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10주년 특집 - ⑥기후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소득작물 재배하는 농업인들

▲ 충남 당진에서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농업인들. 사진 왼쪽이 오크라를 재배하는 이명옥씨, 오른쪽은 패션프루트 재배농가 이구용씨.

올 여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의 가마솥더위가 맹위를 떨쳤다. 예전의 날씨가 아니다. 한반도의 지구온난화 속도가 더 빠르다는 조사를 방증하듯, 농작물 재배지도의 북상속도도 놀라울 정도다. 이젠 제주도와 남부지방에서의 열대·아열대 작물 재배가 더 이상 특이한 일이 아니고, 중부지방에서도 이들 작물의 재배가 심심찮게 이뤄지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소득작물로 승부를 거는 농업인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제주·남부지방서 내륙 곳곳까지 재배 확산
소비자 인식 부족으로 판로 확보 큰 관건

기온 높아지면서 노지재배도 가능
충남 당진시 면천면에서 오크라, 야콘 등 아열대 채소를 재배하고 있는 아삽야콘농원 이명옥씨. 그녀가 중남미가 원산지인 야콘과 아열대채소 오크라를 중부지방에서 재배하게 된 계기도 지구온난화와 무관하지 않다.

2012년 지자체의 권유로 일본 수출을 목표로 오크라 재배를 시작했다.
“전에는 당진의 특산물인 꽈리고추를 재배했었어요. 하지만 고추는 수확할 때 인력이 많이 필요한 작목인데, 요즘은 고령화에다 그나마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아요. 인건비도 만만치 않고요.”
현재 그녀는 비닐하우스 1650㎡(500평)에 오크라를 재배하고 있는데, 올해는 기온이 높아 노지재배도 시도했다. 점점 더워지는 기온을 감안하면 국내에서 노지재배도 고려할만 하다고 그녀는 말한다.

“현재는 전량 직거래를 통해 판매하고 있어요. 가끔 TV 등 언론을 통해 오크라의 기능성에 대해 소개되곤 하는데, 그때만 반짝 매출이 올라가요. 그랬다가 다시 제자리죠. 아직 소비자들이 오크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어요.”
오크라는 당뇨, 변비, 피부미용 등에 효과가 있어 여성들에게 좋은 농산물이라고 그녀는 거듭 말한다. 특히 일본인들이 좋아해서 국내 일식집이나 호텔 등에 매주 두 차례씩 일년내내 납품한다고 그녀는 말한다. 하지만 그런 그녀도 오크라 재배면적 확대나 인근 농가에 재배를 권유하는 건 시기상조로 여기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오크라를 이용한 가공식품 개발과 요리 레시피 개발에 노력하고 있다.

이명옥씨가 그나마 판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당진정보화농업인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등 온라인을 적극 활용하고 있기 때문. 그녀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오크라의 재배과정과 기능성, 요리 레시피 등을 소개하며 고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기온이 점점 올라가고 있잖아요. 오크라 등 아열대작물이 미래 먹거리가 될 날도 이제 멀지 않았습니다. 그때를 대비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아열대작물을 재배할 계획이에요.”

기존 작물과 재배 병행해야 덜 위험
당진시 면천면에서 기능성 열대과일인 패션프루트(시계꽃과 덩굴식물)를 재배하는 별바라기농장 이구용씨도 당진에서 유일한 패션프루트 재배농가다. 그는 꽈리고추가 주 작목이었는데, 지역에서 패션프루트를 재배하는 농가가 적고 소득 면에서 고추보다 나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6년 전 쯤 꽈리고추 일부분을 접고 1320㎡(400평)에 패션프루트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재배하기 시작한 패션프루트도 그에게 쉽게 고소득을 안겨주지 못했다. 역시 판로가 문제였다. 다행히 이구용 대표도 인터넷을 통해 직거래로 전량 판매하고 있다.
“열대과수다 보니 한여름 40℃가 넘는 비닐하우스에서 일해야 하는 고충이 있고, 벌레들도 많아요. 또 냉해에 약해 겨울철에는 가온을 해야 해 난방비도 만만치 않아요. 하지만 앞으로 웰빙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이 찾게 될 겁니다. 한 번 맛본 고객들은 꾸준히 찾고 있어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어요.”

기후온난화로 아열대 작물의 재배가 늘어나고 있지만 섣부른 재배는 금해야 한다는 게 아열대 작물을 재배하는 이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하지만 남들보다 앞선 도전과 끊임없는 기술 습득 노력, 체계적인 관리와 판로 확보로 후발주자보다 한 걸음 앞서 나가는 이들에게 큰 박수와 격려가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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