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김인남 대표는 시설채소 분야의 전문농업인으로 자신의 모든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하려고 노력한다.

■ 경북 상주 한운농장 김인남 대표

기초 튼튼한 ‘농업의 진리’를 후배들에게 전수할 터
이론적 토대와 현장 경험이 성공농업의 조건

경북 상주 한운농장의 김인남 대표는 30년 이상 오이를 재배하며 지역 시설오이 농가의 연합조직체인 ‘상주삼삼원예영농조합법인’의 초대 회장으로 안정적 생산기반 조성과 농가소득 증대에 기여해 왔다. 또한 영농 초기에 어려움을 겪는 귀농인들에게 기본적인 농사기술 전수와 지역주민과 화합으로 안정적 정착을 돕기 위한 교두보 역할에 애써왔다. 그 공로로 지난해 경상북도 농업분야 최고권위자에게 주어지는 ‘경북 농업명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농업뿐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명장이고자 하는 김인남 대표에게서 진정한 농업의 진리에 대해 들어봤다.

농업에서 조바심은 반드시 피해야
“시설하우스 오이는 보통 10월 중순경에 시작해서 12월에 첫 출하를 하고 이듬해 6월에 마무리를 하죠. 7월에서 9월까지는 날이 너무 더워서 작업이 힘들어 토양소독을 주로 해요. 1년 중 쉬는 날이 겨우 1주에서 2주 정도 밖에 안 되는거죠.”

김인남 대표는 생명을 다루는 일이 모두 그러하듯 농부의 손때와 발자국 소리로 오이는 큰다고 덧붙였다.
“농업인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연작장해는 십중팔구 필요 이상의 시비에서 와요. 일시적으로 농작물의 가격이 폭등해서 하루라도 빨리 출하하기 위해 과다한 영양분을 투입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해는 괜찮을지 몰라도 다음해 분명히 피해를 입게 돼요. 성급한 조바심이 결국은 농사를 망치는 것이죠. 저는 볏짚을 이용한 토양관리와 오이가 필요한 최소한의 시비, 매일 양을 달리하는 양액의 공급으로 토양염류의 집적 해소, 비료 사용량 절감, 작물 수확량 증대라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김 대표는 후배들에게 농업에서 조바심은 금물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 상주시농업기술센터의 지원으로 김 대표는 스마트폰으로 시설하우스의 환경을 제어하고 있다.

스마트 시대에 접어든 농업
김인남 대표는 지난해 상주시농업기술센터의 ‘시설채소 스마트폰이용 생력재배 시범사업’에 선정돼 8백만 원을 지원받았다. 스마트폰의 어플리케이션으로 시설하우스내 온도와 습도를 제어해 고품질의 농산물 생산과 노동력 절감이 가능해진 것이다.

“본래 시설하우스는 온도와 습도 제어가 제일 중요해요. 장소나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외부 어디에서나 스마트폰으로 천장과 측창을 자동개폐해 시설하우스의 환기조절뿐 아니라 농작물의 생육도 확인할 수 있죠. 스마트폰을 통한 원격 환경제어 덕분에 사람이 45분 걸릴 일을 6분이면 완벽하게 다 할 수 있어요. 또한 정밀한 제어로 병해충 경감과 상품성 향상도 가능해졌죠. 스마트팜의 선진국인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한 적이 있는데, 물론 환경적 여건이 다른 부분도 있고 우리나라와 아직 큰 격차가 있지만 농업의 스마트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분명합니다.”

▲ 김인남 대표(오른쪽)는 예비 귀농인과 후계농들에게 농장에서 직접 체계적인 이론과 다양한 경험을 알려준다.

모든 노하우 후배들에게 전수하고파
김 대표는 시설하우스 옆에 시청각 장비를 갖춘 별도의 교육장을 마련해 전국의 예비 귀농인과 오이 재배 농가들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이론과 다양한 실습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그 어떤 일보다 농업은 기초가 튼튼해야 해요. 1단계부터 10단계까지 그 어느 단계도 건너뛰면 필패하고 맙니다. 작물의 재배학총론 같은 이론은 물론이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토양관리를 학생들에게 특히 강조해요. 또한 후계농을 대상으로 1인당 8시간씩 5일을 가르치는 40시간 프로그램도 있고, 현장컨설팅을 요청하는 농가는 직접 방문해 제가 농장에서 직접 체득한 노하우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김 대표는 무조건 고소득 비법이나 지름길만 찾으려는 세태를 아쉬워했다.
“농업에서 욕심이 앞서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일에서 지름길이나 요령이란 게 있을 수 없어요. 특히 귀농을 준비중인 사람들은 작물과 본인의 궁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해요. 내가 가진 자본력과 땅의 특성, 투입할 수 있는 노동력과 자신의 성향, 가족의 동의, 이웃과 지역의 협조 등 다각도에서 궁합을 따져봐야 하는 게 농업입니다.”

그동안 김 대표는 본인의 농장에서 시설하우스의 모든 농업기술을 예비 귀농인 15명에게 전수해왔다. 현재도 대전에 살고 있는 김정동 씨가 지난 2월부터 농장 인근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시설하우스 일을 함께 하고 있다.

40대 중반에 접어든 김정동 씨는 “바쁜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할만한 곳을 찾다가 상주시의 귀농귀촌정보센터에서 현장경험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받고 김 대표로부터 여러 가지 기술을 전수받고 있습니다. 막막하기만한 귀농이었는데 김 대표님의 가르침으로 농업의 가능성에 대해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어요”라며 김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짧게는 3개월부터 길게는 1년까지 농장에서 함께 하며 모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어요. 30년전에 삽질도 제대로 할줄 몰랐던 제가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의 자리에 있게 됐어요. 그래서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는 예비 귀농인들이 30년전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모든 걸 알려주고 싶네요.”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아무리 바빠도 이론적 토대를 항시 채우려는 열정과 성급함보다는 단계를 하나하나씩 밟는 우직함이 농업인의 참모습이라고 강조했다.

■ 미니 인터뷰 - 행복한 농장 곽기탁 대표

“김 대표의 진정성 있는 농업관이 큰 도움”

▲ 곽기탁 대표는 김 대표로부터 농업기술뿐 아니라 농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전수받았다.

지금으로부터 7년전 상주시농업기술센터의 인턴제도를 통해 김인남 대표를 알게 된 곽기탁 대표는 6개월간의 배움을 통해 지금은 어느덧 상주에서 알아주는 오이 재배농장의 대표로 성장했다.

“1년에 2810㎡(850평)의 시설하우스에서 15kg 기준으로 3500박스를 수확하고 있어요. 이제는 주변에서 오이농사 좀 짓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자리를 잡은 것 같네요. 물론 그 밑바탕에는 김인남 대표에게 전수받은 기술과 농업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컸다고 생각해요. 기술은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지만 김 대표님이 강조하신 기본과 원칙을 중시하는 진정성 있는 마음가짐은 해마다 농사를 지을 때마다 실천하려고 해요. 저뿐만 아니라 김 대표님에게 농업을 배운 다른 이들도 똑같이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많은 이들이 절박한 상황에서 귀농을 선택하는 요즘 귀농은 단순히 전원생활이 아니고 생존을 위한 경쟁이 엄연히 존재해요. 이 사실을 일깨워준 김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