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김영란법 개정

농업계 “미봉책 말고, 농산물 예외가 정답”

지난 10월 국제원예생산자협회(AIPH) 사무국장 브라이어클라이프는 김영록 농식품부장관에게 ‘꽃이 뇌물이 될 수 있는 건가요?’라는 내용의 항의서한을 보냈다. 
편지 내용을 살펴보면, 꽃이 뇌물이 된다는 대한민국은 그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라는 의구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김영란법 시행에 화훼가 포함된 것에 대해 ‘비합리적 결정(unreasonable decision)’이라고 항의했다. 나아가 꽃을 주고받는 것을 막는 그 어떤 법적조치도 ‘퇴행적 관행’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브라이어클라이프 사무국장은 네덜란드 사람이지만, 김영란법으로 인한 피해를 한국의 화훼농가 입장에서 깊이 있게 이해하고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첫째, 화훼농사는 대한민국 소규모 지역농가의 경제활동의 중요한 일부분이며, 김영란법은 소규모 가족형태로 간간히 행해 온 이들의 생계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둘째, 대한민국 화훼농가들은 수입 꽃에 이미 경제적 압박을 충분히 받고 있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화훼생산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게 만들 것이다.
그는 “꽃을 선물하는 것은 진심어린 마음을 전달함으로 받는 이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 꽃의 생명력은 짧아서 지속가능한 경제적인 가치를 갖지 않기에 꽃이 결코 뇌물로도 간주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편지가 김영록 장관에게 정상적으로 전달되었는지는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김영란법 시행 1년 여만에 화훼농가는 온통 초토화 됐다. 처참한 폐허 위에 지난 11일 3-5-5로 통과됐고, 농수축산물에 한해 10만 원까지 허용하기로 했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 소식을 받아드는 화훼농가와 과수농가, 축산농가 등은 그저 무덤덤할 뿐이다. 그래서 설 명절 때는 집안경제가 좀 나아지겠는가에 대해 별로 기대치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 국회 정무위의 ‘농산물 예외법안’
최근 과일 사정도 점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까지만 해도 배에 비해서는 가격우위에 있었던 사과 마저 시장가격이 곤두박질 치고 있는 상황이다. 농가들은 그 이유를 첫째 김영란법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전세계 온갖 과일에 대한 수입 빗장을 풀어놓은 상황에서 김영란법까지 가동을 하니 대한민국 과일시장이 박살이 났다는 것이다. 단감과 대봉감 등도 폭락해 산지폐기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볼멘소리는 한우·전복·굴비·송이·인삼 등의 농가에서 더 많이 제기되고 있다. 이번에 농수축산물 선물가액이 10만 원으로 조정됐지만, 이들 농수축산물은 10만원이 넘어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완영 자유한국당 김영란법대책TF 팀장은 지난 11일 권익위원회에서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의 경우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는 개정안이 가결된 것을 두고 “다행이지만 아쉽다”고 평하면서, “보다 근본적으로는 농축수산물의 경우 청탁금지법에서 제외하는 법 개정이 돼야 한다”고 평했다.

지난 11월27일 국민권익위 전원위원회를 통해 부결시켰을 당시에는 홍문표 의원이 정무위원회를 통해 국회 내에서 김영란법을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홍 의원은 “현재 정무위에 계류 중인 청탁금지법 개정안이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바 있다.

이완영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농축수산물의 예외를 인정해야한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한 만큼 정부와 여당은 정무위에 계류되어 있는 ‘농축수산물의 청탁금지법 적용 제외’ 개정안 처리에 조속히 협조해 내년 설에는 농촌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물=뇌물’ 인식부터 바꿔야

농식품부, ‘착한 선물 스티커’로 안전(?) 선물 확인 지원

#농식품부가 내놓은 후속조치 실효성 미지수
농식품부는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 후속대책으로 ‘착한선물 스티커’ 및 한우·인삼 소포장에 대해 실속형 상품 택배비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청탁금지법 개정에서 농축산물을 원·재료로 50%이상 사용한 가공품의 경우 10만 원까지 선물이 가능해졌으나 소비자들이 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유통업체와 협의해 가칭 ‘착한선물 스티커’를 붙이도록 한다는 것이다. 

화훼의 경우 경조사·선물용 위주 화훼 소비문화를 생활용 소비로 전환하고, 화훼 품질제고를 위한 유통방법도 개선키로 했다. 
슈퍼마켓·편의점 등 소매점 내 꽃 판매코너를 확대해 올해 2000개에서 내년에 32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기업, 공공기관 등의 사무실에 꽃을 보급하는 일상愛꽃(1table-1flower) 운동도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다. 올해 참여기업 78개에서 내년에는 300개 기업으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꽃다발 등 관상용 화훼의 품질 지속기간을 늘리기 위해 습식유통을 지원하고, 가액기준에 맞는 소형화환 유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예식장, 장례식장 등 주요 소비처에 맞춤형 화환대를 보급하는 사업도 지원할 계획이다.

과수의 경우 제수용 등 과일소비가 특정 시기에만 집중되지 않도록 생산·소비 대응 방안도 마련했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돌봄교실 학생을 대상으로 과일간식을 제공하고, 직장인 대상 과일 도시락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생애주기의 특성에 맞는 과일소비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동시에 사과·배 등 6대 과일 중심의 생산 구조를 소비자 수요에 맞는 과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재배기술 보급과 품종 갱신 사업 등을 지원해나갈 계획이다. 

또,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아 이번 김영란법 개정에서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한우·인삼의 경우 상품 구성을 다양화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인삼제품도 1회용 홍삼캡슐, 1주일용 홍삼 파우치 등 제품 구성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다만, 이와 같은 보완대책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금액을 불문하고 안 주고 안 받기가 관공서를 중심으로 확산돼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어떻게 넘어설 수 있느냐 하는 더 큰 장애물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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