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임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한국사회 조기적응과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면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제처럼
농촌지역 주민들로부터
문제점과 해법이 나왔을 때
가능할 것이다"

▲ 박옥임 순천대 사회복지학부 명예교수

현대사회는 글로벌시대다. 국가의 경계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교류가 더욱 확대됨에 따라 인구이동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현상의 하나로 우리나라 농촌에도 다문화가족이 늘어나는 것은 제3세계의 여성들이 엄격한 통제의 노동이민보다는 가장 쉽게 한국에 정착하는 방법으로 결혼이민을 선택하고 있는 것도 큰 이유다. 다시 말하면 경제적으로 빈곤한 국가의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의 남성과 결혼하는 상황은 경제적인 동기가 가장 크고 그와 더불어 새로운 삶의 기회에 대한 욕구 등이 혼재돼 있다.

1980년대 이후 심각한 결혼난을 겪게 된 농촌남성은 저학력, 저소득의 취약한 여건으로 인해 결혼상대를 찾기가 매우 어려워 기울어진 결혼경사(marriage gradient)의 낮은 위치에 놓여있었다. 그런 까닭에 불가피하게 다문화가정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촌의 다문화가정이 지금 우리 농촌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들을 통해 농업기술이 전수되고 있으며 자녀출산에 따른 인구의 증가로 농촌의 가족이 유지되고 있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측면에서도 다문화가정은 농촌의 아주 소중한 자원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다문화가정은 언어와 문화 생활양식 등이 판이한 이질혼이기 때문에 당사자들의 결혼 적응과 마을공동체인 지역사회 주민과의 화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농촌지역 전체 가정의 40%를 넘고 있는 다문화가정이 직면하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한마디로 빈곤의 악순환이라는 총체적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농촌 다문화가정 절반 이상이 최저생계비 이하의 절대빈곤 상태에 놓여있고, 이 빈곤으로 인해 가족갈등이 더욱 증폭돼 가정폭력 등의 인권문제가 이슈화되고 있다. 언어장벽으로 인한 의사소통 장애는 유아기는 물론 초중등학교에 재학 중인 자녀들의 건강한 성장을 지연시키거나 언어발달 지체로 학업부진 등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빈곤의 대물림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다문화여성들이 고향의 부모나 형제를 위한 송금을 이유로 소득활동에 더 집착하기 때문에, 빈번한 가출은 물론이거니와 이혼 등으로 방치된 자녀들과 결혼실패를 비관하는 농촌남성들의 일탈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농촌 다문화가정이 당면한 여러 문제를 방치하고, 농촌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한 복지정책을 시행하지 않으면 추후 더 많은 사회적 비용지불은 물론이거니와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농촌사회의 붕괴는 눈앞에 불 보듯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정부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에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세워 가족교육, 상담, 문화 프로그램과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드림스타트나 지역아동센터를 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있어서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농촌 다문화여성들이 농촌활력의 중요한 인적자원으로서 역량을 발휘하려면 농촌 다문화여성을 농업기술관련 교육의 주 대상으로 삼아 기본소득을 보장하고, 한국여성들이 지니고 있는 특유한 강인한 정신력과 가족공동체의 문화를 체계적으로 학습하도록 해야 한다. 한국이 오늘날 이만큼 잘 살게 된 것은 오로지 농촌여성들의 근검절약의 생활태도와 헌신적인 자녀교육에서 비롯됐음을 각인하는 교육도 병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농촌다문화정책이 마련돼 다문화여성들이 한국사회 조기적응과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려면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제처럼 농촌지역 주민들로부터 문제점과 해법이 나왔을 때 가능할 것이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