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녀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엄마들은 지금의 내 모습이
훗날 내 딸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엄마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가정을 돌보는 일을 숙명처럼 생각한다. 도시여성이나 농촌여성 할 것 없이 거의 다 그렇다. 오죽하면 계집(女)이 집안(?)에 있는 게 편안함(安)이라 했겠는가.
그러다 보니 여성들은 ‘자기’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심지어 부모가 지어준 자신의 이름까지도 한쪽에 밀어 놓고 누구의 아내나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기도 한다. 게다가 농촌여성들은 도시의 어느 직업여성과도 비교할 수 없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사니 자기를 찾을 여유가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런 여성들을 위해 만든 ‘농촌여성신문’이 창간 10주년을 맞았다. 이름도 힘도 없는 농촌여성들이 이끄는 신문의 독자가 6만 명이나 된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야금야금 도시로 떠나가는 이웃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꼈을 터에, 힘든 터전 지켜가면서 오늘을 이룩해낸 여러분들이니 거듭 머리를 숙이지 않을 수 없다.

그 동안 엄마에 아내에, 농사로 경제적으로 인생을 ‘소모’만 해왔다면, 이제부터는 자신의 내면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 ‘본래의 나’를 끄집어내 볼 것을 감히 권하고 싶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나를 찾아 새로운 영역을 넓혀가는 여유를 가져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많은 시간이 아니어도 된다. 하루 단 몇 분이라도, 일주일, 아니면 한 달에 몇 번이라도 좋다. 억제됐던 문화적 욕구를 일깨워, 좋은 책도 보고 명상도 하고 여행도 하고, 그림에 뮤지컬이나, 연극에도 관심을 가지면서 소싯적 내가 가졌던 희망이 무엇이었던지, 내 소질이, 취미가 무엇인지도 다시 찾아보고 멋진 100세시대의 나를 대비하자는 이야기다.

그 같은 욕구를 표출하고자 할 때 옷은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쉬운 도구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하찮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 옷이 어마어마한 힘을 갖는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예컨대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나 영국 윌리엄 왕세손비 케이트 미들턴이 벌이는 패션 외교는 세계의 여론을 뒤흔든다. 꼭 값비싼 옷이 아닌데도 그렇다. 싸구려일 때도 있다. 그녀들이 입은 옷은 그날로 품절이 되곤 한다. 그녀들에게 ‘완판녀’(完販女)란 별명이 붙은 이유다. 뿐만 아니라 그 옷을 만든 보잘 것 없는 의류 회사를 키워내고, 패션 산업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면서 그녀들은 더욱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다. 옷의 위력이다.

흔히들 옷은 ‘제2의 피부’라고 한다. 옷이 피부처럼 외부로부터 인체를 보호할 뿐 아니라, 사람의 외형을 최종적으로 완성하기 때문이다. 타고난 피부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제2의 피부인 옷은 감정에 따라 생각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어떤 옷을 어떻게 입었느냐에 따라 귀부인도, 거지도 될 수 있다는 것을 화면을 통해서도 많이 보아왔다. 꼭 비쌀 필요는 없다. 멋지게 바꿔 입기만 하면 된다. 물론 갑자기 되는 일은 아니다.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멋있게 연출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것이 첫 번째 순서이다. 그리고 자신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나는 어디가 예쁘고, 어디를 가려야하는가. 나름 관찰과 분석이 중요하다. 누구에게나 예쁜 곳이 반드시 있다. 그 곳을 강조해야한다. 주변과의 조화와 배려도 필요하다. 그러면서도 적당한 자신감을 가져야한다. 그러다 보면 스스로 달라져가는 자신을 보며 잔잔한 행복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녀에게 자랑스러운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그렇다면 엄마들은 지금의 내 모습이 훗날 내 딸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엄마를 통해 배우기 때문이다. 엄마의 모습이 가장 영향력 있는 딸의 학습 교재가 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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