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커스 - 농진청,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 지원 법률’ 제정 추진

지방농촌진흥기관 설치․운영, 법으로 명시
도원 과장․센터 소장, ‘연구․지도관’ 복수직화
인사․예산권 쥔 지자체와 마찰 불가피할 듯

국가직이었던 도 농업기술원, 시군 농업기술센터가 1997년 지방직화 된 후 20년이 흘렀다.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지방직화는 우리나라에서 근대적인 농촌지도사업이 시작된 이후 가장 큰 변화였다. 우리 농업은 WTO체제 출범에 따른 농산물 수입개방과 지방화시대의 개막 등 급속한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별다른 준비와 대책없이 지도사업의 지방직화라는 카드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지방직화는 중앙-지방간 소통 부족과 업무의 비효율성을 가져왔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들에게까지 미치는 후유증을 낳고 말았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현재의 농촌진흥사업의 난맥상을 바로잡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 지원 법률’(이하 지방농촌진흥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 지방농촌진흥기관 인사교류와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사진은 지방농촌진흥기관의 농업인 대상 연시회 장면)

1997년 지방직화 이후 중앙-지방 연계 느슨해져
지방농촌진흥법 제정 추진은 지방직화 이후 그 동안 끊임없이 제기돼왔던 여러 문제점을 이대로 방치할 경우, 농촌진흥사업이 계속 표류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시작됐다.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지방직 전환 후 시군 농업기술센터와 농정기구(시․군청) 간 통합․폐지, 전문 지도인력 감축 등으로 조직의 불안정성이 심화돼 왔으며 직원들의 사기저하도 심각한 실정이다. 실제 1997년 162개였던 전국의 농업기술센터는 2016년 156개로 줄었고, 그중 43%인 67곳의 농업기술센터가 행정과 통합됐다. 지도인력도 지속적으로 감축됐다. 1997년 6839명이었던 것이 2016년 현재 4320명으로 약 40% 줄어 대농업인 서비스가 부실해졌다.

농촌진흥기관의 지방직화는 연구개발된 기술의 보급체계의 붕괴에 따른 중앙-지방 간 농촌진흥사업의 연계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는데, 중앙-지방간 업무협조체계의 단절로 인해 연구의 중복성에 따른 조정․통합이 힘들어졌다.

중앙에서 개발된 기술의 보급․확산도 더디고 특화작목 연구개발의 활성화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욱이 중앙-지방간 정보․인적 교류와 교육훈련 기회 감소는 지자체의 혁신역량을 저하시키고 있다.

특히 현재의 농촌진흥법은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안정적인 예산․인력 확보와 새로운 사업 추진, 감사 대응 등에 대한 법적근거가 미흡해 별도로 법률을 제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일부 농업기술원의 경우, 공동연구사업 연구비를 세입으로 편입하려는 지자체와 갈등을 빚고 있으며, 전남 구례군, 경북 안동시, 강원 삼척시, 전북 장수군 등은 지방농촌진흥사업 추진 근거 마련을 위해 ‘농촌진흥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작년부터 ‘지방농촌진흥법’ 제정 추진
지방직화 이후 발생한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번에 농촌진흥청이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방농촌진흥법’이다. 농진청은 지방농촌진흥사업 육성․지원을 법제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데 이어,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의견수렴과 용역과제 발주(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해관계자 인터뷰, 워크숍, 실무검토협의회, 용역과제 보고회 등을 거쳐 최종안을 마련했다.

법률안은 ▲총칙(목적, 용어 정의, 국가․지자체 책무 등) ▲지방농촌진흥사업 계획의 수립 및 추진체계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설치 및 운영 ▲지방농촌진흥사업 성과확산 환경 조성 ▲기타(규제개선, 권한 위임) 등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안 주요내용을 보면, 가장 먼저 지방농촌진흥계획 수립과 행정적․기술적․재정적 지원 등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를 명시했다. 지방농촌진흥사업 계획 수립에 있어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은 농진청이, 실시계획은 지자체가 수립하는 것으로 돼 있다. 연도별 시행계획과 실시계획의 내용은 시행령에, 실시계획의 조정권고가 필요한 부분은 시행규칙에 각각 담았다.

이 법률안에는 지방농촌진흥사업의 유기적․효율적 추진을 위한 전담부서 설치와 농업기술원, 특화작목연구소, 농업기술센터 등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설치와 운영에 대한 내용도 담고 있어 현재의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16조의 이관 등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다.

의견충돌 최소화하기 위해 법안 슬림화
중앙-지방, 지방-지방간 인사교류 활성화
지자체 개발한 연구개발성과 상호 활용

지자체들 강력반발 예상
법률안은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 기관장의 역할과 직급, 농업기술원 과장 및 시군 농업기술센터 소장의 복수직화(연구․지도관)도 명시해 인사의 문을 넓혔고, 일부 행정통합된 농업기술센터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어기고 전문성이 없는 행정직 공무원을 소장으로 임명하는 것을 원천 차단했다.

이와 관련해 농진청 관계자는 “그 동안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농촌지도직만 임명했지만 새로운 법률안은 연구․지도직 모두 농업기술센터 소장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했고, 농업기술원 과장직도 분야에 관계없이 연구․지도직 모두 가능토록 하는 등 인사교류의 문을 넓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현재 일부 행정통합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행정직 소장이 임명되는 것은 대통령령으로 돼있는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위반한 것인데도, 이를 바로잡을 강제근거 근거가 없었다”며 “이번에 농진청이 추진하는 ‘지방농촌진흥법’에 소장직을 연구․지도직으로 못을 박았기 때문에 향후 이런 논란은 불식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지방직화 이후 중앙-지방간 인적교류가 원활치 못했던 것을 고려해 새 법률안에는 지방농촌진흥공무원의 중앙-지방간, 지방-지방간 인사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을 명시했다.

지방농촌진흥법은 또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등 지방농촌진흥기관이 연구개발사업, 농촌지도사업, 교육훈련사업, 국제협력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 연구․지도직 공무원이 본연의 업무와 관련 없는 사무를 할 수 없도록 복무규정도 명시했다.

지방명예직연구관․지도관 제도 도입
지방농촌진흥공무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교육 및 훈련계획 수립․시행을 명문화하고, 기본교육과 전문교육훈련, 기타 교육훈련 과정을 명시하는 한편, 6개월 이상 위탁교육도 실시토록 하고 있다. 해당 분야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퇴직한 공무원을 활용하기 위해 지방명예직연구관․지도관(연구․지도관/연구사․지도사 포함) 제도도 도입한다.

법률안은 지자체가 개발한 연구개발성과를 상호 활용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는데, 이는 ‘지식재산기본법’ 등에 근거해 지자체-농진청이 상호 협상을 통해 결정하게 되며, 상호활용 요청할 수 있는 연구개발 성과 범위는 시행령에 담았다.

또한 법률안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농진청 사업운영규정’ 등에 근거해 지방농촌진흥사업 시행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출연하거나 보조하는 규정을 명시하고 있으며, 지방농촌진흥사업 수행에 관련된 각종 규제의 점검과 개선 조항도 마련했다.

이번 농진청의 ‘지방농촌진흥법’ 제정 추진에 대해 지방에서는 일단 반색하는 분위기다. 한 지방농촌지도직 공무원은 “농업연구․농촌지도직은 소수직렬이다보니 인적자원이 부족해 행정통합된 농업기술센터의 인사에서는 행정직에 밀리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서 “행자부․지자체와의 원만한 조율을 통해 연구․지도직이 소장을 맡도록 하는 지방농촌진흥법이 원안통과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이번 지방농촌진흥법 법제화와 관련, 향후 지자체장의 권한 침해 등 의견 충돌과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법안을 슬림화해 법이 우선 통과되도록 신속히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법 제정과정에서 우호적 여론 조성을 위해 내년부터 국회공청회나 이해관계자 설득, 언론 홍보 등 전방위적 지원에 나서는 등 입법절차를 추진할 예정이다.

하지만 농진청의 지방농촌진흥법 제정 추진은 지방자치화 이후 인사와 예산집행에 있어 열쇠를 쥐고 있는 지자체와의 마찰이 불가피해 법제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달 행정자치부는 지방농촌진흥기관의 조직과 인사와 관련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이 안에 따르면, 농업기술원의 명칭을 ‘원’, 농업기술센터는 ‘센터’로 바꾸고, 인구에 비례해 직급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농촌진흥기관은 물론 농업인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이에 농진청 관계자는 “행자부의 개정안은 의견수렴과정이므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농진청도 적극 의견을 제시해 현재의 기관명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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