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명난 농업, 따뜻한 동행, 행복한 농촌여성 - 안남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법인

▲ 배바우공동체는 판로가 제한적이며 연도별 가격 진폭이 큰 콩 등 잡곡을 두부, 콩나물 등으로 가공해 안정적인 판로 확보는 물론 부가가치를 높이고 있다.

고령 소농의 막막한 판로, 마을 경제사업으로 해결

농산물 가공사업장에서 연신 돌아가는 기계소리가 하얀 눈으로 뒤덮인 작은 시골 마을의 정적을 깨고 들려온다. 충북 옥천군 안남면 마을 주민들의 화합으로 소규모 경제사업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이다.
이곳은 중산간지역이다보니 마땅히 재배할 농작물이 많지 않다. 이에 주민들은 주로 콩과 잡곡 등을 재배하고 있다. 특히 다수가 고령농이며 소농이다 보니 콩 등 잡곡에 대한 판로처가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2015년 농촌진흥청의 ‘특화작목 가공시설지원시범사업’으로 선정되면서 마을에 활력이 넘치고 있다. 2015년 이곳 마을의 53농가는 주당 10만 원씩 총 970주를 출자해 ‘안남배바우공동체영농조합법인(이하 배바우영농조합)’을 설립했다. 판로가 제한적이며 연도별 가격 진폭이 큰 콩 등 잡곡을 두부, 콩나물 등으로 가공해 안정적인 판로 확보는 물론 부가가치도 높이고 있는 것이다.
‘배바우영농조합’의 신복자 사무장을 만나 동장군의 기세에도 굴하지 않고 활기가 넘치는 이곳 마을사업에 대해 들어봤다.

▲ 신복자 배바우영농조합 사무장.

- 가공사업, 농가 소득 향상으로
“지역 농산물을 생산, 가공, 판매하며 농업소득을 높이고 일자리 창출로 주민들이 함께 잘사는 마을로 만들기 위해 스스로 힘을 모았죠. 주로 콩 등 잡곡을 생산하는 농가들이 고령농이며 소농이다 보니 판로가 막막했고 특히 그다지 돈이 되지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이 처럼 시장 상황의 변화에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수요처를 찾는 것이 해마다 이곳 마을 주민들의 고민거리였다. 이 같은 고민은 주민들의 뜻을 한 곳으로 모을 수 있었다고 신 사무장은 밝혔다.

바로 마을공동체 경제사업체인 배바우영농법인이 설립케 된 구실점이 된 것이다.
배바우영농조합은 2015년 가을 우선 마을 주민이 생산한 콩나물용 콩과 두부용 콩을 1kg 기준 5000원에 수매했다. 당시 일반 유통업체들이 매입하는 가격보다 7~10% 정도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이렇게 수매한 콩을 2015년 12월 처음으로 콩나물로 가공돼 판매됐다.  

“2016년 5월에만 300g 기준 1200원에 판매되는 콩나물을 무려 600만 원 가까이 팔았죠. 9월말 집계된 총 매출액은 1734만 원 정도 됩니다. 두부는 2016년 말기준 총 매출액이 1679만 원입니다. 가공을 통한 거의 4배에 달하는 부가가치는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기에는 충분했죠.”

- 재배 기술력 전무 등 ‘우여곡절’
사업 초창기 콩 수매부터 콩나물 재배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콩나물 재배기술이 전무한 상황에서 생산하려 하니 ‘질기다’는 혹평도 들었다. 개선하기 위해 아산, 홍성 등 인근 친환경콩나물재배단지를 견학하고 기술을 습득했다.

여기에 콩나물용 콩은 선별에서부터 철저한 품질관리에 나섰다.
“흠집이 생긴 콩은 절대 콩나물로 생산할수 없죠. 또 첫 수매한 콩은 비를 맞아 30% 가량 폐기처분한 적도 있었습니다. 학교급식 주문량이 폭주하는 날에는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작업을 했죠.”
마을 주민들의 화합이 없고서는 도저히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웠다는 것이다.
특히 이 곳 사업장에서는 2016년 6월부터 보리, 밀 등 잡곡을 도정하는 등의 임가공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2016년 9월 기준으로 총 매출액은 500여 만 원에 불과하지만 고령농업인이 힘에 벅찬 잡곡을 직접 수거해 임가공해주고 판매까지 도맡아하고 있는 것이다.

- 마음으로 이야기하는 마을 주민
신 사무장은 캄캄한 작업장에서 마을 주민들이 환한 미소를 지우며 드러나는 하얀 치아를 보여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눈다고 전한다.
“콩나물은 빛이 들어가면 색깔이 푸른 빛으로 변하기 때문에 매일 어두운 곳에서 작업을 하지만 콩나물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의 마음에는 환한 빛이 비쳐지고 있습니다. 특히 관내 21개 학교 중 19개 학교에서 급식용으로 사용이 늘면서 주민들의 손길도 더욱 바빠졌죠.”

여기에 가공사업장이 산수화권역사업 학습장과 맞붙어 있다보니 지역농산물 홍보관을 통한 판매도 증가하고 있다. 체험객 또는 교육생들이 한 두개씩 구매해 가면서 매출도 늘어나고 홍보효과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배바우영농조합 참여농가도 2017년 1월 현재 63농가로 늘었다.
“두부 포장에서 사용되는 밀팩 기기를 갖추고 있는 만큼 짱아지, 각종나물 등 반찬류를 비롯해 누룽지 등 추억 제품도 판매할 계획입니다. 넓은 소비층을 확보해 나가면 우리 마을주민들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질 거라 믿습니다.”
신 사무장은 가공사업장의 기계돌아가는 소리를 들으며 겨울의 농촌은 춥기만 한 게 아니라고 되새겼다.

■담당 인터뷰 - 옥천군농업기술센터 연구개발팀 이수영 연구사

아직 걸음마 수준…마케팅 강화로 조기 정착 모색

“‘특화작목 가공시설지원시범사업’ 2년차를 맞이하는 배바우영농조합은 사업 시행연도가 말해주듯 아직 걸음마 수준이죠. 하지만 주민들이 의욕과 투지가 워낙 높아 3~4년 차에는 안정적인 소득이 기대됩니다.”

옥천군농업기술센터 이수영 연구사는 특화작목 가공사업 시행이후 마을 주민들과 잦은 소통을 통해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 애로사항을 해결키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작은 시골마을 주민들이  의기 투합해 살맛나는 농촌마을로 변모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스스로도 놀람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다. 특히 이 연구사는 “콩나물과 두부 사업은 친환경 국산콩을 사용한다는 장점은 물론 상품의 품질 개선으로 장래성이 높은 사업”이며 “도정사업은 운영부담이 적은 만큼 표고버섯가루 등 천연조미료와 미숫가루 등 곡물 가공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어 주민들이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조기정착을 위한 마케팅 강화라고 말하는 이 연구사는 “옥천푸드사업 등 안남면과 옥천군 지역사회의 그물망을 기반으로 소비 주체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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