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쌉쌀한 인생

낮에는 더워서 운동할 엄두를 못 냈다. 그래서 저녁이면 걷기로 체력을 다진다. 동네를 몇 바퀴 째 걷다 보니 한낮에 매미 울음소리가 불러온 그늘 때문인가. 어둠이 더 서늘해 보인다. 올여름은 매미 울음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매미의 일생을 생각해보면 울음소리가 더 애처롭게 들린다. 7년간 땅속 생활을 하고 고작 2주간의 바깥 생활로 일생을 마감하는 한시적 삶이란다. 짝을 부르며 절규하듯 온 몸으로 울어대는 소리가 노래인 줄 알았는데. 종족보존을 위해 우는 생존의 몸부림일 수도 있다.

저녁나절이라 한낮보다 약해진 매미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는데 아기 울음소리가 들린다. 말도 못 하고 한참을 우는 어린 아기의 울음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 또한 울면서 세상에 나왔기에 삶의 어떤 근원을 생각하게 한다. 어디가 아픈 걸까. 배가 고픈 걸까. 혹시 기저귀가 축축해서일까. 울음은 아기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체크하는 신호가 된다. 간혹 이유 없이 엄마의 관심을 독차지하려는 ‘가짜 울음’일 때도 있다는데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기가 밤에 울면 당연히 엄마는 잠을 깨게 된다. 어미로부터 수유를 하게끔 유도해서 둘째의 탄생을 막으려는 생물학적 행동이기도 하단다. 모유수유기간에는 자연피임이 되므로 동생을 가질 확률이 낮아진다고 한다. 사람은 아기 때부터 얼마나 이기적인 동물인지.

달빛을 받으며 걷는 산책길이 좋다. 머릿속을 비우며 조용히 걷다가 에너지를 받고 싶을 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음악에 열중하며 걷는데 경적 소리에 깜짝 놀랐다. 뒤돌아보니 내 탓이 아니었다. 아파트 주차장 입구에서 앞차가 멈칫대자 그 사이를 못 참고 뒤차가 경적을 반복적으로 누른 것이다. 이웃집에 방금 잠든 아기가 깨면 어쩌려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안중에 없고 본인 생각만 하는 이기적 행동이라니.

어찌 보면 곤충인 매미가 사람보다 더 솔직해 보인다. 아기도 제 자신의 이기심을 위해 ‘가짜울음’을 연출할 때가 있고, 운전자는 끼어들기와 주춤대는 서행을 참지 못하고 바로 경적을 울려대니 말이다.

▲ 류미월(시인, 수필가, 문학강사)

산책을 하다 보면 개가 앞장서서 가며 힘없는 주인을 안내하듯 주위를 살피며 가는 경우를 종종 본다. 동물도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어떤 도(道)가 있어 보인다. 하물며 사람일진대. 경적을 누르기 전 잠시 여유를 갖는 일.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해봄직한 여유가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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