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고 나누고, 합치고’...고가의 상품 저렴한 가격에

- 사과·배, 먹기에 알맞은 크기...1~2인 가구 공략
“여느 명절과 별반 차이는 없지만 올해는 부정청탁금지법(이하 김영란법) 시행 첫 명절이다 보니 더욱 소비가 침체되는 분위기입니다. 저가 실속형 명절 상품들을 대거 선보여 ‘박리다매’를 추구했지만 1인당 객 단가는 당연 떨어지기 마련이죠.”

“최근에는 명절 선물세트를 대형마트와 백화점에서 구매하는 고객보다 맛을 보고 즐겨먹던 전문음식점 등을 비롯해 온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대형유통업체의 고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설을 보름 앞둔 지난 14일 대형마트 종사자들의 이 같은 말은 설 등 명절 선물세트의 구매 풍속을 대변한다.

지속된 경기불황과 소비침체는 명절이면 한마디씩 내뱉게 되는 식상한 멘트가 되버린 지 이제는 오래다. 여기에 올 설은 2016년 9월28일 김영란법 시행이후 처음 겪게 되는 명절인 만큼 정부, 학계, 유통업계, 외식업계, 제조업체 그리고 농수축산물 관련업체들도 주의 깊게 살피고 있다.

▲ 수입과일 선물세트와 함께 수입 견과류 선물세트 상품도 대거 선보였다.

-가격 낮춘 실속형 상품으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프리미엄 선물세트 상품구색은 전반적으로 줄어든 반면 실속형 상품이 대형마트의 선물세트 코너를 한가득 메우고 있다.

20~30만 원대 한우세트를 비롯해 고가의 굴비세트는 백화점 등에서만 샘플을 전시했을 뿐 대형마트는 전단지로만 홍보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값 비싼 선물세트를 구성할 수는 있지만 구매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굳이 선물세트 샘플 마련을 하지 않았다”며 “다만 소비자가 원하는 등급의 부위를 선택하면 바로 선물세트로 포장할 수 있도록 구색의 다양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매는 100명 중 1명 꼴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신 불고기, 국거리와 산적용으로 사용되는 등심으로 구성된 4만9500원의 선물세트를 대폭 늘렸고 굴비 등 10만 원대를 호가하는 선물세트는 마릿수를 기존 4~5마리로 줄이고 씨알이 다소 작은 것으로 설 시장을 준비했다.

또 버섯류와 인삼류 등 인산물에 대한 소비는 명절 선물세트 시장에서 줄어들고 있는 만큼 상품 구색을 늘리기 보다는 필요로 하는 소비자를 위해 ‘1+1’ 등 다양한 이벤트로 매출 증가를 꾀하고 있다.

- 수입 과일 구색 증가...사과·배는 중소과로
과일 선물세트의 변화는 사과, 배를 대신한 수입과일 선물세트가 대량 선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망고, 자몽 등의 단품 세트는 물론 석류, 스위티, 오렌지, 용과 등을 혼합한 수입과일 선물세트는 별도의 코너까지 마련돼 대형유통업체에서 판매되고 있다.

여기에 올해는 수입 견과류 세트가 대거 선보였다. 아몬드, 캐슈넛, 피스타치오, 건포도 등으로 구성된 ‘하루 견과류’를 포장한 선물세트는 가격대를 조정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겨울철에는 구매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과일은 제수용으로 사용되는 큰 과일 상품 구색을 줄이는 대신 3~4만 원대의 중소과 선물세트로 변화됐다. 다만 대과의 제수용 과일은 3~5개로 구색을 갖추며 가격을 낮췄고 단품 판매로 중소과와 분리했다. 예전에는 명절 선물세트가 보통 사과는 11과 이내, 배는 7과 이내의 상품이 주로 선보였다면 올해는 크기를 줄여 가격을 낮춘 것이다.

한 중간유통업자는 “지난해 설까지는 상품 구색을 사과, 배, 한라봉 등 혼합세트로의 주문을 요구하는 대형유통업체가 많았지만 올 설 부터는 혼합세트보다 단품 세트로 과 크기를 다소 작게 구성해 달라는 주문이 많다”며 “김영란법으로 인해 5만 원대 이상의 선물세트를 줄이기 위한 판매 전략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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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만원에 판매되고 있는 태백한우 명품선물세트는 한우와 와인발효초, 보존화로 구성됐다.

‘콜라보레이션’ 선물세트 인기
식품업체들이 기존 식용류, 참치류 등을 혼합한 선물세트는 식상한 상품으로 전락됐다. 이제 1~2인 가구를 겨냥해 ‘와인과 한우’, ‘와인과 수산물’ 등으로 조합한 ‘콜라보레이션’ 설 선물세트가 출시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 이마트는 한우와 치즈, 와인과 한우, 한우와 농산물 등을 조합한 선물세트를 50종 내놓으며 비록 가격대는 높지만 1~2인 가구를 공략했다.

이번에 출시한 콜라보레이션 선물세트 중에는 가공식품과 건강식품을 결합해 5만 원 이하로 선보인 상품도 많다. CJ의 스팸과 홍삼 한뿌리 음료를 결합한 ‘CJ 스팸 홍삼 한뿌리 선물세트’, 통조림 우리팜델리와 홍삼추출액 홍의보감을 결합한 ‘청정원 우리팜 건강혼합세트’ 등이 있다. 또한 명이나물과 삼겹살을 결합한 ‘홈파티 명이나물 말이 콜라보’, 와인과 디퓨저를 결합한 선물세트 등도 관심을 끌었다.

1~2인 가구의 비율이 늘어나면서, 한 가지 제품으로 된 선물세트보다는 여러 종류의 제품을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원하는 고객이 늘어났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특히 이들 상품은 단체 구매 즉 기업 선물세트로 인기를 끌며 상품 출시 후 몇 일 지나지 않아 완판되는 등 향후 설 등 명절 선물세트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한가지 품목을 다량으로 담기보다는 각각의 상품 특성에 맞춘 조합 상품으로 빠른 회전율을 기대한다”며 “특히 1~2인 가구가 늘며 선물세트를 보관해 놓고 먹기보다는 명절에 간편하게 맛보고 즐길 수 있는 상품들이 인기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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