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인터뷰 - 토양병원 이완주 박사

화학비료로 인한 연작장해․염류집적 만연
토양관리는 농업경영에 결정적 영향
정확한 토양진단과 개량 통해 흙 살려야

오랫동안 농사를 지은 농업인들도 어느 해 갑자기 작물이 잘 자라지 않고 시들시들한 경험을 한다. 영양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비료나 영양제를 주고 상태를 지켜보지만 상황은 더 악화된다. 작물 생육의 기본인 토양을 모르고 식물체에만 신경을 쓴 탓이다. 지금 우리의 농토는 약물과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적절한 처방이 필요하다. 이에 관심을 갖고 ‘토양병원’을 개원한 토양 전문가 이완주 박사를 만나 흙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봤다.

▲ 토양병원 이완주 박사

-토양병원을 개원했는데, 생소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사람도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사람은 나이를 먹으면 아픈 데가 많아진다. 흙도 병이 난다. 더구나 우리의 경작지는 수백, 수천 년 전부터 농사를 지어왔다. 더구나 최근 30~40년 전부터는 화학비료를 많이 써서 대부분의 경작지는 흙이 나빠져 작물이 자라기에 나쁜 환경으로 변했다. 대표적이 현상이 연작장해와 염류집적이다. 더 큰 문제는 무엇이 문제이며 어떻게 개량해야 하는지 원인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아니 세계 최초로 설립된 토양병원(Soil Clinic)은 다음과 같은 활동을 한다. 우선 토양 분석을 통해 원인을 밝혀내 알맞은 방법으로 개량한다. 이 방법으로 연작이나 염류장애가 원인이라도 휴경하지 않고 계속 생산이 가능하도록 한다. 또한 장애를 일으킨 염류를 제거하지 않고 친환경 방법으로 개량해 비료로 재활용함으로써 영농비를 줄여주고 소득을 높여준다. 하우스 환경악화로 발생하는 온실가스로 인한 농업인의 건강과 농작물 피해도 사전에 막아준다. 농가가 이 과정에 직접 참여해 토양과 비료에 대한 지식을 높이게 해서 다음 작기부터는 자신의 실력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한다.

-‘원장’이라 불러야 하나? 이력이 궁금하다.
‘토양병원’의 장이니까 ‘원장’이라는 직함이 맞을 것 같다.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토양화학 석사와 식물영양학 박사학위를, 네덜란드 국립농과대학교에서 토양비옥도와 식물영양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농촌진흥청에서 30년이 넘게 근무하기도 했다.

토양비료분야와 관련한 논문을 50편 이상 학회에 보고했으며, 한국토양비료학회 편집위원, 종신회원 등으로 활동을 하며, 현재 농과대학, 사이버대학, 농업기술센터 직원 재교육, 농가교육 등을 하고 있다.

-농업경영에 있어 왜 토양이 중요한가?
작물의 처음 자라기 시작할 때, 잎보다 뿌리가 먼저 나온다. 씨앗 속에는 충분한 양분이 저장돼 있지만, 우선적으로 뿌리가 물을 빨아들여야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물의 자람은 완전히 뿌리의 자람과 비례하기 때문에 뿌리가 깊고 넓게 뻗는 만큼 수량과 많이 나온다. 흙에 뿌리를 박은 작물은 완전히 흙의 상태에 따라서 자람과 수량이 좌우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물론, 토양비료 실력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일본의 경우도 비료를 너무 많이 줘 경영비는 많이 들고 생산량은 떨어지고 수입 적은 농가가 점점 늘어나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다른 재배분야의 지식과 기술은 깊고 넓지만 우리 농업인의 토양에 대한 상식은 적어서 결과적으로 수입이 적다. 토양관리는 농업경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

-현재 우리나라 농업토양은 건강한가?
대체적으로 건강하지 않다. 왜냐하면, 흙의 현 상태는 과학적인 분석을 해야만 알 수 있는데 그렇게 하는 농가가 드물다. 또한 분석을 해놓아도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인력이 많지 않다. 토양과 비료라는 학문은 화학, 물리, 생물, 공학, 광물학 등 광범위한 학문에 기초를 두고 있다. 그런 복합적이고 복잡한 분야를 농민들에게 이해시켜서 농사를 짓게 하는 것은 무리다. 우리 농민은 물론, 일본 농민조차도 토양에 대한 지식이 얕고 왜곡돼 있어서 관리가 불합리해서 토양의 상태는 매우 중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농업기술센터의 토양검정과 어떻게 차별화되나?
농업기술센터는 말하자면 보건소라고 할까. 사람들에게도 전문병원이 필요한 것처럼, 우리의 토양도 전문 인력이 활동하는 토양병원이 필요하다. 토양병원에서는 토양비료 전문가가 센터에서 분석한 자료를 참고하고 자신이 보다 정밀한 진단을 해서 그에 맞는 처방을 내린다. 그 결과 단 기간을 토양을 개량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고 바로 생산에 들어가 수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 딸기밭 토양 시료를 채취하는 이완주 박사

-토양진단을 해준 사례 두어 개만 소개해달라.
지난해 충남대의 마이스터대에서 가르친 제자가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데, 내가 지도하기 전에는 연간소득이 5천만 원이었는데, 토양진단과 개량 후에는 억대가 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오산의 오이 농가의 경우 토양 pH가 8.2, EC 22.2에서 오이를 재배했는데, 토양개량을 통해서 pH 7.0, EC 4.5로 개량했고 오이 수량은 하루 4상자에서 개량 후에 10상자로 높여주었다.

-농업인들이 토양병원을 이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온라인 상담이나 병원 전화로 이용할 수 있다. 소정의 진단비와 토양개량 비용을 지불하면 한 달에 2회 이상 현장을 방문해 토양을 분석하고 처방을 해 준다. 물론 이때 농가에 원리를 설명해 다음 농사에서는 본인이 직접 진단과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실력을 갖추도록 도움을 준다.

토양병원 운영은 작목반 위주로 하고 있다. 토양과 비배관리도 대부분의 작목반이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 개인을 지도해 해결하는 것보다, 그룹과 작목반 위주로 지도하는 것이 훨씬 능률적이다.

-마지막으로 농업인들에게 당부 말씀.
토양도 사람과 같다. 과식하면 과체중, 당뇨 등과 같은 병에 걸리는 것처럼 토양도 지나치게 비료를 주면 염류장해로 농사에 어려움이 크다. 문제는 이런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딱 한 가지 방법은 농업기술센터에 토양분석을 의뢰하는 것이다. 어쨌거나 가장 안전하고 값싸고 친환경적인 치료법은 녹비를 재배하고 완숙유기물을 넣는 것이다.

(문의. 토양병원 010-8329-9459/leewcg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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