대 규모의 자조활동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우자조금은 한우 농가들이 한우 산업을 지키고 발전시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기금으로 등급 판정을 받은 한우 1두당 2만원의 의무자조금 거출을 했다. 
한우자조금은 소비촉진활동, 소비자 정보제공, 유통개선, 수급안정 등 한우 산업발전을 위해 다양한 방면에 활용되며 한우농가의 경영안정을 꾀해왔다. 

소비자들은 한우에 대해“비싸다”는 인식으로 가격이 내려가야 한다고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한우자조금은 이러한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할인과 관련 프로모션을 진행해 왔다. 한우 캠핑 페스티벌이나 대한민국이 한우 먹는 날(한우의 날), 한우 직거래장터 등의 공익·체험이벤트로 소비자의 한우에 대한 호감도를 높였다. 호감도는 한우 매출로 이어져 한우산업 위기 극복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이외에도 한우자조금은 전국적인 한우유통 감시단의 활동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유통개선 사업, 농가대상으로 교육을 통한 고급육 생산·정보를 제공, 한우의 품질 향상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특히 원산지 표시제 조기 정착을 위한 메뉴판 제작 보급과 홍보 행사 진행, 원산지 합동 단속과 쇠고기 이력 추적제 홍보 사업 등 한우산업의 안정적 발전을 위한 제도 정착에 역할을 했다. 
앞으로도 한우자조금은 한우산업 안정화를 위해 ▲수급불균형으로 인한 가격 급등·급락 ▲1인 가구 증가에 따른 간편식 시장 확대 ▲수입육의 한우 둔갑 방지 ▲경기불황으로 인한 소비자 구매심리 악화 등에 대응해 한우만이 한우로 팔리는 유통환경 조성과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체계적이고 다양한 홍보로 굳건한 한우 소비기반을 구축할 예정이다. 한우자조금 납입율은 99%에 이른다. 

■ 세계 1위 키위 수출 이뤄낸 제스프리 

조합원 스스로 이룬 수출 마케팅의 성공신화

의무자조금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제도다. 자조금은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네덜란드 등 다수의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볼 때 자조금의 성패는 결국 생산자조직의 조직력과 역량에 좌우된다. 
제스프리는 뉴질랜드 키위농가의 협동조합이다. 환경을 생각한 철저한 관리시스템으로 최상 품질의 키위 생산으로 세계 키위 소비시장의 30%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1년 내내 고품질 키위 공급을 위해 주요 생산국의 농장과 협업해 생산-포장-운송과 판매에 이르는 시스템을 구축한 덕분이다. 

1990년 초반 키위 과일산업은 가격 부진으로 위기에 빠졌다. 키위 가격 급락으로 키위과일 생산자들 스스로가 단일 영업망을 조성해 모든 생산자들에게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이 시도됐다. 
제스프리도 자조금을 통해 전국 단위 마케팅 대행조직을 중심으로 생산자 조직을 체계화할 수 있었다. 또한 수출 창구를 단일화해 경작자 스스로 자율규제 사항을 정하고 운영하고 있다. 바로 제스프리의 성공 비결이다. 키위 가격 폭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가 스스로  수급조절 사업을 펼친 노력으로 키위의 가격 안정에 역할을 했다. 

1997년에 설립된 제스프리는 2700여 명의 키위생산자가 조합원으로 수출 마케팅을 지원한다. 제스프리의 엄격한 품질관리와 연중공급체계구축 등을 통한 체계적인 브랜드 이미지 구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율적 수급 기능 강화에 자조금이 역할 해야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농산물 수급안정을 위한 방안으로 자조금을 활용한 자율적 수급 기능 강화 정책방안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과수는 기후 등의 영향으로 수요·공급의 조절이 어렵고 가격변동 폭도 크다. 
자조금을 활용한 자율적 수급 기능 강화로 과수의 가격안정을 꾀할 수 있다. 자조금으로 다양한 소비촉진, 수급안정 등 여러 사업을 통해  과수 산업의 발전을 꾀할 수도 있다. 

국내산 과수 소비 활성화와 더불어 수출 확대에도 자조금이 역할을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새로운 변화에 맞춘 도전과 과수산업의 안정을 위한 다양한 사업 추진도 가능하다. 자조금의 주인은 농가다. 자조금에 의한 수급조절기능이 가능하고, 생산자와 생산자단체의 자조금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선 자조금단체의 자율성과 운영 효율성의 확보도 필요하다.
또한 자조금은 농업인의 자율성에 기반하지만 정부의 지원과 육성 노력도 중요하다.  농식품부 등 관계기관, 품목별 과수협회 등과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보다 효율적 운영 방안을 투명하게 구축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  미니인터뷰-농식품부 김기주 원예경영 과장

국내 과수산업 발전 위해 자조금단체 한 목소리 내야
 

-국내 과수산업발전을 위한 당면과제는 무엇?
10a당 생산량이 2010년 대비 8% 증가하는 등 과수 생산 수준은 지속 향상되고 있다. 다만 지속적 소비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소비트렌드 변화에 적응해 나가야 한다. 중소과, 섭취하기 편리한 과일 등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커졌으나 우리 과수 산업은 6대 과종과 선물·제수용 대과 생산에 집중돼 있다. 소비자가 원하는 과종과 품종에 맞는 품질 좋은 과일을 생산하는 구조로 변화가 필요하다. 과수 수출 또한 어려운 실정이다. 국내가격 변동에 따라 수출 참여가 유동적이라 안정적인 수출 물량 확보가 어렵고, 여기에 수출업체의 덤핑 관행, 수출업체간 지나친 경쟁 등이 수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따라서 수출창구를 일원화하고 다양한 수출시장 개척, 현지인에 대한 홍보 등이 필요하다.

-과수산업에 있어 의무자조금의 영향력은?
의무자조금은 개별 농가 단위에서 추진이 어려운 소비촉진 홍보, 수급조절과 가격안정, 수출시장 개척, 연구개발 등을 품목단체 주도로 추진해 나가는 제도다. 품목 생산자가 자금을 50% 거출하면, 정부가 거출규모에 비례하여 50%를 지원하여 재원을 조성한다. 의무자조금 단체는 정부를 상대로 농정활동을 할 수 있고, 품목의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표성 있는 단체가 돼야 한다. 

자조금 단체의 대표적인 역할로 수급조절을 들 수 있다. 과수를 포함한 농산물은 일정 정도 가격 불안정성을 보이는 게 현실이다. 수급 조절은 개인이나, 소규모 생산자 조직에서는 해결하기 어렵다. 정부가 지원해 줄 수 있는 부분도 한계가 있다. 이런 문제를 자조금 주도로 자율적 수급조절을 실시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

다른 자조금의 대표적인 역할로 소비촉진과 홍보가 있다.  축산업계도 자조금을 활용해‘한돈’과 같은 브랜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수입과일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우리 과수업계도 자조금을 중심으로 브랜드 마케팅을 강화하고 국산 과일 소비 촉진을 위한 다양한 국민 접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의무자조금 운영과 가입의 성공요인은?
자조금의 기본 원칙은 무임승차 배제다. 최대한 많은 농업인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자조금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회비를 납부해야 한다. 또 과수 산업발전을 위한 품목별 중장기 종합계획 마련이 필요하다. 당해 거출, 당해 지출하는 단순 구조에서 벗어나 적립금을 조성하는 등 자조금이 해당 품목의 장기적 발전을 이끌어 가도록 중장기 발전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과수 자조금은 미래에 대한 투자다. 과수산업이 당면한 위기를 인식하고, 해당 품목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자조금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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