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인터뷰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한옥자 원장

▲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 한옥자 원장.

“오는 6월이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12살이 됩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하지만 여성들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미비합니다.”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을 이끄는 한옥자 원장의 첫마디였다. 이처럼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2016년 세계성격차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은 145개국 중 성격차지수 116위를 기록했다. 발전하는 경제지수에 비해 성격차지수는 현저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한옥자 원장은 연구원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를 추진 중이다. 양성평등부터 변화된 가족에 대한 정책까지. 한옥자 원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양성평등 위한 가족여성연구원 역할 ‘다짐’
공무원 교육으로 행복한 가정 만들 터
농촌여성, 1인1특기사업 칭찬받아 마땅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가족과 사회 내에서의 양성평등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달성하고 경기도 지역실정에 적합한 여성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각 분야 별 17명의 박사들이 면밀하고 전문적인 연구를 하는 곳이다.

연구 결과는 성평등 의식과 성평등적 정책수립 능력을 갖춘 공무원을 확산시키기 위해 각 시·군 별 공무원들을 교육할 때 사용된다. 공무원 교육을 시행하는 이유는 아무리 좋은 연구결과가 나와도 그것을 시행할 사람이 없다면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이다.

- 공무원에게 이뤄지는 교육은 무엇인가. 또 그 필요성은?
지난해 도내 9600여 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성별영향분석평가교육’을 시행했다. 이 교육은 여성과 남성의 경험과 요구의 차이를 정책에 고르게 반영하기 위한 정책 분석 도구다. 때문에 공무원들이 잘 활용한다면 성별 한쪽에 쏠린 정책지원이 아닌 모두가 수혜를 받을 수 있는 평등한 정책을 개발할 수 있다.

교육 과정에서 공무원들은 여성과 남성 삶의 조건들을 비교하고 공공정책이나 사업이 여성과 남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한다. 또 성 인지(gender sensitivity) 관점을 체득할 수 있도록 젠더 이슈를 찾는 다양한 실습활동도 이뤄진다.

위와 같은 활동은 구체적으로 변화하는 사회와 남녀의 역할, 정체성 등 양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성 주류화 전략과 성 인지 정책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매체를 통해 성평등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진정한 양성평등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요즘 양성평등에 관한 이슈가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평등을 ‘같은 것을 주는 것’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것은 잘못된 평등이다. 양성평등은 세 가지의 형태로 나눌 수 있다.

먼저, 기회의 평등이다. 과거, 1980년대에는 구직란에 ‘대학을 졸업한 군필자 남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한마디로 여성은 지원할 수가 없는 구조였으며,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이에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냈고 그 결과 함께 입사지원할 수 있는 기회의 평등이 주어졌다.

다음은 조건의 평등이다. 남성과 여성이 같이 달리기를 할 수 있도록 같은 위치에 선상을 만들어 줘야 한다. 조건의 평등을 수반하지 않고 기회의 평등을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결과의 평등이다. 여성과 남성이 같이 시작했다고 해도 결국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은 남성이다. 농협 조합장들도 여성의 수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다. 여성농업인이 남성농업인보다 많은 수를 차지함에도 여성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적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감싸고 있는 틀을 깨고 나와야 한다.

- 경력단절여성들이 점점 많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생각은?
여성들이 사회에 진출한지 오래됐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을 하면 직위를 막론하고 남편보다 아내가 일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여전히 육아와 가사는 여성의 몫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온 인재들이 사회에 뛰어들지 못하는 것은 여성만의 손해가 아니라 국가적 손실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필요한 이유는 아주 당연하다. 하지만 세부적 이유를 붙이자면 저출산으로 인한 노동력 감소 때문이다. 이 둘은 떼어놓을 수 없는 문제로 결혼과 출산으로 인해 여성들에게 퇴사를 요구하면 자연스럽게 여성들은 결혼을 멀리하게 된다. 그렇다면 이는 저출산을 야기하고 결국 노동력 감소로 한 사람이 여러 사람의 일을 부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벌써부터 노동력 감소가 문제되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마저 일자리를 잃게 되면 사회는 제대로 굴러 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이러한 상황을 막기 위해 경기도가족여성연구원은 일·가정양립센터를 운영, 부부가 같이 아이를 보육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농촌여성에게 한마디
농촌여성들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더 헤아리기 위해 수원 광교산 인근에 330㎡(30평)에 달하는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이렇게 작게 농사를 지어도 힘든데 매일 농사 외에도 가공까지 하는 여성농업인들을 생각하면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

현재 여성농업인의 입지는 늘어났지만 여전히 농촌은 성역할이 고정돼 있으며, 가부장적인 사회다. 봉사활동은 반찬배급, 목욕 봉사 등으로 매우 제한적이다. 여성들 스스로가 한 발  더 나아가 자신이 남성들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이와 관련, 생활개선회 활동을 통해 1인1특기 사업 등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면 농촌에도 변화가 찾아오고 있음을 느낀다.

앞으로 여성농업인들이 생활개선회 활동은 물론, 조합장과 마을이장 등 높은 자리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 또한 누구나 신나게 배우고 일하며,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고 조화롭게 사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도록 여성과 가족정책의 솔루션 탱크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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