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이 드높고 산들바람으로 낙엽이 휘날리는 쓸쓸한 감상(感傷)이 스며드는 가을이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이에 가을을 맞아 가슴 한 구석에 애잔한 감정이 저며 든다.

이럴 땐 박건호가 작사하고 김목경이 곡을 붙인‘어느 60대 노부부의 사랑이야기’란 노래가 생각난다. 애수를 띤 가사와 멜로디는 언제 들어도 가슴을 울린다.

노부부의 젊은 시절 삶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묘사한 이 노래는 가을정취에 녹아드는 감상과 애조 띤 멜로디에 매료돼 가을의 문턱에서 듣고 또 들어도 다시 듣고 싶어진다.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메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 때를 기억하오?/-중략-/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이 노래는 노령의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사랑의 헌시(獻詩)다. 아름다우면서도 슬픈 삶의 끝자락을 얘기하는 노래다. 젊은 날 아내와의 아름답던 추억을 아련하게 더듬는 애틋한 노랫말이 인상적이다.

요즘 황혼이혼이 30%이상 늘고 있다고 해 안타깝다. 또 이혼하지 않고 각자의 삶을 산다는 ‘졸혼(卒婚)’이라는 이상한 풍조도 걱정이다. 이  노래를 들으며 부부애를 점검해 보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백년해로는 오복 중 으뜸인데 100세 시대 죽을 때까지 서로 다독이며 잘 살길 빈다. 황혼을 바라보는 노년에게도 사랑은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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