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동행취재 - 뉴질랜드·호주의 선진농업 현장을 가다 ①뉴질랜드 편

▲ 뉴질랜드 로토루아 근처의 마마쿠 블루베리 농장에서 농장운영과 묘목관리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생활개선회 연수단. 이 농장은 20ha에서 블루베리 외에도 구즈베리 등 여러 가지 작물들을 생산하고 있으며 식품가공 등 복합 영농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 뉴질랜드 선진농업 연수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회장 김인련)는 지난 11월21~30일 뉴질랜드와 호주로 선진농업국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이번 해외연수는 우리 농촌지역 발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우수 생활개선회원들이 해외농업·농촌 현황을 파악하고 변화하는 흐름에 대응함으로써 역량을 강화하고 농촌사회와 농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8박10일간의 연수에 참가한 14명의 중앙회 임원과 도·특광역시 회장, 영농스타 수상자들은 뉴질랜드․호주의 친환경농업과 농민단체 활동 등을 보고 듣고 생생하게 체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호에는 뉴질랜드농업에서 우리 농업이 나아갈 길을 모색해 본다.

자연․동물․사람이 함께하는 유기농업
가족농 중심의 행복한 농업강국

유제품, 육류, 와인 등 1차산업 수출 상승세
비행기로 11시간을 날아가 뉴질랜드 오클랜드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마치니 농수산부 탐지견이 관광객들의 가방에 코를 들이댄다. 반입금지 또는 제한 품목을 찾는 거란다. 어쩌면 번거롭기까지 한 입국 검역시스템이었지만 자국 농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농축산물의 반입을 막기 위한 검역시스템이 철저하다. 국토의 52%가 초지로 사시사철 목축업이 가능한 뉴질랜드에 광우병이나 구제역이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됐다.

뉴질랜드 하면 드넓은 초지와 양, 소를 생각한다. 이처럼 뉴질랜드에는 사람보다 소가 2배 이상 많다. 식량의 76%를 수입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농산물이 나라 전체 수출의 50%를 넘는 수출농업국이다. 농산물 수출 강국답게 유기농산물도 내수보다 수출이 더 많다. 주요 수출 품목으로 유제품, 양고기, 소고기, 양털, 키위, 아보카도, 사과 등이며 호주, 일본, 아시아, 유럽 등에 수출하고 있다.

농부연합회, 농업인 권익보호와 농민 대변
연수단이 뉴질랜드 입국 첫 날 방문한 농부연합회는 오클랜드에서 차로 약 1시간30분 거리인해밀턴에 위치해 있다. 1945년에 설립된 농부연합회는 1902년에 결성됐던 뉴질랜드 파머스 유니언(NZ Farmers Union)이 전신 조직이며, 1944년에 양 생산자조합(Sheepowners’Federation)과 합병했다. 이 조직은 회원 농업인의 권익보호와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민주적이고 독립적 기구로서 뉴질랜드의 전체 농민을 대표하는 조직이기도 하다.

▲ 뉴질랜드 대규모 농가 90%가 회원으로 가입할 정도로 뉴질랜드를 대표할 수 있는 농업단체인 농부연합회를 방문한 생활개선회 연수단이 단체 관계자로부터 연합회의 구성과 활동 등 뉴질랜드 농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연수단을 맞아준 스티와트씨는 “농부연합회는 농부를 대변해 정부에 법안을 제출하기도 하고,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또 “전체 회원 중에 65%가 목축농가이며, 자발적 기금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회원 수만 2만5000여 명이며, 뉴질랜드 대규모 농가 90%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한다.

이들은 자칭 ‘농부들을 돌보는 농부들’이라 말한다. 자신들의 임무는 수익성이 있고,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한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주요 의사 결정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처럼 농부연합회는 지속 가능성, 동물복지, 농가 수익성에 목표를 두고 있다. 자연과 동물은 관리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사라질지도 모르며, 이는 그들의 생계 수단까지 사라진다고 생각해 개발보다는 자연을 그대로 보존하고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1차산업만으로 선진국이 된 나라
뉴질랜드는 청정이미지를 마케팅 한 친환경농업국가다. GMO 곡물을 사용하지 않고, 가축에게 사료 대신 케일·순무·알파파 등 6개 작물을 재배해 영양공급원으로 사용한다. 원칙을 고수하며 자연친화적으로 가축을 키우겠다는 농부들의 의지와 정부의 노력으로 ‘오염되지 않은 세계 최고의 청정국’으로 인정받아 1차산업만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랐다. 선조들의 방식을 이어가며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한 이들의 굳은 의지가 만들어낸 청정 이미지는 다른 모든 생산품의 신뢰도까지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 식품가공의 복합 영농 형태를 유지하는 이곳의 가공사업장에는 냉동시설과 소박한 가공시설을 갖추고 있다.

가공시설 큰 돈 안 들고 다양한 제품 생산
연수단은 오클랜드에서 북섬의 아래쪽인 로토루아 근처의 마마쿠 블루베리 농장을 방문했다. 이곳은 1980년대에 설립된 뉴질랜드에서 가장 큰 블루베리 농장으로 20ha에서 블루베리 외에도 구즈베리 등 여러 가지 작물들을 생산하는 곳이다. 농장주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본 농장은 가족 노동력 중심의 원예유기농업으로 식품가공 등 복합 영농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약 5종류의 블루베리가 재배되며 수확시기도 모두 다르다. 묘목도 종류별로 키워서 늙은 나무는 뽑아내고 보식해 주며, 나무 주변의 잡초를 잘라 비료로 쓰는 등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유기농업을 실천하고 있다.
블루베리만 연 200톤을 생산해 70%는 냉장유통용으로, 20%는 직접 가공해 판매하고 있다.

이 농장에서 눈여겨 볼 것은 가공시설이다. 농장의 가공시설은 우리나라의 크고 깨끗한 시설과 각종 장비와 비교한다면 무척 소박하다. 냉동창고와 가공사업장, 농자재 보관 창고로 사용하는 창고형 건물에서 설비투자에 대한 비용 걱정 없이 좋은 재료로 좋은 가공품을 만들 수 있는 이곳의 가공시스템이 놀랍고 부럽다.

▲ 블루베리 농장 입구에 마련된 판매장에서는 생 블루베리 주스․와인의 시음과 아이스크림, 머핀, 잼 등 블루베리와 조합된 다양한 제품들이 있다.

이 곳의 주요 생산품은 와인, 잼, 주스, 젤리, 농축액 등이며 생과판매를 비롯해 시장변화에 맞춰 열매수확과 와이너리 견학 등 체험농장 프로그램을 접목한 6차산업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농장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맛있는 생 블루베리 주스·와인의 시음코너가 마련돼 있고, 아이스크림과 머핀, 와인, 잼 등 블루베리와 조합된 다양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 연수단이 키위농장 가이드에게 키위꽃의 암꽃과 수꽃의 구별법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하나라도 놓칠세라 설명을 듣는 모습이 진지하다.

자연환경과 관광산업 접목한 농업
타우랑가의 키위농장과 로토루아의 아그로돔 농장도 뉴질랜드 북섬을 대표하는 농장이다. 타우랑가의 키위농장은 1987년에 문을 연 뒤 지난 30년간 1천500만 명의 해외 관광객이 방문해 키위 스토리를 전파한 농장으로 유명하다. 농장 입구의 키위 모양의 카트를 타고 농장 가이드인 사이먼씨의 설명을 들으며 농장을 둘러봤다.

▲ 키위꽃의 암꽃(사진 왼쪽)과 수꽃의 모습.

그는 “150여 종의 키위 품종이 있는데 상업적으로 재배되는 것은 그린키위, 골드키위, 키위베리 3개 품종이며, 이 지역에서 생산된 키위는 9~10개월간 안전하고 신선한 상태로 저온 저장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암꽃에서 열매가 자라고 수꽃은 도와주기만 한다며 직접 암꽃과 수꽃의 구별법을 알려줬다.

10~11월은 봄이라서 꽃이 피고, 4~6월인 가을철에 수확한다. 지금은 꽃이 피는 시기라서인지 곳곳에 벌통을 놓아 벌들이 수정을 돕고 있다.
뉴질랜드의 대표 키위 테마공원인 ‘키위360’이 위치한 테푸키는 뉴질랜드 키위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키위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키위 재배에 탁월한 이 곳의 화산질 토양을 이용해 신품종을 개발하고 1등급 키위는 무조건 수출하는 전략과 철저한 품질관리로 단기간에 ‘제스프리’를 세계 1위의 키위 브랜드로 만든 이들의 경영전략 또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1971년 문을 연 아그로돔농장 또한 약 142만㎡ 규모로 뉴질랜드 북섬 최고의 관광지다. 거대한 목양 농장으로 푸른 들판의 수많은 양들을 구경할 수 있다. 농장내부에 있는 공연시설에서 펼쳐지는 양털깎기쇼와 새끼양 젖먹이기 등도 이색체험거리다. 수십 종의 양들의 쇼를 헤드폰을 통해 통역을 제공하기 때문에 언어적 문제도 없다. 야외에서는 양몰이 개의 쇼가 펼쳐진다.

쇼가 끝나면 유기농 팜 투어 트랙터를 타고 농장을 돌면서 양·알파카·소·사슴 등에게 먹이주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대관령 목장에서 펼쳐지는 양몰이 개 시범 등 다양한 체험과 매우 유사했다.

▲ 크롬웰 단지의 체리농장 입구에 마련된 매장에서는 각종 과일과 우리나라 꾸러미와 같은 묶음식 농산물을 볼 수 있다.

뉴질랜드 투어 마지막 날 남섬의 퀸스타운에서 크라이스트쳐치 공항으로 가는 길에 오타고 지방의 중앙부에 위치한 크롬웰 단지의 체리농장을 방문했다. 이곳 또한 할머니와 아들이 함께 농사짓는 가족형 농장이다. 곧 수확철이라서 수확하는 사람 외에는 농장 안에 들어갈 수 없어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농장을 둘러봤다.

햇빛의 반사를 돕고자 바닥에는 하얀 망을 깔아 놨으며, 나무 아래에 관수시설을 잘 갖추고 있다. 농장입구에 설치된 판매장에서는 과일의 도시답게 체리 이외에도 다양한 과일을 판매하고 있다. 한 켠에 우리나라 꾸러미와 같은 묶음식 농산물도 판매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 연수단은 뉴질랜드 테푸이아의 마오리 민속마을을 방문해 원주민의 전통가옥과 공예품을 관람하는 시간을 가졌다.

개발보다는 자연이 우선
유황온천의 도시 로토루아의 세계 10대 스파 중 하나인 폴리네시안 온천과 레드우드 삼림욕장, 동화속 마을 같은 아름다운 여왕의 도시 퀸스타운을 둘러싼 호수와 만년설, 세계 최초의 번지점프 다리, 그리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운 경치를 자랑하는 피요로드 국립공원 등 뉴질랜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으로 값진 자연유산들도 많다.

천혜의 자연 조건과 자연에서 얻은 것을 자연에 돌려주며 개발보다 자연을 지키고 보존해 자연으로부터 혜택을 받는 나라 뉴질랜드. 세계적 청정국이라는 말은 이러한 농민들과 정부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뉴질랜드는 우리와 농업적 특성이 다른 부분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2.7배에 달하는 넓은 국토면적과 우리의 126배나 되는 호당 경지면적. 우리나라에서 대농이라 하더라도 뉴질랜드에 비하면 텃밭 수준에 불과하다.

또한 논농사 중심의 우리와 달리 뉴질랜드는 넓은 초지를 이용한 축산업이 중심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도 뉴질랜드는 우리와 다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벤치마킹해야 할 중요한 점은 넓은 초지를 바탕으로 1차산업만으로 국제경쟁력이 가능하다는 성공신화를 보여준 뉴질랜드의 자연친화적 교육과 유기농업, 농민을 대변하고 정책에 반영되게 하며, 정부와 농민의 중간적 역할을 수행하는 농민연합 조직, 그리고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적극적인 공감대 형성과 농부들의 자부심 등이다.

연수단 일행은 “규모만 작을 뿐 우리의 기술은 월등하다. 작지만 강한 강소농과 6차산업·4차산업혁명 등 우리 농업실정에 맞는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으로 국제경쟁력을 키우자”며 “안주하는 농업이 아닌 개척하는 농업을 배우는 계기가 됐다. 아직 한국농업은 어둡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살면~?’ “그렇게 산다면 우울증이 걸린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웃고 지나쳤지만 워낙 땅이 넓어 어디를 둘러봐도 초지밖에 없는 이곳에서 산다면 어쩌면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어울려 살아가는 문화다. 대농보다는 소농위주의 고령농이 대세를 이룬다. 먹고 사는 걱정이 없어서인지 이 나라 농부들의 얼굴에서 삶의 만족감이 느껴졌다. 정부의 변함없는 농업정책과 농민을 먼저 생각하고 농민을 대변하는 농업인단체, 농업·농촌의 가치와 권익을 인정하고 지원하는 정부와 국민들의 의식이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우리나라 농업·농촌에서 꼭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더 늦기전에 이제는 우리의 자연환경과 농업환경, 농촌 실정에 맞는 ‘맞춤형 농업전략’을 정부와 농업인, 농업인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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