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외특집 - 라오스 비엔티안주 액상마을 KOICA 농업협력 현장취재

▲ 채소 비가림재배는 라오스 액상마을에 획기적인 소득향상을 가져다주었다. 채소값이 급등하는 우기에 안정적 생산이 가능해지자 이 지역 농가는 앞다퉈 비가림 재배를 도입했다. 사진 왼쪽 여성이 이 마을 여성지도자인 존 찬타센 씨다.

한국전문가들 열정·신념으로 농촌지도사업 추진
마을지도자들 “한국 본받아 잘사는 마을 만들겠다”

3년간 한국 농촌발전 경험·노하우 투입
채소 없어서 못팔고 소는 매일 600g씩 살쪄 
라오스 총리 “이 마을 사례 전국 확산하라”

인도차이나반도 중부에 자리잡은 라오스는 한반도 1.2배의 면적으로 동쪽에는 베트남, 남쪽에는 캄보디아, 서쪽으로는 태국, 북서쪽의 미얀마, 북쪽의 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내륙 국가다. 인구 약 690만 명이 17개 행정구역에 나뉘어져 생활하고 있다. 불교도가 대부분(인구 90%)이고 절대 빈곤국 가운데 하나지만 주민들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족하는 삶에 익숙해져 있다. 1당 체제의 사회주의국가이지만 경제활동은 자유롭고 활기가 있어 보인다. 한국과는 이미 상당한 수준의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몇 년 전 한국의 TV 프로그램에 라오스 여행이 소개된 이후 관광지인 비엔티안, 르왕프라방, 방비엥 등은 한국 여행객들로 북적인다.
취재팀은 그 가운데 수도가 위치한 비엔티안 지역을 중심으로 한국과 라오스간 종합농촌개발협력사업이 이루어지는 현장 마을을 지난달 24~27일 방문, 취재했다. 

▲ 취재진이 마을회관에서 액상마을 대표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

액상마을을 바꾼 ‘하면된다’ 정신(Can Do Spirit)
“푸악하우 햇 다이”라오스 말로“우리도 할 수 있다(we can do it)”라는 뜻이다. 오랜 세월 강대국의 식민지배와 내전, 공산화의 길을 걸으면서 국가 근대화에 뒤쳐진 인도차이나 내륙의 작은 나라 라오스 오지 마을에서“우리도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하게 터져나오고 있다. 
취재진은 라오스 비엔티안주 북쪽으로 50여 km를 달려 180여 농가가 살고 있는‘액상’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라오스의 전형적인 농촌이라고 보면 된다. 쌀농사를 위주로 하면서 소를 소득작물로 키워낸다. 

이 곳에서 3년 전부터 농촌개발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인 전문가 전태하(70) 씨를 통해 마을의 여성지도자 존 찬타센(48) 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홀몸으로 아들 둘과 딸 하나를 키워내는 강인한 여성이다. 여성연맹을 이끌고 마을의 당위원장을 맡고 있기 때문에 지방정부에 대한 영향력도 상당하다. 

2014년부터 시작한 농촌개발협력사업에 대해 묻자 그는“한국의 농업 전문가들이 지도해준 대로 일을 추진하면서 마을 주민들의 생활이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특히 상추 등 채소류를 비가림재배하는 법을 배우면서 다른 마을보다 훨씬 소득을 더 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농가 개개의 소득증대 보다 더 중요한 것으로 주민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예전에는 주민들 스스로 더 노력해서 더 많은 소득을 올리는 일에 대해 무관심했는데 이웃집에서 높은 소득을 올리는 실상을 보게 되면서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변했다”고 전한다. 그는 약 두 달전 한국 농촌발전연구원 초청으로 한국 농촌마을을 견학하기도 했는데 그 때 본 한국의 농촌은 경이로움 자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전태하 씨는“한국도 지금의 당신들과 비슷한 처지였던 시기가 있었다”며“주민들이 함께 뜻을 모으고 힘을 모으면 라오스 농촌도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 

▲ KOICA 사업에 마을주민들이 자금을 보태 개설한 마을시장 모습. 주민들은 자신이 생산한 각종 채소류, 과일, 민물고기 등을 가져다 팔고 있다. 원조에만 의존하지 않는 자조적 노력이 돋보이고 있다.

한국 KOICA 협력사업에 “깊이 감사”
이 마을 주민들이 이같은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는 전태하씨와 같은 전문가의 도움이 매우 컸다. 이장 몬 셍타봉(42)씨는 전태하 전문가에 대해“He is strong man, push man”(강하게 밀어치는 사람)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전 씨가 이 지역의 농촌개발사업에 몸담은 기간은 벌써 4년. 그동안 그는 한국의 농촌지도사업 경험과 새마을운동 노하우를 되살려 액상마을의 환경 개선과 농업기술 향상에 힘을 쏟았다. 

그가 이 지역에 정착시킨‘채소 비가림 재배’는 마을 주민들로부터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라오스의 기후는 6~10월 우기, 11~5월 건기가 반복되는데 우기가 진행되는 동안 상추 등 채소류의 가격이 폭등한다. 이 때 제대로 농산물을 생산한다면 그야말로‘대박’. 이 마을에 우기에 품질 좋은 상추(채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해 준 프로젝트가 바로‘비가림 재배법’이다. 

이미 한국에선 익숙한 농사기법이지만 이 마을 주민들에겐 그저 신기한 시설이었고 놀라운 결과를 가져다 줬다. 비 피해를 받지 않은 상추들은 잘 자라 가뜩이나 공급량이 부족한 우기에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간다고 한다. 채소농사가 돈이 되는 것을 안 이곳 주민들은 KOICA에서 지원하지 않아도 스스로 비가림시설을 갖추고 채소재배 농가가 185농가로 늘어나 채소 주산지로 발돋움하고 있다.

전태하 전문가는 앞으로‘라오 황우(누런소)’비육이 이 마을 주민의 소득향상에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이 곳 주민들은 집집마다 황우를 적게는 4~5마리에서 많게는 30~40두를 키우고 있는데, 한국에서 파견된 한우 비육 전문가 김용곤 박사의 활약이 크다. 김용곤 박사는 조사료 확보를 위한 초지를 조성하고 현대식 축사를 짓고 건기에 앤시리지를 제조하여 급여하는 사양관리로 황우의 일일 증체량을 600g이상 넘겼다. 이는 예전에 비해 5~6배가 높은 수준으로 주민들의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  

종합농촌개발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이 마을의 소득은 종전에는 쌀이 최고였으나 지금은 축산, 채소, 쌀 순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아울러 버섯봉지재배법을 보급하여 앞으로 쌀농사 중심에서 축산, 채소, 버섯 주산지로 농가소득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른 마을주민들이 이 마을 사례를 배우기 위해 찾아오고 있으며, 이 나라 농림부장관은 물론 국무총리까지 다녀가면서 이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되도록 적극 뒷받침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 액상마을의 성공사례는 라오스 중앙정부의 큰 관심을 이끌어냈다. 라오스 정부는 이 사업을 자신들의 농업정책인 ‘삼상정책’과 연계 추진할 것을 지시했다. 지난 9월 이 마을을 방문한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일행의 모습.

잘사는 농촌 만든 우리 경험 나눈다 
1960~70년대 한국의 농촌은 현재 라오스의 농촌보다 더 나은 것이 없었다. 라오스 액상마을은 지금 전기도 들어오고 21세기 문명의 혜택을 조금이라도 누릴 수 있지만 우리에겐 그 조차도 없었다. 한국의 농촌은 사십년 식민지배로 수탈당한 뒤 이어진 처참한 내전으로 인해 산천은 피폐하고 살림은 궁핍했으며, 우리의 가슴은 허탈함과 분노로 가득했다. 그러나‘잘 살아보겠다’는 의지와‘하면 된다’는 신념을 정부와 국민이 공유하고 신뢰하고 협력하면서 오늘날 한국 농촌의 기적이 일어났다. 

라오스 액상마을의 경우 어느 날 갑자기 동북아시아 한 나라로부터 복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다. KOICA 사업을 통해 지구상에서 가장 활력 있고 역동적이며, 기술과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지금 이 마을의 잘 사는 미래를 위해 투혼을 불사르고 있다. 서서히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마을 사람들의 눈빛도 달라지고 있다. 스스로 일을 하려는 자조적 노력과 근면함을 배워가고 있으며, 마을 주민간 소통과 화합의 방법도 발전시키고 있다. 

이제 남은 일은 지금까지 쏟아 부은 열의와 노력이 정당한 대가로 돌아오는 일이다. 이는 개별 농가의 소득증대로 시작해 마을 전체의 활력화, 주 단위 혁신, 국가 전체의 농업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알차고 값진 성공경험을 개발도상에 서 있는 이웃 나라와 함께 나누며, 서로의 꿈을 함께 이루어 가는 것. 이처럼 보람되고 가치 있는 일을 전문가들의 열정, 마을 주민의 소망과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꽃을 피워내고 있는 곳이 라오스 비엔티안 액상마을이다. 

■ 인터뷰 - KOICA 농촌종합개발사업 한국전문가 전태하 씨

라오스 농업을 깨워내는 한국의 지도사업 달인

▲ 이 마을의 소득향상을 이끌고 있는 전태하 전문가는 영동군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지낸 농촌진흥공직자 출신이다.

-라오스에서 농촌지도 전문가로 일한 기간은?
KOICA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KIRD(한국농촌발전연구원 전문가의 일원으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개년 계획으로 사업을 하고 있다.

-이 일을 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지도사업에서의 보람이란 것은 늘상 그러하듯이 시범 사업이 성공하여 주민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다.

-사업 추진상 애로점이 있다면?
이 나라에 농촌지도 사업을 전수하면서 그 일환으로 소득증대 사업을 하고 있는데 농민들과 직접 말이 통하지 않으니까 이 나라 공직자들을 통하여 사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나라 공직자들의 업무자세다. 우리는 새마을 사업이 한창이던 1960~70년대에는 공휴일도 없이 열심히 뛰었는데 여기는 그렇지가 않다. 돈을 안주면 일을 안 한다. 당연히 자기 지역에서 하는 일이니까 자기들이 해야 할 일임에도 개인적인 이득이 없으면 일을 안한다. 그런 공직자로서의 봉사정신을 기대할 수가 없다. 그래서 더욱 현장을 확인하며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사업에 주민 참여 비율이 30% 이상인데 처음에는 외국의 무상원조에만 의존하는 타성이 있어서 자부담을 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돕지 않으면 남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는 자조 정신을 터득하여 잘 따라오고 있다. 

-마을사람들의 의식 변화와 마을 소득의 증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액상 마을은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를 잘하는 마을이다. 마을 안 길의 개량, 농민 시장개설, 마을회관 건립 등에 적극 참여하여 30개 시범마을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마을의 소득원도 10여 년 전만해도 벼농사, 축산, 채소 순이었는데 지금은 축산, 채소, 벼농사로 그 순서가 역전됐다.

-앞으로의 과제는?
두 가지다. 첫째는 주민소득을 올리는 일이고 둘째는 이런 사업을 라오스 전국으로 확산시켜서 잘 사는 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주 소득원인 소 사양 관리개선 사업이 전국으로 확산 된다면 농가 소득이 20% 정도 이상 개선될 것이다. 
또 이 나라는 메콩강 줄기를 따라서 넓은 땅을 가지고 있으면서 좋은 품질의 과일을 태국과 베트남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따라서 신품종 과원을 200ha 이상 조성해 소득증대를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는 시범사업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정책화 시켜서 확산하는 것인데 이것은 이나라 고위 정책 담당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벌써 우리 사업이 소문이 나서 지사, 장관, 총리까지 마을을 방문했고 이 사업을 라오스의 농촌개발 정책인‘삼상사업’과 연계하여 추진할 것을   총리가 지시하여 관련부처에 하달되고 있으니 전망이 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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