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신문-한국언론진흥재단 공동기획 : ‘농촌여성의 소외된 삶, 사회적 배려가 필요할 때’

▲ 고령의 농촌여성에게 열악한 대중교통체계는 기본적인 이동의 권리조차 박탈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① 열악한 농촌여성의 교통 현실

경북 영주에 살고 있는 72세의 권 모 할머니는 한 달에 두 번 읍내 보건소에서 관절염 치료를 받기 위해 버스를 이용하는데 이웃 주민과 꼭 동행을 한다. 하루 몇 번 다니지 않는 버스시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10분 이상 떨어진 정류장과 높은 버스 계단 때문이다. 혼자서 버스를 타야 하는 날은 미리 30분 전에 나와서 기다리는데 막상 버스가 와도 탈 생각을 하면 저절로 한숨부터 나온다.

열악한 대중교통은 고령 농촌여성에게 더 큰 고충
공공성·수익성 만족 농촌맞춤형 대중교통 시스템 절실

대중교통은 보편적 복지
교통은 인간의 삶과 사회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기능이며 특히 대중교통은 국민들의 삶을 영위하는데 중요한 공공서비스다. 그러나 농촌사회의 인구감소와 고령화, 그리고 자가용 보유 증가로 대중교통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감소하는 수요로 버스운송사업자의 경영은 악화돼 버스 운행이 줄어들게 되고, 이는 다시 대중교통 수요를 감소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5년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는 657만 명으로 농촌지역이 많은 전남과 전북, 경북 순으로 고령인구 비율이 높았고,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성비(여자인구 100명당 남자의 수)는 72.6명이었다. 그리고 승용차를 포함한 각종 교통수단 보유 비율의 경우 남성이 79.9%, 여성이 40.1%로 조사됐는데 이는 결국 농촌지역 고령의 여성에게 열악한 대중교통의 여건은 더 큰 불편을 야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2012년 조사에 의하면 농촌 주민들이 버스를 타기 위해 집에서 정류장까지 평균 9.2분을 걸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버스 운행 빈도가 하루 10회 미만이 55%, 마지막 버스의 도착 시간의 20시 이전 비율이 31.4%에 달하는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도시보다 농촌이 불리한 상황이다.

농촌의 대중교통 이용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고령자와 같은 교통약자의 이용 편리성이 가장 낮게 나타났는데, 현재 대중교통 체계가 농촌의 고령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버스 운행 횟수 부족’, ‘원하는 시간에 없는 버스’, ‘버스 운행 시간 정보 부족’ 순이었다. 이는 대중교통에 대한 접근성 측면을 이용객들이 가장 불만스럽게 여기고 있는 것이다.

영주의 권 모 할머니처럼 개인 교통수단이 없는 고령의 농촌여성들은 필히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이동 자체를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으며 계단 높이가 약 1미터에 이르는 보통의 대형버스는 수익성 문제뿐 아니라 고령 여성의 입장에서 이용이 불편하다고 말하는 비율 역시 높았다.

공공성·수익성 모두 만족시켜야
교통선진국들은 고령의 여성과 같은 교통약자와 대중교통 취약지역인 농촌을 위해 준대중교통이나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정해진 노선을 운행하는 노선택시 등 특화된 대중교통 체계을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명 ‘100원 택시’처럼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약 50여 개의 지방자치단체에서 농어촌형 택시를 운영 또는 준비중에 있다. 지난 10일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도 살맛나는 농어촌을 위한 공약으로 농어촌형 마을택시의 전국 확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농촌의 주민들은 여전히 이용횟수가 정해져 있는 택시보다 수송능력이 우월하면서 비용도 비교적 저렴한 버스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충남 아산시의 ‘마중버스’가 새로운 농촌의 대중교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아산시의 마중버스는 농촌의 새로운 대중교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 아산시는 마을회관에서 실시간으로 버스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모니터를 설치했다.

충남 아산시는 17개 읍면동에 28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는 도농복합시로 도시지역에 비해 농촌지역의 대중교통 서비스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편이다. 이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012년에 15인승 소형버스 5대의 ‘마중버스’와 버스 진입이 불가능한 마을주민을 위한 ‘마중택시’를 도입했다. 특히 마중버스의 운행으로 기존에 1시간 이상 소요되던 배차간격과 적은 운행 횟수, 원거리의 버스정류장 등으로 불편을 호소하던 농촌지역의 주민들의 만족도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마중버스를 비롯한 마중대중교통 시스템을 담당하고 있는 아산시청 대중교통과의 황현종 주무관은 “마중버스는 한정면허(특수한 목적에 따라 기간을 정해높고 임시로 발급하는 면허)로 도시지역에 비해 적은 농촌지역의 버스 수요와 좁은 도로, 그리고 대형버스 이용을 힘들어하는 고령의 농촌여성과 같은 교통약자를 위해 15인승의 소형버스를 도입한 사업입니다. 2012년 처음 도입 당시 중대형버스 1대 운행하는데 1억6천만 원의 비용이 소요되는데, 마중버스는 연간 1억 원으로 운행이 가능해 수요자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투입하는 재정은 줄어들어 예산절약에도 도움이 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황 주무관은 “2016년부터는 1년간의 준비기간 끝에 마중버스의 공영제 전환을 완료했습니다. 공영제를 통해 2012년 5대에서 올해안에 25대까지 증차할 계획이고, 수익을 중시하는 버스운영사업자보다 공공성 측면에서 이용객들의 요구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게 됐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아산시의 마중버스는 기존의 대형버스보다 협소한 마을진입로까지 정류장 설치가 가능해져 접근성이 높아졌을뿐 아니라 마을회관에 실시간으로 버스운행정보를 모니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이용객들의 편의성도 한층 높였다.

마중버스 운행 전 한 달에 2~3번 정도 버스를 이용했다는 아산시 도고면의 이 모 할머니는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장을 보러 가거나 보건소 갈때만 어쩔 수 없이 버스를 이용했었는데 마중버스와 마중택시가 생기면서 이웃동네 친구 보러 놀러도 자주 가요. 원래 큰 버스는 계단 오를 때 무릎이 쑤셔서 누가 부축을 해줘야 겨우 타고 그랬는데 지금은 한결 수월해져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라며 만족해 했다. 

농촌에서 대중교통이 부실하면 고령자, 여성, 아동 등 교통약자들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넘어 기본적인 이동의 권리조차 박탈될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중앙정부는 버스운송사업의 면허조건 완화, 농촌의 대중교통 시스템에 대한 통일된 기준과 목표설정, 관련예산의 배분에 신경써야 한다. 그리고 지방정부는 해당 지역에 적합한 수요응답형 교통시스템을 주민 편의에 맞게 세심히 운영하고 피드백을 충실히 반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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