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 ‘농촌여성의 소외된 삶, 사회적 배려가 필요할 때’

▲ 편견으로 인한 차별에서 벗어나면 다문화자녀는 우리나라를 넘어서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다. (사진은 도농협동연수원이 주최한 ‘다문화 청소년들이 어울림 여름캠프’ 모습)

④ 다문화자녀, 농촌의 새로운 동력(하)

세분화된 다문화자녀 정책 절실
전담조직 아닌 지역사회와 함께해야
또래에게 받는 차별 커…다문화교육 정규과정 도입·공동체험활동으로 극복해야

초기 다문화자녀의 정책은 주로 결핍과 부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결과, 언어능력이 떨어지거나 학업성적 부진, 학교 내 적응의 어려움을 겪는 등의 사회적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다문화자녀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소외된 집단, 일반학생과 별개로 다뤄야 하는 특수한 집단으로 인식해 다문화자녀의 긍정적인 역량을 개발하기 위한 정책들은 현실성이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한계를 노출했다.


연령·성장배경·가구특성별로 지원책 구분해야
무지개청소년재단이 지난해 발표한 ‘이주배경청소년 정책 중장기 발전방안 연구’에 의하면 다문화자녀가 원하는 지원 프로그램은 ▲진로상담과 진로교육 ▲부모나라 언어 교육과 직업기술훈련 ▲일자리 소개 ▲부모나라의 문화이해 교육 ▲또래관계 상담 ▲한국적응 교육 ▲한국어 교육 순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연령별, 재학여부, 월평균 가구소득, 부모출신별로 각각 요구하는 지원이 달라 다문화자녀를 세분화해 정책을 추진해야 실효성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선 연령별로 다문화자녀를 구분해 저연령대는 학습지원과 부모님 나라에 대한 언어와 문화교육을, 고연령대는 진로상담과 일자리·직업훈련을 원하는 요구가 많았다.

또한 다문화자녀의 성장배경에 따라 적합한 프로그램이 제공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성장한 다문화자녀들은 만15세를 기점으로 어머니와의 관계만족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반면, 중도에 입국한 다문화자녀들은 그 격차가 크지 않다가, 만18세 이상에서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중도에 입국한 다문화자녀들은 입국 후 사회적 관계가 빈약한 상황에서 어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반면, 국내에서 성장한 다문화자녀들은 어느 기점으로 가정 내에서 외국 출신 어머니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고 독립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국내성장 다문화자녀들에게는 어머니로부터의 독립심이 자칫 외국출신 어머니와의 관계 단절이나 양육자로서의 외국출신 어머니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원활한 의사소통을 강화하는 동시에 갈등을 완화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중도입국 다문화자녀들은 우선 아버지와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한데, 문화적·언어적 이질성이 가족관계 형성에 장애로 남아 가족갈등으로 고착되지 않도록 지원책이 필요한 것이다.

다문화자녀 10명 중 1명은 학교폭력을 경험했다고 응답했고, 14.0%는 다문화자녀라는 이유로 사회적 차별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다문화학생이 성격의 이유로 따돌림을 받는 반면 다문화학생은 성격과 무관하게 다문화가족의 자녀라는 이유로 따돌림을 주로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자녀들은 선생님이나 친척, 이웃, 모르는 사람보다 또래 친구에게 더 큰 차별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학교폭력실태조사에서 우리나라 학교폭력 비율은 매년 감소해 2015년 0.9%인 반면, 국내성장 다문화자녀는 4.7%, 중도입국 다문화자녀는 8.1%로 전체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를 보였다.

상호의 균형잡힌 관계를 위해서 정규 교과과정에 다문화교육을 포함하고, 다문화자녀·비다문화자녀가 공동으로 체험활동을 통해 내재된 고정관념을 자각하고 탈피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강구해야 한다.

지역공동체가 다문화자녀 품어야
경상북도는 2015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다섯 번째로 다문화자녀가 많다. 이에 경북여성정책개발원은 지난 7월 경북도내 141개 초·중학교에 재학 중인 사춘기 다문화학생(514명)과 다문화 담임교사(141명), 20개교의 초·중학교에 재학 중인 사춘기 비다문화학생(3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상북도 다문화가족 자녀양육 및 교육에 관한 정책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설문조사 결과, 최근의 고민거리는 공부(성적·적성 등)에 대한 고민이 25%로 가장 많았으며, 진학·진로가 11.5%로 주된 고민이었다. 특히 학년이 높을수록 학업, 진로상담·진로교육에 대한 요구가 높았다. 그리고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시설에 대해서는 ‘알고 있고 이용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공부방, 지역아동센터, 청소년 방과 후 아카데미,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청소년지원시설, 시설복지관 순이었다.

▲ 다문화자녀의 학교폭력 유형별 경험률(출처 : 경북여성정책개발원)

학업문제 해결방안으로는 가정에서는 ‘부모교육(한국어·한국문화)의 필요성(16.2%)’이 가장 많았고, 프로그램으로는 멘토링과 개인별 지도, 언어(한국어·한국문화교육)에 대한 요구였으며, 그 외에도 사회적 관심확대·의식전환(9.5%)으로 나타났다.

서울특별시 교육청은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센터에 ‘다문화 코디네이터’를 배치해 학교 적응을 돕는 역할을 하고 있고, 대구광역시도 학령기 자녀를 두고 있으면서 학교생활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다문화가정에게 모국어로 학교생활과 교육정보를 제공하는 ‘다문화 에듀 코디네이터’의 양성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학교 또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이뤄지는데 이용률이 36.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중간지원조직에서 지역공동체 단위로 지원방향을 전환해 숙제지도와 특기적성교육을 담당하는 ‘초등돌봄교실’과 문화체험·야외활동·정서적 지원을 담당하는 ‘지역아동센터’로 구분한다면 다문화자녀들의 이용률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다문화자녀의 학업문제 해결방안으로 부모교육이 가장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던 만큼, 생애주기별로 부모교육 서비스를 확대해 한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지식과 정보, 지도방법을 충분히 숙지할 수 있는 부모교육 강화도 필요하고,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가정을 위한 ‘찾아가는 부모교육’과 이중언어가 가능한 강사를 활용해 부모교육의 접근성 또한 높여야 한다.

그동안 다문화가정의 자녀라는 이유로 받았던 특별한 지원에서 벗어나 앞으로는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보편적 지원을 펼쳐야 한다. 한 조직이 다문화자녀를 전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육과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 미니인터뷰 - 경북여성정책개발원 배옥현 연구위원

“다문화자녀, 글로벌 인재로 성장 가능”

경북여성정책발원이 올해 실시한 조사는 크게 네 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첫째, 현재 다문화자녀를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 학교나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중간지원조직은 이용률이 저조하고, 다문화자녀의 방과 후 생활실태는 절반 이상이 집안에 머문다. 교육적 관점에서 이들이 성장과정에서 필요로 하는 학습환경 제공과 활동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지역 공동체 단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시설 이용률이 가장 많은 지역아동센터 내에 청소년 시기의 고민 상담과 학습, 정서 등의 어려움을 도울 전문 상담사를 배치·연계하는 방법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둘째, 다문화자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학업으로 진로상담과 진학교육에 대한 요구가 많은 상황에서 ‘다문화학생 멘토링 프로그램’을 확대해 다문화학생의 기초학력을 신장하고 진로지도와 정서적 소통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셋째, 다문화학생의 가장 큰 잠재력은 언어능력으로 현재 영유아 자녀를 둔 다문화가족 대상의 이중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이중언어 가족환경 조성’사업을 기존의 4개소, 다문화가족 40가정에서 확대해 이중언어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고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넷째, 한국어 실력이 뛰어나고 한국의 학문과 문화를 배우는데 매우 열성적이면서 동시에 자국에 대한 자긍심이 높은 학생을 선발해 사춘기 다문화자녀의 롤모델로 연결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리더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자존감 향상, 사회성을 강화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진로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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