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주 박사의 흙과 비료이야기-29

아이슬란드 화산폭발이 처음 일어난 지난 3월 중순, 필자는 튀니지의 수도 튀니스에서 발이 묶였다. 양잠기술을 이전하고 귀국하는 길이었는데 마침 화산재 때문에 비행기가 파리로 가지 못했다. 5일이나 기다리다 두바이 공항을 거쳐 돌아왔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파리 공항에서 발이 묶였더라면 거지꼴이 될 뻔했다.
돌아와서 우리 동네 농사를 짓는 노인을 만나 화산재 때문에 늦게 왔다고 하니 그 분은 “화산재가 떨어진 곳은 농사가 잘 될 거요.”라고 한다. 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한다.
“옛날 우리 어려서는 나뭇재로 농사를 지었다오. 호박구덩이나 콩을 심을 때 넣으면 아주 농사가 잘 되었으니 화산재도 재니 그럴 것 아니겠소?”
나뭇재는 거름으로 좋지만, 화산재는 거름은커녕 오히려 농사를 망친다. 재 속에는 그 식물이 살아생전에 빨아먹었던 온갖 양분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그래서 식물영양학의 비조인 리비히는 어떤 식물이든지 재를 분석하면 그 식물이 필요한 양분의 종류며 양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 주장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 타는 동안 질소와 황은 공기 중으로 날아가 재 속에는 남아 있지 않는다. 칼륨 같은 성분은 흙 속에 있기만 하면 필요 이상을 빨아들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칼륨, 인, 칼슘, 마그네슘, 각 종 미량원소 등 많은 양분이 들어 있어서 비료가 귀하던 시절에는 물론, 지금도 좋은 비료임에는 틀림없다.
화산재는 이와 반대로 폭발할 때 구멍 주변 수 십 킬로미터까지의 깊은 곳 바위가 열에 타고 가루로 되어 날리기 때문에 그을린 돌가루로 되어 있다. 이 재가 잎에 떨어지면 숨구멍이 막히고 빛을 가려 광합성을 할 수 없다. 식물이 자라는데 꼭 필요한 유기물도 전혀 없고 철과 알루미늄은 많이 들어 있어서 땅 위에 덮이면 문제다. 말하자면 비옥도는 낮은데다 인산을 쓸모없이 만드는 인산흡수계수가 높아 보통 흙의 7배나 많은 인산비료를 주어야 농사를 지을 수 있다. 또 가벼워서 바람에 잘 날린다. 제주도 밭에 돌로 둑을 높이 쌓아 놓은 이유는 이 때문이다. 지금의 제주도와 같이 농사를 지을 수 있는 흙이 되기까지 수백 년은 걸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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