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부부는 부안의 신소득 작목으로 레드향, 천혜향 재배에 성공했다.

■ 전북 부안 줄포조이농장 조경자·이정곤 씨 부부

부안서 레드향·천혜향 재배에 도전…후배들에 새로운 길 제시

농업에는 정년이 없다. 백세시대에 농업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건강하다면 마음먹기 따라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농업이다.
부안군 줄포면의 조경자·이정곤 씨 부부 농가는  수도작과 하우스 수박 농사를 짓다가 3년 전에 작목을 전환해 제주도에서만 재배되던 천혜향, 레드향, 한라봉 재배를 시작했다. 나이 들어서도 할 수 있는 좀 편안한 농사를 찾다가 아열대 과수 작목을 선택했다.
“수박농사는 쪼그리고 앉아 하는 작업이고 무거워서 나이 드니까 힘이 많이 부쳤어요.”
이정곤 씨 올해 나이는 70세. 새로 무엇인가를 도전하는 농업에 나이는 상관없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고 있다.

▲ 줄포조이농장의 전경

고당도·고품질
부안 밀감류 생산에 성공

부안은 논농사가 70% 이상 되는 지역이다. 쌀값 폭락으로 좀처럼 쌀 농사로는 소득을 낼 수 없는 농업 현실에서 끊임없이 새롭게 도전하며 후배들에게 농업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선배로서 역할을 하고 싶은 게 조경자·이정곤 씨 부부의 소망이다.  

“레드향과 천혜향은 신품종으로 흔치 않아 전망이 밝아요. 올해 첫 수확이지만 앞으로 해가 갈수록 점점 나아질 거란 희망을 가지고 시작했어요.” 논에 시설하우스가 길게 펼쳐져 있는 줄포조이농장은 원래 수박농사를 하던 곳이었다. 평생 이곳서 농사지어온 조경자·이정곤 부부는 3년 전 제주에서 묘목을 구한 레드향과 한라봉, 천혜향을 식재해 작년 연말부터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보고 있다.
얼마 전 제주도농업기술원에서 이곳으로 견학 온 한 연구사도 어린 아이머리 크기만큼 잘 키운 줄포조이농장의 레드향을 보고 감탄했을 만큼 줄포조이농장의 아열대 작물 재배는 성공적이다. 당도도 레드향의 경우 14브릭스 이상 달콤하게 나왔다.

“다같이 고생하고 여러분이 도와줘서 이룬 일이지요. 어디 저 혼자서 한 일인가요.”
어렵고 힘들어도 뭐든 새로운 것에 도전하기를 즐긴다는 이정곤 씨는 진한 향을 품어내는 레드향 하우스 이곳저곳을 안내했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의 소득 분석에 따르면 레드향 재배는 1동 660㎡ 기준해, 3kg 600박스 생산이 가능하다. 3kg 레드향시장 가격이 2만5000원 정도니까 줄포조이농장 12동 시설하우스에서는 1억8천만 원의 조수익이 기대된다. 필요 경영비 7200만 원을 제외하면 순이익은 1억 정도라 예측된다. 본격적 수확이 이뤄졌을 때의 수치다.

하지만 부인 조경자 씨는 도전적 성향의 남편 이정곤 씨 때문에 그 뒷감당을 하느라 꽤 힘들었던 모양이다.
“저이는 죄다 이일저일 벌려만 놓고, 회의니 뭐니 밖으로만 나돌아 농사는 거의 내 담당이었다”면서 볼멘소리다. 취재하는 동안에도 조 씨의 손은 늘어진 레드향 가지를 잘라내고, 누렇게 된 잎들을 솎아 내느라 잠시도 가만있지 못할 정도로 부지런함이 몸에 배었다.

“하루 5시간 씩 자고 둘이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부부는 지난 세월을 회상했다.
결혼하면서 이정곤 씨 고향인 부안으로 내려와 40여 년 간 농사로만 한 우물을 팠다. 두 손에 가진 것이라곤 없었다. 임대한 땅에 벼를 심고 오디를 재배했다. 그들에겐 오로지 슬하의 자녀 셋을 남부럽지 않게 가르치는 게 가장 큰 목표였다. 지금은 어느새 다 자란 부부의 자녀들이 촉망받는 법조인으로, 연구원으로 각각 제 몫을 해내고 있다. 주위의 자식 농사 잘 지었다는 칭찬이 부부의 큰 자랑이자 기쁨이다.

이제 부부에겐 또 하나의 다른 목표가 생겼다. 제주도에서만 자라던 레드향과 천혜향 등을 부안 지역의 특산품으로 귀한 대접을 받게 하는 일이다.
“부안을 찾는 젊은 귀농인들이 소득 작목으로 레드향과 한라봉을 키울 수 있게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싶어요.”

이정곤 씨는 농사 선배로서 지속적 부안 농업을 위한 바람을 내비쳤다.
“더도 말고 10년만 젊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부부는 젊음을 아쉬워했지만, 젊어도 도전하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으랴.
평생을 땀과 노력으로 일군 농업의 터전에서 또 다시 선구자적 역할을 당당히 해나가는 70세 농부 조경자·이정곤 씨 부부야말로 농업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젊은 농부가 아닐까.

■ 미니 인터뷰 - 김종구 부안군농업기술센터 지도사

“기후변화에 대응한 고소득 작물 재배에 선도적 역할"

부안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아열대화 되는 기후변화에 적합한 작물 시험 재배를 시도해왔고, 2015년부터 본격적 재배를 지도해 오고있다.
무엇보다 아열대작물은 겨울철 온도관리가 생명이다. 보온시설과 난방기 설치에 유의해야 하고 여름철 환기를 철저히 하면 다른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정곤·조경자 씨 부부는 젊은이 못지않은 도전 정신으로 부안에서 처음으로 레드향 재배에 성공했다. 부안은 제주도보다 일조량이 높아 과일의 당도가 높고 숙기가 15~20일 정도 빠르며 조기 출하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부안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제주도 농업인과 연계해 작목 선정과 재배 노하우를 익힐 수 있게 지도했다. 천장 환기시설 공사 지원과 부안 레드향 박스 포장재 지원으로 아열대작물 재배에 용기와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아열대 과일을 좀 더 많이 생산하게 돼, 시장에서 소비자가 국내산 아열대 과일을 쉽게 접하고, 먹거리 선택을 좀 더 풍성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시범 출하라 생산량이 많지 않지만 올 연말쯤부터는 약 30톤 정도 부안 레드향이 출하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소득 작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들이 이곳 농장을 선진사례 삼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되는 농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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